티벳

시킴-2006

나는 걷는다 2009. 7. 25. 05:47

<시킴-2006>

.일정: 2006.3.3~3.10

.여정: (꼴까따~뉴잘패구리~실리구리)~펠링~케체팔리 호수~육솜~갱톡~룸텍~깔림퐁~(꼴까따)

 

.허가서

-.실리구리 SNT버스터미널 안에 있는 시킴관광안내소Sikkim Tourism에서 발급

 .사진 1장,한시간 소요,무료발급

 .허가서는 원본과 복사본 두 장을 준다.

  원본은 보관용이고 복사본은 시킴을 들고 날 때 한장씩 내면 된다.

 .펠링행 버스는 오전 11시 30분에 있다.

 

 

 

<펠링pelling>

 

실리구리에서 퍼밋을 받고 펠링으로 향한다.

시킴의 관문인 Melli에서 시킴 입출국 절차를 밟았다.

 

시킴에 들어서면서 공기가 맑아졌다.

차 문을 조금 열고 맑은 공기를 양껏 들이 마신다.

바람 속에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가 했더니 조금 지나자 내피를 꺼내 입어야 될 정도로 춥다.

 

히말라야 자락으로 다시 왔다.

펠링은 시킴에서 칸첸중가를 조망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하지만 도착한 날 사방은 안개천지이고 구름 가득이다.

 

숙소를 정할 때 뜨거운 물이 나오는지 확인해야 할 정도로 춥다.

어제까지만해도 꼴까따에서 덥다며 하루에 찬물 샤워를 몇 번씩 했는데..

온기가 없는 방안은 을씨년스럽고 어설프다.

 

 

 

<케체팔리 호수>

 

'오늘은 칸첸중가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일찌감치 접는다.

오늘도 역시나 오리무중이다.

 

펠링에서 2.5km정도 더 올라가면 닝마파의 시킴 본부인 페마양체 사원이 있다.

티벳을 떠난지 5개월 정도 됐으니 5개월여만에 티벳 사원에 다시 온 셈이다.

그것도 티벳이 아닌 인도 시킴에서..

 

 사원은 티벳에 있는 사원들보다 한결 분위기가 밝다.

 관리 스님의 배려로 본당과 2층을 둘러 본다.

 밖으로 나와 마당 한 켠에 앉으니 살짝 드리운 햇빛이 따사롭다.

 

케체팔리로 가기 위해 합승지프share jeep를 기다린다.

전에는 버스도 있었다는데 길이 붕괴되는 바람에 버스편은 없어지고 share jeep이 대중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기다린지 2시간여만에 차가 왔다.

목적지까지는 채 30km도 안되건만 차편이 자주 없어서 이 정도 기다리는 것은 예사다.

 

마음같아서는 호수까지 걷고 싶다.

하지만 콜까따에서 버스에서 내릴 때 있었던 사고(?) 후유증으로 걸을 때마다 다리와 엉덩이가 욱신거려서 차를 탔다.

구절양장을 잘 가던 차는 호수를 3km 남겨두고 멈춰버렸다.기름이 떨어진 것이다.

역시(?) 인도다.

 

오히려 잘 됐다.조금이라도 걸어서 호수에 도착할 수 있어서 좋다.

길은 계속 오르막이다.

40분정도 걸으니 여행자 숙소인 <trekker's hut>이 보인다.

안주인은 없고 아이가 손님을 맞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호수로 가는 길에 맞은편에서 오던 여인이 인사를 건넨다.

<trekker's hut> 안주인이다. 

 

케체팔리 호수는 불교도와 힌두교도 모두에게 신성한 호수로 여겨진다.

그래서 호수 주변에는 기도깃발과 힌두식 종이 함께 있다. 

하지만 외지인에게는 호수라기보다 그저 둠벙처럼 보이기도 한다.

 

 

<육솜yuksom>

 

육솜까지 걸어가려고 일찍 일어났다.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하더니 아침 먹으러 가는 길에는 비까지 후득인다.

시킴에 온 이후로 3일 연속 흐리다.

일주일전에 온 여행자는 며칠간 칸첸중가를 즐겼다고 했건만..

 

빗발이 점점 굵어지면서 땅이 젖어들었다.

하지만 예정대로 배낭을 매고 육솜을 향해 걷는다.

호수에서 산 아래로 향하는 산길은 예쁘고 정답다.

꽃나무에 핀 꽃들이 봄을 일깨우며 활짝 웃고 있다.

밭갈이도 한창이다.

 

 

 한시간쯤 내리막길을 걸은 후,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는 초입에 허름한 집 한 채가 나타났다.

 어린 촌부가 농사를 짓는 틈틈이 오가는 길손에게 차를 내고 있다.

 

길가던 스님이 차 한 잔을 놓고 경을 읽고 있다.

차림표는없다.

차를 주문하면서 우리나라 막걸리 맛이 나는 전통술인 창이 있냐고 물었더니 역시나다. 

차와 창chang을 둘다 주문했다.

 

오르막을 올라 육솜 초입에 닿는다.

4시간 30분정도 걸렸다.

행복한 걷기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3월 8일에 육솜을 방문하는 린포체를 맞이할 준비로 분주하다.

 

예전에 시킴 왕국의 수도였던 육솜은 지금은 작은 마을에 불과해 한 왕국의 수도였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킴 최초의 사원과 세 명의 라마가 왕국을 만들기로 결의하고

첫 왕을 옹립했던 장소가 그대로 남아 있어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육솜은 그 모든 것과 무관하게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새들이 지저귀는 평화로운 마을이다.

 

 

 

<갱톡gangtok>

 

 오랜만에 날씨가 좋아 육솜에서 구름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던 칸첸중가가 드디어 얼굴을 드러낸다.

 

부드러운 봄바람에 마음까지 살랑이며 도착한 갱톡은 시킴주의 주도다.

갑자기 몇 배로 늘어난 차와 경적음, 매연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곳곳에 채 정비되지 않은 도로도 어수선하기 그지 없다.

 

나랑 얼굴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아서 신기하다.

시킴인구의 70%가 네팔계이고 나머지는 몽골계인 렙차족과 티벳탄이다.

이따금 보이는 곱슬머리에 가무잡잡한 피부를 한 전형적인 인도인들이 오히려 이방인같다.

 

먹거리도 단연 우리네 만두처럼 생긴 티벳 음식인 모모가 많다.

한 접시에 10~15루피면 야채가 듬뿍 들어간 맛있는 모모를 먹을 수있다.

 

랄마켓LAL MARKET은 갱톡에서 흥미로운 재래시장이었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 번듯한 market complex건물이 마지막 단장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은 변하게 마련이지..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남걀 티벳학 연구소는 이름에 걸맞게 1층에는 탕카며 불상,악기 등 각종 티벳 관련 유물들을 전시하고

2층은 도서관으로 사용되고 옥상에서는 이전 시킴 사람들의 면면을 느낄 수 있는 사진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역사는 기록이다'

 

그렇담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룸텍에 가려고 아침 일찍 일어났지만 무슨 영문인지 속이 뒤틀리며 쓰리기 시작했다.

걸을수록 상태는 심각하다.

차를 마셔도 의자에 앉아 쉬어도 나아질 기미가 없어 룸텍행을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와 누웠다.

 

청소를 제대로 안해서 지저분하고 냉기가 감도는 방에서 뜨거운 물로 속을 달래며 오전 내내 누워 있었다.

점심으로 뗀뚝을 먹고 뜨거운 물을 마셨다.

속이 조금 편안해지는 것같다.

 

 

 

언체이 곰파enchey gompa는 닝마파에 속한 작은 사원이다.

 

 

 

절마당을 교실삼아 동자승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

한창 엄마품이 그리울 어린 아이들 속에 형뻘되는 조금 큰 아이들도 있다.

동자승들의 책읽는 소리가 마당 가득 울려퍼진다.

 

시간은 정지한듯 흐르고 있다.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우르르 사원앞 구멍가게로 달려가 사모사며 쨔이,튀김을 사먹는다.

 

 

 

<룸텍> 

 

룸텍에서 하루를 자고 올 생각으로 짐을 꾸렸다.

룸텍에는 티벳 4대 종파중 하나인 까규파의 총본산인 룸텍 곰파가 있다.

 

갱톡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밖에 안되지만 룸텍에 오자 갱톡의 어수선함과 시끄러움은 사라지고

논과 밭, 꽃나무, 새들의 지저귐이 넘쳐난다.

 

숙소 옥상에서는 저 멀리 갱톡이 한 눈에 보이고 밤에는 별빛마냥 사람의 집에서 불빛이 반짝인다.

 

 

 

룸텍 곰파에 들어서자 인도 군인들이 곳곳에서 무장한 채 경비를 서고 있다.

스님께 여쭤 보니 16대 까규파 라마가 거주하던 집과 그의 유골이 보관된 골든 템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말씀하신다.

티벳에서는 중국군인들이 곰파에 진을 치고 있더니...

 

어떤 이유에서건 곰파와 군인은 어울리지 않는다.

 

 

  

 

 

 

<깔림퐁>

 

깔림퐁, 이름만 들어도 왠지 호기심이 인다.

깔림퐁은 웨스트 뱅갈에 속해 있는데 부탄과 그리 멀지 않다.

 

동네 구경을 하러 집을 나서는데 어디선가 요란한 음악 소리가 들린다.

소리나는 곳은 아래쪽에 있는 곰파다.

축제다!!

 

 티벳 특유의 가면춤을 볼 수있겠다 싶어 뛰다시피 곰파에 도착했다.

 곰파는 부탄 양식의 닝마파 곰파인데 어제에 이어 이틀째 축제를 벌이는 중이라고 했다.

 숨가쁘게 도착하니 막 가면춤이 끝나가고 있다.

 다행히 점심시간후 축제는 계속될거라고 한다.

 

 

 

티벳 전통의상을 입은 여인들, 사리와 펀자비를 입은 여인들, 생경하면서도 친밀한 느낌이 드는 옷차림을 한 여인들이 보인다.

알고보니 우리네 저고리치마와 비슷한  옷은 부탄 전통의상이다.

부탄 전통옷을 입은 참해 보이는 처자에게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더니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선뜻 응해준다.

 

점심은 우리네 감자조림과 비슷한 감자요리와 사브지 그리고 밥.

부탄 사람들 속에 섞여 부탄 음식을 먹고 있자니 마치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부탄에 온양 신이 난다.

 

오후에는 동물가면춤, 악령가면춤, 해골가면춤이 이어진다.

 

부탄 사람들 속에 있으니 더욱 부탄에 가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하루$200을 내고 정해진 장소, 보여주는 풍경만을 보아야 하는, 비싸고 제한된 여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탄 남자들이 입는 전통의상인 고를 입고 엄마, 아빠와 함께 축제에 온 아이들은 카메라가 낯설면서도 궁금하다.

 

 

 

묵고 있는 숙소는 <Deki G.H.>

티벳탄 가족이 운영하는 친절하고 쾌적한 곳이다.

 

식당 한켠에 있는 책꽂이에 꽂혀 있는 <왜 사는가>를 빌렸다.

1년전쯤에 이곳에 머문 여행자가 놓고 간 책이다.

 

'참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곰파를 찾아 나선 길.

동네 벽 여기저기에 티벳의 독립과 중국의 만행을 알리는 벽보들이 붙어 있다.

'Free TIBET'은 현재 진행형이다.

 

곰파는 동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등성이에 자리잡고 있다.

고요한 절 마당에는 잔디와 갖가지 꽃들이 팔랑거리고 있다.

 

스님 한 분이 대웅전 문을 열어 주셨다.

달라이 라마가 그곳에 계셨다.

 

'Free TIBET'을 꿈꾸며,

 

'참 나'를 꿈꾸며,

 

깊 이 합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