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티벳-2001

나는 걷는다 2012. 5. 15. 15:52

<티벳-2001>

 

.일정: 2001년 6월14일~6월 22일

 

.여정: (시닝)-꺼얼무(3200)-라사-쉐가르(4050)-장무(2300)

 

.환율: $1=약 8.1위엔,1위엔=160원

 

.티벳가는길(퍼밋)-1660위엔(약27만원)

                   꺼얼무~라사 왕복 차비,라사 3일 투어,가고 싶은 곳 퍼밋비 포함.

                   라사에서 꺼얼무로 안갈 경우 280위엔 환불.

 

 .비자연장: 6.19~6.23(5일),비자비80위엔

 

 

 

꺼얼무

 

꺼얼무에서는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쁩니다.

시닝에서도 층계를 오르 때마다 헉헉거렸지만 이곳에서는 평지를 조금만 걸어다녀도 숨고르기 바쁩니다.

높은 곳에 오긴 왔구나 실감합니다.

라사로 가는 길에 5219미터의 탕글라산맥을 지난다지요. 그렇담 지금부터 고소적응을 해야합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입안이 바짝 마르고 숨쉬기가 힘듭니다.

어젯밤에 빨아널은 긴 바지와  반팔티셔츠가 벌써 마른걸보면 실내가 무척 건조한 것을 알 수있습니다.

충분히 과일도 먹고 물을 마시면서 수분을 보충하고 숨고르기를 합니다.

 

당연하게 여겼던 비자연장을 하지 못합니다.

이유는 어이없게도 이곳 공안국에 컴퓨터가 한대밖에 없는데 고장이 나서 비자업무를 할 수 없답니다.

비자를 연장하려면 밤새 달려온 시닝으로 다시 가라합니다.

마치 우리 마을에서 여의치 않으니 옆마을에 가서 하라는 투입니다.

잠시 의견이 분분했지만 온 길을 고스란히 거슬러 갈 마음이 없어 라사에 가서 다시 시도하기로 합니다.

 

CITS에서 1660위엔(약 27만원)주고 라사행 버스를 예매합니다.

라사까지는 45시간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인도 우다이뿌르에서 아그라까지 스무시간여동안 버스를 탄 경험에 기대고 이제까지의 나를 믿으며

낯선 모험의 세계로 나섭니다.

 

 

 

INTO TIBET..

 

설마 저것이 라사행 버스인가..

 

불행하게도 예상은 빗나가지 않아서 곧장 폐차장으로 가면 딱 알맞을 차가 바로 라사까지 갈 버스입니다.

27만원이나 주고 산 퍼밋이 어이없습니다. 외국인이라고는 달랑 우리 셋.

황당해하며 버스에 오르니 현지인 승객들이 키득거리며 한마디씩 합니다.

 

혼자 누우면 겨우 될듯한 자리가 2인용이라구..?

더욱이 길이가 짧아 누우면 고개는 모로 돌리고 허리는 굽히고 다리는 오므려야만 합니다.

이불은 바로 넝마주이에게 던져주면 안성마춤일 것같습니다.

저 이불이 이틀밤 추위로부터 나를 보호해줄 보호막이라는 것이 믿기질 않습니다.

버스 지붕에는  피난민 행렬처럼 승객들의 보따리들이 잔뜩 실려 있어 자리를 잡지 못한 배낭을 

그렇지 않아도 좁은 발치에 둡니다.

 

오후 3시 50분, 어쨌거나  버스는 라사를 향해 출발합니다.

하지만 20분쯤 갔을 때 기름을 넣어야겠다며 주유소에 멈춥니다.

30분쯤 정차한 뒤 다시 출발한지 10분쯤 가서 이번에는 수리점에 들러 타이어를 교체합니다.

시작부터 고물차의 진면목을 과시합니다.

헌데 이게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밤9시.

저녁 기운이 감돌기는 하지만 여전히 환합니다.

다들 준비해온 것으로 저녁을 먹고 들판 화장실에서 볼일을 봅니다.

하지만 뭐든 먹기만하면 바로 게워낼 것같아 아무것도 먹지 못합니다. 

 

밤새 한숨도 못잤습니다.

고개 한번 편히 할 수없고 허리 한번 곧추 세울 수없고 다리 한 번 쭈욱 뻗을 수 없습니다.

버스는 잠시도 쉬지않고 덜컹거리고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머리 통증도 심해집니다. 

폐차장으로 직행해야될 차답게 매연이 갈라진 바닥틈으로 스멀스멀 올라오고 그도 모자라 남자승객들은 신나게 담배를 피워댑니다.

 

어디만큼 왔을까..

 

알 수 없습니다.

기름을 넣기 위해, 타이어를 고치고 차를 수리하기 위해, 검문을 받기 위해, 식사를 하기 위해, 대소변을 위해  그리고 무수한 알 수없는 이유로

운전사가 자리를 비워서 버스가 쉬기를 밥먹듯햇습니다만 그래도 가기는 가고 있습니다.

 

어디만큼 왔을까...

 

아침 11시쯤 탕글라(5180)에 도착합니다. 머리가 터질듯합니다.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이~"처럼 하늘은 푸르고 청정한데 자연을 즐길 여력이 없습니다.

고산병에 도움이 된다는 속설을 굳게 믿으며 콜라를 마시고 물도 양껏 마시고 산소호흡을 하고 이중삼중으로 갖은 애를 써보지만

5180m입니다. 배고파서 빵을 조금 뜯었지만 다 게워내고야 말았습니다.

 

가도가도 황무지.

티벳이 중국 전체 면적의 사분의 일을 차지하고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12배라지요.

땅덩이는 큰데 풍경은 황량하기 그지없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설산들이 문득 나타났다가 사라지더니 한동안 다시 나타나기도 합니다.

설산과 푸른 하늘의 어우러짐은 아찔할 정도로 아름다운데

몸은..지옥입니다.

 

"산소가 부족해, 산소가 부족해!!"

아우성치는 수많은 뇌세포들이 급기야는 바늘끝으로 두피를 꼭꼭 찌르며 더이상 못살겠다며 탈출구를 찾겠노라 난리입니다.

뇌세포 하나하나가 일시에 터져나온 것같습니다.

 

티벳탄 여인이 뭐좀 먹어야하지 않겠냐고 몸짓합니다.

아파서 아무것도 못먹겠다고 하니 그녀가 두통약을 내밉니다.

그녀에게 라사에 도착하려면 얼마를 더 가야하는지 묻습니다.

20시간. 그렇담, 내일 아침 8시면 라사에 도착하는구나..

 

다음 날 아침 8시가 지나 9시가 넘었습니다만 라사에 도착할 조짐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새벽녘 도착한 마을에서 약을 준 여인이 내렸고 간간이 마을도 보이고 자전거를 탄 사람이 지나가기도 합니다만

라사의 조짐은 아직도 입니다.

버스는 여전히 달리다 쉬다를 반복합니다.

 

궁금하여

묻습니다.

 

이번에는 3시에 도착할 거라 합니다. 지금이 11시니까 4시간만 있으면 됩니다.

벌써 43시간째 매연과 담배 연기와 가래와 희박한 산소가 가득한 고물 버스를 타고 달리고 있습니다.

노랑 물감을 뿌려놓은듯 유채밭이 한없이 펼쳐지더니 다시 예의 비포장도로가 이어집니다.

끝이 없을 것같은 길입니다.

 

그 사이 배낭은 사람들에게 짓밟히고 가래침에 담뱃재까지 뒤집어쓴채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그건 바닥에서 올라오는 매연을 고스란히 뒤집어쓴 배낭 주인도 마찬가지어서 얼굴이며 손발이 새까맣습니다.

 

라사가 있기는 있는걸까.

아니야, 라사는 이 세상에 없어.사람들이 꾸며낸거야.

나처럼 궁금한 이들이 천리길인지 만리길인지도 모르고 찾아나서도록 꼬드긴거야. 그러니 가도가도 안나타나잖아.

꼬드김인지도 모르고 속아서 멍텅구리 차에 실려 찾아나섰으니...조금 있으면 운전사가 한마디하겠지.

아무리 가도 안나타나니 여기서 그만 내려달라고...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알 수없는 낯선 땅 한가운데서...

 

...의심은 깊어만 갑니다.

 

더이상 게워낼 것이 없어 신물만 게워내고 기진맥진합니다.

시계를 열두번도 더 보지만 겨우 한시간을 더했을 뿐입니다.

 

양치하고 세숫비누로 뽀득뽀득 손발 닦고 샤워하고 옷갈아입고 온전히 눕고 싶어...

 

간절함이 더할수록 길은 끝간데없이 이어지고 덜컹버스는 시속 5킬로미터인지 6킬로미터인지 알 수없는 속도로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사실은 분명합니다.

 

"오늘은 이 버스에서 안잔다"

"버스는 가고 있다. 그것도 앞으로!!"

 

마침내 라사에 도착했습니다.

꺼얼무를 떠난지 48시간 20분만입니다.

 

키레이 호텔에 숙소를 정하고 인간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예상한대로 라사에서 비자연장이 여의치 않습니다.

오전내내 공안국에서 기운을 뺀뒤 기진맥진하여 숙소로 돌아옵니다.

 

고도가 높은 탓에 구름은 손을 뻗기만하면 닿을 듯한데...

 

 

 

 포탈라궁

 

겐센스님이 포탈라궁 관세음전에서 반기십니다. 그의 이름은 행운을 의미합니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남한이냐 북한이냐 묻기에 일행인 소휘를 가르키며 소휘는 남한, 저는 북한에서 왔다니까

웃으시며 한국에서 왔구나 하십니다.

 

포탈라궁은 7세기 송첸감포 시대에 지어져서 17세기 5대 달라이라마가 지금의 규모로 확장했답니다.

14대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망명하기전까지 달라이 라마의 거주지로 정치적. 종교적 행사가 행해진 곳입니다.

궁은 크게 붉은 궁red palace과 흰궁white palace으로 나뉘고 다시 주거지역과 사원, 무덤, 스님들의 기숙사 등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옥상에서 본 라사는 아름답습니다.

멀리 보이는 조캉사원, 포탈라궁앞 광장, 하늘, 산, 땅...

여전히 광장앞에 서 있는 인공기가 눈에 거슬리고 공사한다고 여기저기 파헤쳐놓은 길과 함부로 헐은 집들이

파란 하늘과 융기와 침식으로 형성된 기기묘묘한 산과 불협화음을 이루는 현대식 건물들이 이질적이어도

포탈라 옥상에서 바라본 라사는 아름답기만 합니다.

 

후득후득

지나가는 비인가 했는데 제법 빗줄기가 굵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맥주 두 병을 삽니다.

여행담을 안주삼아 맥주를 마십니다. 맥주에 취했는지 여행담에 취했는지 말이 많아집니다.

밤이 깊도록 빗줄기가 그칠줄을 모릅니다. 

 

평소에는 25위엔하는 달라이라마의 여름궁전이 일요일에는 1위엔이라기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노블랑카로 갑니다.

1시간을 걸어 노블링카에 도착해보니 기대와는 달리 일요일도 입장요금은 25위엔입니다.

에고~

 

지금보다 훨씬 무성했을 나무들,

투명한 햇빛에 반짝였을 잎사귀며 꽃들이 피워냈을 환희!

 

해질녘 조캉사원에 가보셨나요.

조캉사원을 둘러싼 바코르를 순례하는 순례객들에 섞여 코라를 돕니다.

남대문 시장에 버금가는 짙은 삶의 향기와 '옴마니밧메홈'을 외며 수없이 오체투지를 하고

마니차를 돌리며 코라를 도는 이들의 종교적 경건함이 어우러지는...

 

청뚜에서 유학중인 분의 도움을 받아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4일동안 공안국으로 출근했지만

겨우 5일후에 떠나라는 융통성없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5일 비자연장을 해 준 대가로 80위엔을 내고 말입니다.

있는대로 맥이 빠져 숙소로 돌아와 대책없는 잠속으로 빠져듭니다.

 

오늘이 라사에서의 마지막날입니다.

어젯밤 내내 내린 비가 아침이 열리도록 그칠줄을 모릅니다.

 

같은 숙소에 묵은 창일씨는 꺼얼무로 떠납니다.

섭섭함을 달래며 아침을 함께 먹습니다.

서걱이는 밥알들 아니 죽알들...

 

서둘러 결혼날짜 잡고 식올리는 여자처럼 드레풍사원에도 가고 세라사원과 간덴사원에도 갑니다.

처음으로 투어버스를 타며 권리를 있는대로 누립니다.

안내를 맡은 친구는 티벳청년 텐진입니다. 그는 신심이 굳고 조국을 향한 애국심도 강합니다.

 

네팔을 향해 빗속을 출발합니다.

운전사 텐진아저씨,일로평안 부탁드립니다.

 

일곱명이 어깨와 어깨를 겹쳐가며

다리와 다리를 부딛쳐가며.. 

 

시가체에서 점심을 먹고 라체를 지나 쉐가르(4050)에 밤 10시에 도착합니다.

12시간을 달려왔습니다.

우박이 두둑두득 쏟아지고

한없이 계속될 것만 같은 황량함은

집이 서너채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녹색의 향연으로 바뀝니다.

손을 뻗기만 하면 잡힐듯한 구름이 흘러갑니다.

 

하늘가는 길을 아시나요.

쉐가르(3050)~팅그리(4390)~라룽라(5200)~니얄람(3750)~장무(2300)

 

날개달린 씽씽카처럼 힘껏 솟구쳐 하늘로 날아오를듯 합니다.

구름 속을 헤치며 고봉사이를 누비고 달립니다..

 

하늘과 땅이 하나입니다.

운무사이로 폭포수가 힘차게 떨어지고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가는 길은 몇 개의 산을 훠이훠이  돌아가야하지요.

길은 끊길듯 이어지고 선경속에서 세월가는줄 모르고 있자니 어느새 장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