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지

소백산종주

나는 걷는다 2009. 8. 31. 07:47

 

 

<소백산종주(죽령~고치령)>

     -비로봉에 세 번 간 까닭은-

 

.날짜: 2009년 8월 22~24일

 

.교통: .갈 때: 청량리역(8시 출발)~단양역(10시 50분 도착)

          .올 때: 단양역(03:23)~청량리역


         .단양역에서 죽령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4번(6:45,7:45,12:55,17:05) 정도 있다.

          단양역에 내렸을 경우 버스를 타고 시내에 있는 터미널까지 갈 필요가 없다. 터미널을 출발한 버스가 단양역을 거쳐

          죽령으로 가기 때문에 단양역 맞은편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면 된다.

        *단양역~죽령(택시, 2만원)

       

.산행: 1일- 죽령(탐방지원센터)~제 2연화봉~천문대~연화봉~제 1연화봉~비로봉(1439m)~달밭골(6시간 30분,천문대 견학)

          2일- 달밭골~비로봉~달밭골, 고치령~마당치~늦은맥이재~국망봉(1420m)~비로봉~천동쉼터~천동탐방지원센터(8시간

 

 

대개의 종주자들은 새벽에 출발하여 10~12시간만에 산행을 마쳤다.

헤드랜턴을 켜고 산행을 막 시작하려는 사진을 보니 야간 산행이 실감났다.

하지만  야간 산행은 부담스럽다.

그리고 하루에 10시간 이상 내달리기 보다는 이틀에 걸쳐 느릿느릿 소백산을 즐기고 싶다.

 

하지만 1박 2일에 하려니 잘 곳이 마땅치 않다. 다른 산객들이 신새벽에 시작해서 하루에 마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비로봉에서 삼가탐방지원센터 방향으로 한 시간 가량 내려오면 만나는 달밭골에서 묵기로 했다.

그러면 굳이 그 아래에 있는 삼가야영장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될 터였다.

다음날, 내려온 길을 고스란히 거슬러 올라 비로봉까지 가야하기에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만 그만한 차선책도 없는 것같았다.

 

잠자리가 해결되고 기차표까지 끊으니 출발할 일만 남았다.

잠자리를 설칠 정도로 마음이 몽실거렸다.

오래 전  소백산에 가보기는 했지만 종주는 아니었다.

장쾌한 능선길을 음미하며 걸을 생각에 한껏 부풀었다.

 

단양역 앞에는 택시들이 줄지어 있다.

기차역이 시내에서 떨어져 있고 버스는 자주  없고 택시를 타고 가면 편리할 관광명소들 때문인 것같았다.

죽령으로 가는 버스는 12시 55분에나 있다.꼬박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조금이라도 택시비를 줄일 요량으로 대강리까지 버스를 타고 간 후, 대강리에서 죽령까지 택시를 탔다.

(단양역에서 죽령까지는 2만원이지만 대강리에서는 만원이다.) 

 

죽령에 내려서 햇사과 네 개를 샀다. 여름 햇살에 발갛게 익어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탐방지원센터에서 소백산 개념도를 얻었다. 비로봉까지 4시간 15분정도 예정되어 있다.

오늘은 비로봉까지만 가면 되기에 여유있게 출발했다.

 

 


시작부터 천문대까지는  포장도로가 이어져 있다.

완만한 아스팔트 오르막이 한동안 계속되다가 잠시 내리막 그리고 다시 오르막...

죽령에서 산 사과를 먹으며 쉬엄쉬엄 걷는다.

조금 심심하고 지루하기까지 하다.

야간산행을 해도 좋은 또 다른 이유다.

 

오후 3시가 넘어서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여름인데도 바람은 점점 거세졌다.

혹시나 해서 가져 온 방풍재킷을 꺼내 입었다.

 


 

 소백산 천문대에서는 방문객들에게 안내를 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으며 기다렸다가 20~30분 정도 안내를 받았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밤마다 망원경을 통해 천체를 관측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린다.

 밤마다 떠나는 우주 저 편으로의 여행...


 


연화봉이후 장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바람은 여전히 매몰차게 불었다.

빗발도 후득거리다 말다한다.


 


그래도 좋다, 좋아..

 

토요일인데도 산객들이 많지 않다.

비로봉까지 가는 동안 열 명 안팎을 만났을 뿐이다.

비로봉에서는 바람까지도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비로봉에서 달밭골까지는 가파른 내리막.

한 시간정도 내려가니 집들이 드문드문 나타났다.

너댓집이 민박을 하고 있다.

 

<달밭골민박>

인심 좋으신 할머니,할아버지 두 분이 사신다.

 

다음날 다시 비로봉에 올랐다.

바람은 여전했지만 어제보다는 잦아들었고 시계도 더 선명하다.

국망봉으로 향하는 능선길을 보며 숨을 고르고 있는데 친구가 말했다.

 

"방에 보조가방을 두고 왔어."

 

가방 속에는 현금과 카드가 들어 있는 지갑과 시진기가 있다.

그리고 중요한 열쇠도..

급히 민박집에 전화를 했지만 두 분 다 밭일을 나가셨는지 아무도 받지 않는다.

사색이 된 친구와 함께 두 시간동안 올라온 길을 50분만에 내려 왔다. 

어젯밤에 묵은 사랑방 문이 열려 있고 보조 가방은 놓아둔 자리에 얌전히 있다.

 

'가방은 찾았고 이미 숨가쁘게 세 시간의 산행을 했으니 이제 어쩐다..'

 

종주를 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다시 비로봉까지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친구의 제안으로 고치령까지 택시를 타고 간 후 비로봉으로 가기로 했다.




고치령에 도착하니 1시다.

한 무리의 산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내려 오고 있다.

죽령에서 새벽 2시에 출발했노라고 했다.

 

걸음을 재게 놀렸다.

 

 


 '시간상 무리다. 체력적으로도 무리다.

 절대 무리해서는 안된다.욕심부리지 말자.'
 ...하면서도 마음은 내달리는데 걸음이 따라가지 못했다.


 


마침내 비로봉에 닿았다.

오늘만 두 번째, 어제까지 합하면 세번째다.


기대에 차서 도착한 어제도, 헉헉대며 올랐던 오늘 아침에도 좋았지만

고치령에서부터 5시간 이상을 걸어와서 만난 비로봉은 각별하다.

마침내 아침에 올랐던 그 자리에 왔으니 종주가 마무리되는 셈이다.

 

태양이 저 편으로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 빛을 발하고 있다.

마지막 남은 사과를 먹는 사이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다.

 

아,

아. 름. 답. 다.

 

적어도 두 시간 이상을 내려가야 할 일도 잠시 잊은채

망연히 바라본다.

 

아스라히 이어지고 겹쳐지는 산,산 산..

자연이 풀어 놓은 먹의 농담들이 어우러져 한폭의 거대한 산수화를 그려놓고 있었다.

 

이제 서둘러 내려가야 한다.

천동탐방지원센터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야간산행은 예정에 없었기에 손전등도 없다.

짐을 챙기며 가져갈까 하다가 1박 2일로 여유있게 가기에 쓸 일이 없을 것같아 빼놓았다.

 

울퉁불퉁한 내리막.

 

미인도에 나오는 여인의 실눈썹을 빼닮은 눈썹달이 멀리서 내려다보고 있다.

 

"달,달 무슨달 쟁반같이 둥근달~어디어디 떴나~"

 

훤히 비추는 보름달이 그리운 밤이다.

 

오래전 수미산을 순례할 때 밤늦게까지 걸은 적이 있다.

마침 추석이 얼마 남지 않은 때라 가득 차오는 보름달에 의지해서 걸었다.

오늘은 눈썹달이다.

이쁘기도 하다. 

 

총총 박힌 별들도 어둠이 가득한 산 속의 밤길을 밝히지는 못한다.

 

한 시간여만에 쉼터에 도착했다.

천동탐방지원센터까지는 아직도 4.3킬로미터를 더 가야 한다.

점점 더 짙어지는 어둠을 몰아낼 빛이 간절해지는 시간.

더럭 이는 무서움증을 꾸욱 누르며 사진기의 희미한 빛에 의지해 걸었다.

..그리고 9시, 마침내 지원센터에 도착했다.

 

(이후,택시를 타고 단양역으로 가서 5시간 정도 기다린 후,새벽에 출발하는 청량리행 기차를 탔다)

 

tip...*소백산 천문대는 오후에만 안내를 한다. 오전은 밤새 천체를 관측한 실무자들의 취침시간!!

       *소백산 종주시 여름에도 방풍재킷은 필수!!

       *달밭골에 가게는 없으며 민박집에서 식당을 겸하는 곳이 있다.

       *달밭골에서 야영장까지는 30분 정도 더 내려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