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터키-2002

나는 걷는다 2009. 9. 25. 09:03

<터키-2002>

 

.일정: 2002.5.14 ~ 6.23(40일)

 

.여정: 이스탄불 - 카파도키아 - 콘야 - 올림포스 - 안탈야 - 파묵칼레 - 셀주크-

 

.가기: 방콕 ~ 무스켓Muscat(암만의 수도, 5시간 55분) ~ 바레인(1박, 1시간 30분) ~ 이스탄불(4시간 10분)

 

.항공권: GF(걸프에어라인,바레인항공사)22,580바트 + 150바트(여행사수수료) = 22,730바트(약 764,300원)

 

*공항~시내(술탄 아흐멧): 공항에서 버스타고 악사레이까지 가서 트램으로 갈아타고 시내로..

        

.시차: 우리나라 시간 - 7시간

 

.종교: 98%가 무슬림이다.하지만 지극히 온건한 무슬림이므로 긴장할 필요가 없다. 

          여자들의 옷차림만큼이나 그들의 사고방식도 자유분방하다.

 

.환전: 조금 귀찮더라도 하루나 이틀 쓸 정도만 환전하자.환율이 매일 다르다.

         .$1=1335(2002.5.14일 현재),1411(5.24)..환율은 그랑바자가 좋다.

         .얼마전에 터키가 화폐 개혁을 단행했다.이제 거추장스러운 뒷자리 영 세 개는 떨궈내도 좋다.

 

.날씨: 5월 중순은 낮에는 덥고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하다.(방풍재킷 필수)

 

.인터넷: 곳곳에 있지만 요금이 제각각이다.이스탄불 시내에서 싼 곳은 Beyazit역 바로 옆1250/hr

 

.숙소: $5~6/dorm

        이스탄불:<문라이트 팬션>$5/dorm,

        카파도키아:<코셰 팬션>6000리알(6000원)/triple

        콘야:12000리알/sgl

        올림포스:10000리알/dbl,c/b, 12000리알/dbl,w/b

        안탈야:12000리알

        파묵칼레:6000리알,w/b

        셀주크:10000리알,아침포함 

 

 

 

on the plane

 

기내는 거의 중동사람들이고 배낭 여행자는 한두 명정도 보입니다.

바레인행은 자리가 넉넉해 비즈니스석에 앉아서 갑니다.

한밤중에 바레인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하룻밤 재워줍니다.

 

<Alsafir hotel>

생전에 또 이런 호텔에서 잘 일이 있을까.

바다가 보이는 전면 유리창, 큰 화장대, 엘지마크도 선명한 텔레비전,크고 안락한 침대,

욕조가 있는 욕실,전면 거울과 4개의 부분조명..

다른 사람들은 2인 1실인데 짝수가 안맞는지  독방입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예상치못한 횡재에 신이 납니다.

뜨거운 물 받아서 피로를 풀고 룸서비스로 나온 생선, 닭, 샐러드를 먹습니다.

잘 생각은 안하고 편지 쓰고 텔레비전으로 영화를 보고 있으려니 바다 저편에서 해가 떠오릅니다.

그러고보니 거의 한시쯤 도착해서 밤을 꼬박 새웠습니다.이제야 졸음이 쏟아집니다.

 

아침을 먹으려고 내려간 식당에서 모로코 무용수,사이프러스로 공부하러 가는 팔레스타인 여학생,

암만,바레인,베이루트로 일하러 가는 필리핀 아줌마를 만납니다.중동 지역에 왔음을 실감합니다.

팔레스타인 여학생에게 처음 만나는 팔레스타인 사람이라고 했더니 오히려 놀라는 표정입니다.

 

 유럽애들이 한국이 중국의 일부냐는둥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면 어처구니없어하면서

 무식해도 유분수지 어쩌구 했으면서 중동에 대해서 제가 그렇습니다.

 

 사이프러스..마케도니아 만큼이나 막연함과 그리움을 안겨주는 단어입니다.

 너무도 이국적이어서 마음이 끌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래서 이 세상 지명이 아닌듯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바로 그 사이프러스로 공부하러 가는 여학생을 만나다니요.

 베이루트로 일하러 가는 필리핀 아줌마도 2년동안 사이프러스에서 일했다고 합니다.

 점점 다른 세상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합니다.

 

 바레인에서 이스탄불까지 비즈니스석에 앉아서 갑니다.

 옆에 앉은 뭄바이에 사는 인도 아저씨는 사업차 이스탄불에 가는 중입니다.

 어제 공항을 통과할 때 만난 터키 사내에게 배운 터키말을 중얼거려 봅니다.

 우리나라 말에도 영어에도 없는 발음들이 있어서 어제 배운대로 비슷하게 흉내를 내보지만

 입모양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혀가 꼬이고 발음이 샙니다.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바레인에서 이스탄불까지는 4시간 거리니 곧 도착합니다.

 보스프러스 해협이 저멀리 내려다 보입니다... 

 

.

 

 이스탄불Istanbul

 

 5월 중순인데도 날씨가 꽤 쌀쌀합니다. 우리나라 초겨울 날씨 같습니다.

 덥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얇은 옷만 챙겨왔는데.. 바람이 옷 속을 헤집습니다.

 

<문라이트 팬션>에 짐을 풀고 밖으로 나옵니다.

터키가 동양과 서양이 교차하는 곳이라더니 사람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체구는 동양적인데 생김은 영락없이 서구형입니다.

 

 블루모스크에서는 빛과 소리의 쇼가 한창입니다

 

 

 

낯선 곳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것입니다.

마치 새로운 동네에 이사라도 온 듯 동서로 남북으로 아님 발길 닿는대로 며칠동안 걸어다닙니다.

그러다보면 우체국도 만나도 시장이나 큰 수퍼도 만나고 우연히 친구도 사귑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면 궁금증이 대나무 순처럼 솟아오르며 가보고 싶은 곳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랑바자와 이집션 바자를 지나 갈라타 다리까지 왔습니다.

많은 강태공들이 세월을 낚고 있습니다.

한 낚시꾼의 릴에는 연초록 해초가 딸려 나옵니다.

 

보스프러스 해협이 푸른 청록색 물감을 풀어놓은듯 펼쳐져 있습니다.

터키차를 음미하며 흥겨우면서도 이국적인 터키 음악에 맞춰 발을 구르고 빙빙 돌며 춤을 추고 싶습니다.

연인의 따뜻한 온기가 간절히 생각나는 바람결에 머리칼을 날리면서요.

 

 

 

 어둠을 밀어내며 가로등 불빛이 더욱 빛을 발하는 시간,

 이스탄불 골목 어귀에 있는 작은 바에서는 한 여인이 벨리댄스를 추고 있습니다. 

 제법 볼륨이 있는 몸매를 한 여인이 유연하면서도 섹시하게 배와 엉덩이를 돌리며 춤을 춥니다.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데 순식간에 끝나버립니다.

 다음은 플로어에서 춤을 추는 한 사내에게 정신없이 빠집니다.

 짧은 머리에 일부러 태운듯한 초콜렛색 피부를 한 그가

 몸에 달라붙는 하얀 니트와 숨쉴틈도 없는 꼭 맞는 청바지를 입고 리듬에 온전히 몸을 맡기고 있습니다.

 

맥주의 거품이 다 사그러지는 것도 모른 채 옆에 동행이 있는 것도 잊은 채

스르르 플로어로 나가 그 사내와 춤을 춥니다.

 

그는 나를 빙빙 돌리기도 하고 내손을 들어올리고 자기가 돌기도 합니다.

몇 번 그의 발을 밟기도 하고 그와 부딪칠 뻔 하기도 합니다.

순간 속으로 결심했습니다.나,한국에 가면 춤 배운닷!!

  

여행을 시작한지 일년째 되는 날입니다.

큰 맘먹고 한국식당으로 갑니다.

비교적 한국식당이 많고 싼 편인 방콕에서도 한국음식을 찾지 않았는데

매일 빵에 음료만 먹어서인지 매콤한 김치와 고추장이 그립습니다.

 

김치찌개 9500원.한끼 식사로 과하기 이를 데없지만 

잘 먹고 앞으로도 건강하게 여행 잘하라는 의미로 내게 값진 선물을 주기로 했습니다.

김치찌개에 밥 두그릇을 뚝딱 비웁니다.

 

 다음날 우연히 월드컵에 진출한 터키를 취재하기 위해 온 한국분을 만나 저녁을 함께 합니다.

 그가 배가 고프다며 한국식당으로 가서 여러 가지 음식을 시킵니다.-홍어회,육개장,오징어무침,불고기...

 이름만 들어도 입 안에 군침이 돌고 기분이 좋아지는 음식들입니다.

그런데 정작 음식이 나오니 그가 먹는 시늉만 하고 자꾸 내게만 권합니다.

낮에 만났을 때 얘기중에 여행한지 일년된 날이라 했더니

배고픈 배낭여행자를 먹일 생각에 여러 가지 음식을 시켰던 거였습니다. 

제 복에 겨워 맘껏 호사를 합니다.   

 

 

 

카파도키아

 

이스탄불에서 11시간 30분을 달려왔습니다.

 

버스는 '달리는 비행기'라는 별칭을 지어주고 싶을 정도로 쾌적하고 서비스도 만점입니다.

 

숙소로 정한 <코셰 팬션>은 하얀집입니다.

하얀 벽,하얗고 둥근 갓을 쓴 등,하얀 옷장,하얀 침대,하얀 발코니,하얀 의자와 부서지는 햇살,바람에 펄럭이는 빨래와 점박이 개,안뜰과 넓은 옥상,옥상에서 바라본 풍경..

 

해넘이 하러 우치사르에 갑니다.

붉은 바탕에 흰 달과 별이 선명한 터키 깃발이 휘날리는 우치사르 정상에서 세상 저편으로

지는 장엄한 해를 배웅하고 싶습니다.

 

마을은 고요합니다.

간간이 호텔과 식당에서 밝힌 불이 밖으로

새어나오긴 하지만 여전히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누군가 멀리서 헬로우~를 외치며 휘파람을

불어댑니다.

휘파람 소리가 정적을 뚫고 울려퍼집니다.

 

 동굴을 지나 정상에 오릅니다.

 

 아~이런 풍경도 있구나~

 

 

풍경에 여한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티벳에서 우정공로를 지나 네팔로 가면서,강고트리에서 강가의 기원인 거묵으로 가면서,마날리에서 레로 가면서,

레에서 스리나가르로 가면서 중얼거리곤 했습니다. 

 

여한이 없어...

 

그런데 이런 풍경도 있더이다.

도대체 수천년전에 하늘과 땅이 갈라지고 천둥과 번개가 친 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끝간데없이 펼쳐지는 기기묘묘한 풍경에 할 말을 잃습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해님을 배웅하며 마치 세상에 나혼자 있는듯 목놓아 노래를 부릅니다.

 

 나는 한 마리 이름없는 새~

 새가 되어 살고 싶어라.

 아무도 살지 않는 곳,그 곳에서 살고 싶어라.

 날 부르지 않는 곳,바로 그 곳에서

 나는 한 마리 이름없는 새로 살리라.

 길고 기나긴 어두움 뜷고서 나는 가리라.하늘 끝까지~

 

 지하도시 데린구유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우치사르에서 해넘이를 하고 숙소까지 오는 버스를 놓친 나를 태워준 인연인 라마잔이 앞장서고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 화살표를 따라 도시 곳곳을 쏘다닙니다.

 

 "염려마,누나~"

 

텅빈 지하도시를 단둘이 걸어다니는 나의 염려(?)가 전달된 것일까요.

라마잔에게 살짝 미안해집니다.

 

 기원전 1400년에 힛타이트 족이 최초로 세웠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도시는

그 후에 기독교인들이 5세기경에 석굴을 판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큰 거실이 있는가하면 작은 방도 있고 화덕과 저장고가 있는 부엌이 나오고 교회도 곳곳에 있습니다.

고개를 조금만 숙이고도 걸어다닐 수있게 판 통로가 있는가하면

허리를 반가까이 접어서야 겨우 지나갈 수있는 터널들도 있습니다.

아주 옛날 옛날에-무려 3500년쯤 전에-처음으로 땅 속에 도시를 건설한 사람들의 체취를 느껴봅니다.

 

 그대들은 알았는가.3500년쯤 후에 아시아 끝에서 세상이 궁금한 이가 이곳에 오리란걸.

 

  "tanistigimiza memnun oldum"(만나서 반가워요^^*) 

 

 

 

 

파티FAITH는 율굽에서 만난 열 살난 꼬마친구입니다.

키는 작지만 영리하고 귀염성이 넘치는 친구지요.

춧불을 든 파티가 앞장서서 깜깜한 동굴을 탐험하기도 하고 집에도 놀러갑니다.

 

아버지는 기념품으로 파는 요정굴뚝fairy chimney을 만드는 분입니다.

파티가 아버지가 하는 양을 보고 따라 만든 것을 작품이라며 선물로 줍니다.

투박하면서도 정감이 넘치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선물입니다.

아버지께서도 직접 만든 요정 굴뚝 두 점을 주십니다.

 

마음가는대로 탔던 율귭행 버스.

감사하고 귀한 인연을 만나기 위해서였나 봅니다.

 

                       

 

 

 

-젤베 오픈 에어 뮤지엄-


 

모험을 하고 싶으세요?

 

동굴탐험은 어떠세요?

  

깜깜한 터널도 지나구요.

 

 아찔한 풍경도 만납니다.

  

  옷은 흙먼지를 흠뻑 뒤집어

쓰지만 굉장히 신나요.

  

세 시간동안 동굴 속을 들락날락하며신나게 놀았어요.

 

아주 먼 옛날에 사람들이 이곳에 살았대요.

 

 그런데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