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지

시흥 늠내길

나는 걷는다 2013. 4. 4. 21:48

 <시흥 늠내길>

 

.'늠내'는 고구려시대의 '뻗어나가는 땅'이라는 의미이다.

.총 길이 55km이며 총 4코스로 되어 있다.

 

.1코스: 숲길,13km

.2코스: 갯골길,16km

.3코스: 옛길,11km

.4코스: 바람길,15km

 

 

<1코스>시흥시청-옥녀봉-작고개-사색의 숲-군자봉-만남의숲-진덕사-가래울마을-잣나무조림지-수압봉-선사유적공원-시흥시청

 

.날짜: 2013년 4월 4일 목요일

.시간: 5시간

.거리: 13km

.들머리: 시흥시청 정문 맞은편 정류장에서 대동아파트쪽으로 20m 지점

.교통: 안산역(맞은편)에서 30-7,61번 타고 시흥시청 하차

 

 

 

 

그동안 몇 차례 둘레길을 걸었다.

북한산 둘레길, 관악산 둘레길, 서울둘레길, 부천둘레길..

 

처음엔 둘레길을 걷는 일이 밋밋하게 여겨졌다.

산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산행에 익숙해진 발걸음은 산 허리춤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일을 낯설어했다.

산행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벼운 산책도 아니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산이며 들판,강을 곁에 두고 걷는 둘레길은 수직으로 향하는 욕망을 수평으로 뉘어놓는 일이다.

꼭지점을 향해 갈 일이 없으니 걸음은 자연스레 느긋해진다.

 

그러노라면 흙냄새 물씬나는 들판과 땅이 살아숨쉬는 갯벌,

여리디 여린 새순과 몽글몽글 피어나는 꽃망울들과 오래도록 눈을 맞춘다. 

 

 

 

 

늠내길 1코스는 옥녀봉, 군자봉, 수압봉 등 봉우리 봉우리를 이어가며 숲길이 이어진다.

봉우리를 넘으면 고개가 나오고 고개를 넘으면 맞춤한 쉼터가 있고 쉼터를 지나면 약사불을 모신 절로 향하고

절을 지나면 마을 사람들이 봄을 일구는 가래울 마을로 이어진다.

다시 봉우리와 고개를 넘으면 옛날 한 옛날에 사람들이 살았던 마을이 나타난다.

 

어느 날 먼 후손들은 집터를 발견하고 새삼 놀라고 기쁜 마음에 공원을 만들었다.

선사유적공원.

 

수천년전에 이 땅에 살았을 조상들이 집터에 불을 지피고 있는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놨지만

그 때 이 주변 풍경이 어땠을까를 가늠하려면 상상의 지평을 무한히 넓혀야 한다.

 

지금은 근처에 지은지 오래되지 않은 학교와 도서관이 있고

아파트들이 무리지어 빼곡하고 먼지를 폴폴 날리며 도로 확장공사가 한창이다.

 

 

 

 

<3코스>상대야리-여우고개-하우고개-계란마을약수터-소산서원-청룡약수터-마애상-상대야리 

 

.날짜: 2013년 4월 24일 수요일

.시간: 4시간

.거리: 11km

.교통:  전철 1호선 부천역 2번 출구(남부광장)로 나간후,근처에 있는 지하상가 17번 출구로 나가면 경원여객 버스종점이 나온다.

.들머리: 경원여객 버스종점에서 38번 버스를 타고 상대야동(꼬꼬상회)에서 하차.

             꼬꼬상회에서 횡단보도를 건넌 후,이정표를 따라가면 늠내길 3코스 안내도가 나온다.

 

 

 

 

3코스의 별칭은 옛길이다. 들머리에서 옛길을 따라 30여분 걸으면 여우고개에 닿는다.

옛날옛적 여우가 많이 출몰하였다하여 여우고개라는 이름을 얻었다.

시흥에서 부천으로 넘어가는 곳에 있어서 부천둘레길의 일부이기도 하다.

 

 

 

 

지금은 여우는 간데없고 벚꽃이며 봄기운이 만발하다.

 

 

 

 

신이 빚은 한폭의 풍경화.

티 한점 없는 파란 하늘에 늘 푸른 소나무, 눈부시게 연분홍꽃을 피워낸 벚나무 

그 아래 재잘재잘 노오란 개나리..

 

 

 

아,어쩔꺼나.

이 '젊음같은 꽃사태'를..

 

 

 

 

<4코스> 옥구공원-덕섬-빨강등대-오이도기념공원-옥구천-중앙완충녹지대-걷고싶은거리-오이도역-정왕호수공원-옥구공원

 

.날짜: 2013년 4월 9일 화요일

.시간: 5시간

.거리: 15km

.들머리:  오이도역(본래 시작점은 옥구공원이지만 교통 편의상 오이도역에서 시작해서 원점회귀)

.교통:  전철 4호선 오이도역 하차

 

 

 

 

4코스의 다른 이름은 '바람길'이다.

이름에 걸맞게 4코스를 걷는 내내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걸었다.

 

'까꿍'하며 봉우리를 벌려 여리디 여린 노오란 별모양 꽃을 피워낸 산수유가 안쓰럽다.

그래도 무리지어 있으니 덜 외롭고 덜 추울테지..

 

맵싸한 바람이 힘자랑하느라 있는 힘껏 입김을 뿜어대도

별모양 산수유는 바람이 부는대로 흔들릴지언정 쉽게 잎을 떨구지 않는다.

 

 

 

 

빨강등대가 있는 오이도 해안가에도 바람을 쐬러 나온 차들이 많다.

하지만 살랑대는 봄바람말이지 이렇게 거센 바람은 사양하겠다는듯 해안가 산책로는 한적하기 이를 데 없고

해안가 맞은편에 줄지은 해물칼국수와 회를 뜨는 식당들은 차를 타고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등대 전망대에 올랐더니 바람이 몸을 앞바다로 날려버릴 기세다.

싱숭생숭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바람난 여자처럼 머리칼이 제멋대로 흩날리다 갈퀴가 되어 얼굴을 때린다.

 

그래도

불어라,봄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