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바히르다르,에티오피아-2010

나는 걷는다 2012. 8. 7. 11:01

 <바히르다르>

 

에티오피아 산천은 광활하다.

우리나라 산처럼 한 번 올라가볼까하는 생각이 드는 친근하고 수더분한 산이 아니다.

인가 한 채 보이지 않는 광활한 대지에 웅장하게 서 있다.

마치 물도 없고 길도 없고 마을도 없는데 한 번 올라오려면 올라와보라는 투다.

 

 

 

 

아디스아바바에서 북쪽으로 450km 떨어진 바히르다르까지 가는 도로는 양호하다.

도중에 버스가 고장으로 잠시 멈춘 것말고는 쌩쌩 달려 12시간만에 바히르다르에 도착했다.

 

이미 낯선 도시엔 어둠이 내려앉았다.

더 늦기전에 숙소를 찾아야하지만 어두운 골목을 돌고돌아 작정하고 찾아간 곳은 이미 만원이다.

 

여행자들이 숙소에 딸린 식당에서 느긋하게 맥주며 음식을 먹고 있다.

오늘 새벽부터 동당거리느라 하루종일 끼니를 제대로 먹지 못했고 목도 마른터라 맘같아서는

테이블 하나 차지하고 앉아 맥주를 곁들어 푸짐하게 저녁을 먹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숙소 찾는 일이 먼저다.

 

어둠이 짙어갈수록 조바심이 날 법도 하건만 마음 깊은 곳은 외려 느긋하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적당한 숙소를 찾을 것이며

12시간을 딱딱한 직각 의자에 앉아서 온 고단한 몸을 침대에 뉘일테니까.

 

가로등이 있는 중앙거리로 나와 두리번거리며 숙소들을 탐문한다.

그리고 맞춤한 숙소를 찾아냈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깐..

 

 

 

 

어젯밤 도착했을 때는 어두워서 잘 몰랐는데 아침에 거리로 나오니 도시가 깨끗하고 가로수가 잘 정비되어 있다.

단박에 바히르다르가 좋아진다.어수선하고 복잡한 아디스아바바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어제의 여독은 눈녹듯 사라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밥집을 찾아 인젤라를 주문한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얼큰한 닭고기 소스를 곁들여먹는 시큼한 인젤라가 맛.있.다.

 

바히르다르에 있는 타나호수lake Tana는 에티오피아 최대의 담수호이자

아프리카에서 제일 큰 빅토리아 호수 다음으로 큰 호수다.

 

파피루스로 만든 배를 타고 할아버지 한 분이 호수에서 고기잡이를 한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배가 뒤집히거나 물이 들이찰 것같아 조마조마한데 할아버지의 몸짓은 유유자적해 보인다.

부리가 긴 펠리컨들도 유유히 호수 한켠을 오가다 날개를 활짝 펴고 물을 박차며 날아오른다.

 

바히르다르에 며칠 머무는 동안 에티오피아가 한결 편하게 다가왔다.

인젤라와 친해지고 동네를 구경하다 조용한 찻집에서 진한 에티오피아 커피를 마시고

어릴적 엄마가 밀가루 반죽을 부풀려 만들어주신 도넛을 빼닮은,

설탕을 듬뿍 묻힌 따끈따끈하고 바삭한 도넛을 어느 골목에서 파는 줄도 알고

호숫가를 느릿느릿 산책하다 덥고 출출할 때면 레몬즙을 짜 넣은 걸쭉한 과일주스를 사먹기도 한다.

 

에티오피아가 편하게 다가올수록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다음 목적지인 곤다르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