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지

설악산종주(한계령-중청-공룡능선-소공원)

나는 걷는다 2012. 10. 9. 04:37

 <설악산종주>

 

.일시 : 2012년 9월 26일 ~27일

 

.산행 : 1일: 한계령 - 한계령갈림길  -끝청 - 중청대피소 - 대청봉(1708m) - 중청대피소

           2일: 중청대피소 - 소청 - 희운각대피소 - 공룡능선 - 마등령 - 비선대 - 소공원

 

.종주거리 : 23.1km

 

.교통 : .갈때...동서울터미널-(2시간10분)-한계령

           .올때...속초시외버스터미널-미시령-동서울터미널

 

.준비물...카메라,썬크림,모자,소금(양치용,치약사용 금지), 헤드랜턴, 키친타월, 물티슈, 화장지(설거지,세수용),

              자켓(일교차가 심하다), 무릎보호대, 스틱, 버너, 코펠, 먹거리, 비닐봉지

 

. 경비....교통비: . 동서울터미널~한계령: 15500원  

                         . 속초시외버스터미널~동서울터미널: 16100원                                    

                         .기타(전철,버스비): 6000원

            .숙박비:  .대피소7000원+1000(담요 1장)

                        

 

 

<1일>

 한계령(1004m) - 갈림길 - 끝청(1610m) - 중청대피소 - 대청봉(1708m) - 중청대피소: 6시간, 8.9km 

 

들머리인 한계령에 내리자 바람이 맵다.


산아래 수더분하게 자리잡은 한계령휴게소 뒤로 난 계단은 설악의 품에 안기는 길이요 가을로 향하는 길이기도 하다.

여름과 가을사이에서 망설이고 있는 나뭇잎들과 암석들이 마치 <여기는 설악산 입구입니다>라고 일러주는 문패같다. 

 


 

 

한계령에서 바라보는 기묘한 봉우리들이 산행에 대한 기대를 한층 더해준다.

 

 


 

오~메~ 단풍 들었네..

곱게 가을로 물들어가는 나뭇잎들이 어서오라며 반갑게 손짓한다.


한계령삼거리까지는 오르막이다.

내일 예정된 강도높은 산행에 비하면 오늘은 한결 여유가 있다.



 

 

1시간 40분만에 갈림길에 도착했다.

귀때기청봉에서 오는 길과 한계령에서 올라온 길 그리고 끝청으로 향하는 길이 만나는 지점이다.


가리봉과 주걱봉이 한층 가깝게 다가왔다.

주걱봉, 이름만큼이나 재미있게 생겼다. 

산악인들 사이에서 설악의 마테호른이라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오르막이 다 했으니 이제 서북능선을 즐길 일만 남았다.


 

 

 

오늘따라 발걸음은 가볍고 시야가 확 트인 능선길을 걷는 내내 눈은 즐겁다.

 

공존.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고 설악산과 내가 공존한다. 


 

 

산행내내 입가에 웃음이 맴돈다.

 

우중산행을 했던 지리산과 덕유산종주때와 달리 하늘은 높푸르고 

일년중 가장 화려하고 멋진 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나무들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설악산 서북능선을 걷고  있는 까닭이다.

 

웃음이 비싯비싯 새어나오고 노래도 절로절로 흥얼흥얼..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달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픈 나는

오늘 세상의 축복이란 축복은 혼자 다 받은양 희희낙락이다.



 

 

어느새 끝청이다.

내가 걷고있는게 아니라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며 감탄을 하는 사이 걸음이 나를 옮겨놓고 있는 것같다.


 


 

용의 이빨모양과 같은 뾰족한 암봉들이 연이어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용아장성, 공룡의 등뼈를 닮았다는 공룡능선,

계곡 양쪽에 늘어선 기암절벽이 마치 천개의 불상같다는 천불동계곡, 화채능선...

이름만으로도 산세의 호연지기가 느껴진다.

 


 

 

곱기도 하지..

 

붉은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는 드레스만큼이나 붉은 장미 한 송이를 꽂고

탱고리듬에 맞춰 정열적으로 춤을 추는 여인같은 농익은 가을이기보다는

처음으로 화사한 분가루와 주황색 입술연지로 꽃단장을 하고 대문을 나서는 예비숙녀같은 가을날이다.

 

 

 

 

나도 가을빛으로 물든다..

 

 

 

 오늘의 목적지인 중청대피소와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청봉까지 한달음에 갈 수 있을 것같다.


중청대피소에는 나만큼이나 복된 하루를 누렸을 산객들이 먼저 와 있다.

 

배낭을 내려 놓고 대청봉에 오른다.

 


 

 

고산준령을 놀이터삼아 넘나드는 구름을 타고

 

 


 

두둥실 능선과 골짜기를 누비고 싶다..

 

 


 

언제부턴가 내게 정상은 목표이기보다는 과정을 잇는 한 지점이 되었다.

서북능선과 공룡능선을 이어주는 꼭지점, 대청봉이다.

 

 

 

 

 <2일>

  중청대피소 - 소청 - 희운각대피소 - 공룡능선 - 마등령 - 비선대 - 소공원: 10시간30분, 14.2km 

 .중청대피소 - 희운각대피소: 1시간(5:45~6:45), 희운각대피소에서 아침식사후 8시 출발

 .희운각대피소-공룡능선-마등령: 4시간(8:00~12:00), 마등령-금강굴-비선대: 3시간 10분, 비선대-소공원: 약 1시간 


5시가 조금 넘자 일출을 보려는 산객들이 주섬주섬 일어나 대청봉으로 향한다.

대청봉은 어제 알현했기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희운각으로  출발했다.


랜턴을 켜고 걸은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동이 튼다.

 

 


 

한시간만에 소청을 지나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했다.

 

오늘 하루를 잘 걸으려면 아침을 잘 먹어야 한다.

된장찌개와 따끈한 밥.. 숭늉까지 구수하다.

 

 


 

무너미고개 갈림길에서 망설임없이 공룡능선으로 들어섰다.

양폭대피소 방향에 발을 디딘채 잠시 망설이던 나홀로 산객도 마음을 굳혔는지 공룡능선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여기서부터가 그 유명한 공룡능선이란 말이지.

 

흠..시작부터 밧줄이다.

좋다.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했으니 밧줄을 힘껏 잡으려므나.

 

얼마나 만만치 않으면 5.1km에 5시간이 걸리는걸까..

 


 

 

설악의 주능을 경계로 동쪽을 외설악, 서쪽을 내설악이라고 부르는데 공룡능선은 내외설악을 가르는 분수령이다.

 

기이하고 힘찬 바위 봉우리들이 공룡의 등뼈처럼 거대하고 줄기차게 솟아있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공룡능선.

이름 한번 근사하다.




 

 공룡능선을 타는 일은 마치 거칠 것없이 우주를 휘젓고 다니다

 잠시 설악에서 쉬고 있는 공룡의 등뼈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일같다.



 

 

 공룡이 들숨과 날숨을 쉴 때마다 등뼈는 꿈틀거리고 모험을 즐기는 이들은

 더 높은 곳을 향하여 스릴감있게 오른다.

 


 

 

오호~

점입가경이다.

 

가파른 길을 올라와 숨고를 틈도 없이 감탄이 이어진다.



 

 

몇몇 산객은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신선이 되었다.

배낭 깊숙이 쟁여둔 곡주를 주거니받거니하며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노래한다.


 

 

 

공룡능선을 걷디 보먄 숨이 턱턱 막힌다고 하기에 산세가 험난해 힘에 겨워 그러는줄만 알았더니 

풍경에 취해 숨고르기가 제대로 안되기 때문이었구나..

 


 

 

구름은 산을 넘고..


 

 

 

산과 하나가 된 산객은 구름 속을 걷는다..

 


 

 

공룡능선이 끝나는 마등령이다.

이제 용의 등에서 내려와야 할 때인 것이다.


 

 

 

한바탕 자알 놀았다.

 

비선대까지 3.5km를 내려가는데 예정시간이 3시간이다.

내리막도 만만치 않은가보다.

 

 

 

비선대로 가는 길에도 진경산수화가 이어지고...


.

 

 

 비선대를 450미터 남겨두고 왼쪽에 우뚝 솟은 바위 중간쯤에 커다란 석굴이 있다.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오는 금강굴이다.


 

 

 

금강굴로 가려면 비선대로 향하는 길에서 벗어나 150m를 더 가야 한다. 왕복 300m.

하지만 계속되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하니 실제 거리는 그보다 더 길다.

 

마등령에서 내려오는동안 무릎과 발바닥이 아우성이건만 발걸음은 절로 철계단을 오르고 있다.

 

 


 

"1박 2일동안 산행을 무사히 마치게 해주신 부처님 은덕에 감사드립니다."

 


 

 

신선들이 놀다가 하늘로 올라간 곳이라하여 이름붙여진 비선대가 지척이다.

 

소공원에서 올라온 사람들에게는 설악산의 속살을 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이고

산에서 내려가는 사람들에게는 산행의 실질적인 마침표를 찍는 곳이기도 하다.

 

 


 

신선들이 인간세상에서 놀다가 하늘로 올라간 곳에서 

이틀동안 신선들의 세상에서 노닐다 내려온 나는 속세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