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트레킹

랑탕~고샤인쿤드~헬람부트레킹2005

나는 걷는다 2006. 6. 8. 11:46

<랑탕~고샤인쿤드~헬람부트레킹- 2005>

 

*일정13일(2005.10.24~11.05)

 

*여정:  1일: 카트만두 ~ 샤브르베시(1460) :10hrs 30min(버스), 202루피         

         2일: 샤브르베시 ~ 굼라초(2770) : 9hrs

          3일: 굼라초 ~ 겐진곰파(3800) : 8hrs 30min

          4일: 겐진곰파 ~ 가진리 ~ 겐진곰파 : 4hrs

          5일: 겐진곰파 ~ 랑탕계곡 ~ 겐진곰파 : 7hrs

          6일: 겐진곰파 ~ 림체(2440) : 6hrs 45min, hot shower 가능

          7일: 림체 ~ 툴루샤브르(2210) : 6hrs

          8일: 툴르샤브르 ~ 싱곰파(3300) : 5hrs

          9일: 싱곰파 ~ 고샤인쿤드(4300) : 5hrs 30min

         10일: 고샤인쿤드 ~ 라우리비나패스(4600) ~ 곱테(3400) : 6hrs

         11일: 곱테 ~ 쿠툼상(2470) : 8hrs

         12일: 쿠툼상 ~ 치스파니(2194) : 7hrs 15min

         13일: 치스파니 ~ 순다리잘 ~ 카트만두: 3시간 40분

   

*tIp... .샤브르베시행 버스는 NEW BUS PARK에서 출발. 하루 2회

        적어도 출발 하루나 이틀전에 버스표를 예매하는 것이 좋다.

       .고샤인쿤드는 아주 춥다. 방안의 물과 수건이 얼었다.

       .곱테-숙소 단 두곳, 주인이 같아 독과점, 불친절하고 불결하고 비싸다.

       .치스파니를 막 벗어나는 곳이 시바프리 국립공원이 시작되는 곳으로 별도의 입장료 250루피를 내야 한다.

        입장료를 내지 않으려면 쿠툼상 지나 굴반장에서 다른 길로 가는 방법이 있다.

       .순다리잘은 카트만두에서 15km 떨어져있다. 미니버스 수시 운행, 20루피,1시간 소요

       .쿠툼상에서 전날 독일 트레커가 마오이스트에게 강제로 돈을 기부(?)했다.

 

 

 

 

<떠나기전>

 

.환전:$100 = 7000루피

.랑탕트레킹 퍼밋: 1000루피(퍼밋받는 곳은 한국 식당 '소풍' 맞은편에 있다)

.샤브르베시행 버스: 하루 2회,06:30,07:30,202루피

.슬리퍼와 배낭커버 구입(각각 50루피,125루피)

.오이, 삶은 계란, 사탕, 일회용 샴푸 구입

 

 

 가져갈 짐과 두고갈 짐을 꺼내 분리해놓으니 방안 가득이다.

 

 뭐가 이리 많담. 가볍게 매고 가볍게 걸어다니자!!

 

 다시 히말라야로 가는가..

 다시 그 속을 걸어다니는가..

 

 

 

 

 <1일> 10월24일 ,월요일

 .카트만두 ~ 샤브르베시(Syaphrubesi,1460),10시간30분, 202루피 

  

 4년전에 이 길을 가본 친구가 미리 말을 하기는 했다.

 길이 워낙 험하고 굽이길이라 샤브르베시까지 오면 랑탕트레킹의 절반은 한 셈이라고..

 

벌써 4년전 일이니 지금은 달라졌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기대는 깨끗이 단념하는게 좋다는걸 깨닫는다.

 

열 번이 넘는 검문으로 차는 수시로 섰다 가기를 반복하고 사람들도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정원을 진작에 초과했을 텐데도 지붕 위로, 그렇지 않아도 빽빽한 차 안으로 꾸역꾸역 사람들이 올라탄다.

 

하지만 그와 무관하게 산천은 여전히 아름답다.

카트만두 시내를 조금 벗어나자 바로 설산이 우뚝 서 있고 들판에는 곡식이 여물어가고 있다.

얼핏 보기에 아름답고 풍성해보이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누추하다.

 

둔체 입구에 다다르자 외국인도 등록을 하란다.

랑탕 퍼밋을 미리 사지 않았을 경우에 이곳에서 사야 한다.

 

둔체에서 한 시간 반을 더 가니 기다리고 기다리던 샤브르베시다.

카트만두에서 채 200킬로미터가 안되는 길을 열시간 넘게 달려서야 간신히 도착했다.

저녁 6시.

 

샤브르베시까지 오는길은 정녕 멀고도 멀다.

 

-<숙소>village view guest house'60루피,달밧 120루피,짜이 25루피,밥 한공기 50루피

 

 

 

 

 <2일> 10월25일, 화요일

 .샤브르베시(Syaphrubesi) ~ 굼라초(Gumracho,2770), 9시간

 

 트레킹 첫날.

 20여일간 티벳을 여행하고 온지라 고소걱정은 안하지만 몸이 영 뜻같지 않다.

 그동안의 운동부족을 증명이라도 하듯 계속되는 가파른 오르막이 버겁기만하다.

 

 뱀부롯지Bamboo Lodge에서 라마호텔Lama Hotel까지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느라 2시간 넘게 헉헉댄다.

 하루만에 1310 미터를 올리려니 몸이 아우성이다.

 첫날치고는 강행군이다.

 

 

 

 

라마호텔에는 롯지가 몇 있지만 한 시간 정도 더 가서 친구가 4년전에 묵었던 굼라초Gumracho에 묵었다.

안경낀 티벳탄 여인이 주인이다. 그녀 또래의 벙어리 여자가 그녀를 도와 집안일을 하고 있다.

손님이라곤 달랑 우리 둘.

볶음밥과 달밧을 기다리며 나무 연료가 툭툭거리며 타고 있는 난롯가에서 땀에 젖은 옷을 말린다.

 

-<숙소>'riverside hotel'50루피, 달밧 150루피, 짜이 30루피, 볶음밥 115루피

        호텔이라는 이름에 큰 기대를 하지 않도록!! 그건 롯지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3일>10월 26일, 수요일

  .굼라초(Gumracho,2770) ~참키Chamki ~ 겐진곰파(Genjin Gompa,3800), 8시간 30분

 

어제와 같은 가파른 오르막이 없어서 걷기가 훨씬 편하고 풍성한 가을의 향연에 눈이 있는대로 호사를 한다.

그리고 '쨍'하고 빛나는 설산.

지금은 자연의 종합선물을 음미할 때!!

 

 3시간 정도 걸어 참키Chamki를 조금 지나자 랑탕 마을이 저만치 보인다

.

 그곳에 현지인 식당이 하나 있다.

 오가는 동네 사람들이며 짐꾼이 주요 고객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주인 아주머니가 한참을 뒤져 찾아낸 외국인용 차림표를 보여준다.

로컬식당이지만 외국인은 외국인 전용 차림표에 써있는 가격을 내고 음식을 사먹어야하는 것이다.

다행히 오래전 것인지 가격표에 적혀있는 가격은 비교적 착하다. 

아주머니는 먼저 온, 함석판을 나르는 짐꾼들의 달밧을 만들고 있다.

 


 

 

삶은 감자와 달밧을 주문하고는 아주머니와 함께 집 옆에 있는 밭에서 감자를 캤다.

 

 

 

 

 한 시간 후에 성찬이 차려졌다.

 

 달밧, 삶은 감자 두 접시, 전통 술인 창chang 한 잔. 

 세상 부러울 것없는 만찬이다.

 

 이제 맘껏 즐기는 일만 남았다.

 


 

 

든든하게  먹은 밥심으로 한시간 정도 걸으니 랑탕마을이다.

우체국이 있고 롯지도 열 곳이상이나 되는 큰 마을이다.

전기도 들어오고 뜨거운 물 샤워도 가능하다. 치즈와 빵공장 간판도 보인다.

 

뜨거운 물 샤워에 대한 강한 유혹을 물리치고 겐진 곰파로 향한다.

2시간 이상을 걷는다.

구름이 빠른 속도로 몰려오고 기온은 급격히 내려간다.

 

 


  

내피 위에 재킷을 입었지만 여전히 춥고 손도 시렵다.

배낭에서 장갑을 꺼내려 했지만 마음만 급하고 손이 곱아 포기했다.

 

마지막 오르막이다. 있는 힘을 다한다.

설산도 구름에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이럴 때는 부지런히 걷는 것이 상책이다.

 

겐진 곰파에 도착하자 가는 눈발이 휘날린다.

사방이 눈천지고 설산이다.

 

로버트 아저씨와 스페인 커플도 같은 숙소에 묵었다.

장작이 툭툭 타는 난로를 가운데 두고 몸을 녹이며 이야기를 나눈다.

사방이 유리인 2층 식당 안으로 설산이 가득 들어온다

 

<숙소>'Serpa Guest House '방값 무료, 음식값 50% 할인 

 

 

 

 <4일>10월27일,목요일

 .겐진곰파(Genjin Gompa), 4시간

 

  밤새 잠을 설쳤다.

  어제 걸어온 길이 만만치 않아 피곤한데도 새벽 한 시에 깨어 다시 잠들지 못했다.

  온갖 잡념들......

 


 

 

나는 무엇에 얽매어 있는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죽음 혹은 어떤 상실..?

 

새벽녘에 설핏 잠이 들었다가 깼다. 날이 밝았다.

같은 숙소에 묵는 트레커들과 의기투합하여 짜파티와 짜이로 아침을 먹고 가진리로 향했다.

며칠전 내린 폭설이 그대로 있어 걷기가 힘들다.

 

가진리 꼭대기에 깃발이 꽂혀 있지만 멀게만 느껴진다.

더구나 최근에 그 쪽으로 간 발자국들이 없다. 아무래도 위험하다.

스페인 커플은 얼마전에 선글래스를 잃어버려 안경없이 눈쌓인 급경사를 오르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쉬운 길로 발길을 돌렸다.

앞서가던 로버트 아저씨도 가진리로 가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어느새 방향을 틀었다. 우리만 전진이다.

 

눈쌓인 급경사.

주엽이는 선글래스가 없어 햇빛이 눈에 반사되어 눈을 반쯤 감은 채로 올라갔다.

 

 


 

난 뒤숭숭한 잠자리를 떠올리며 위기를 느꼈다.

한 순간의 방심으로 매고 있던 작은 배낭이 눈 위를 구르며 급경사 아래로 굴러 내려갔다.

배낭 옆주머니에 꽂혀 있던 물병이 빠져나와 뒹군다.

다행히 가방은 얼마안가 구르기를 멈추었고, 나는 마치 내가 물병이라도 된양 안도의 한숨을 쉰다.

날쌘돌이 주엽이가 눈비탈을 내려가서 배낭과 물병을 갖고 올라왔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가진리 정상을 앞에 두고 발길을 돌려 능선길을 찾아 눈 위를 걸었다.

 

 

 

 

햇볕이 뜨거워지고 눈이 녹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아도 자꾸 미끄러져 한 걸음 떼기가 아슬아슬하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게 상책이다.

그렇다고 마음만 급해서 서둘렀다간 균형을 잃고 미끄러져 더 낭패다.

천천히, 침착하게 그리고 가능한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간신히 능선에 올라섰지만 눈으로 뒤덮인 탓에 양옆으로 미끄러지지않기 위해 있는대로 신경을 곤두세웠다.

마침내 스페인 커플이 택한 뷰포인트에 도착했다.

 

 


 

스페인 커플과 로버트 아저씨는 벌써 내려갔는지 안보이고 몇 명의 트레커들이 풍경을 즐기고 있다.

온세상이 눈천지다.

 

조금전까지 아슬아슬했던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여유를 부린다.

 
한 숨 돌리니 이제 내려갈 일이 남았다.

이미 눈이 상당히 녹아 길은 더 질퍽거리고 미끄럽다. 그리고 급경사.

이미 신발 안과 양말은 흠뻑 젖었다.

 

아찔한 4시간의 산행.

 


 

  

이제 남은 일은 햇빛을 즐기며 점심 먹기.

해바라기 하며 차 마시기.

그리고 마을 뒤로 우뚝 솟아있는 랑탕리룽(7284) 즐기기...

 

   

 

 <5일>10월 28일,금요일

 .겐진곰파(Genjin Gompa,3800) ~ 랑탕계곡 트레킹, 7시간 

 

로버트 아저씨는 말타고 빙하까지 한 바퀴 돌려던 계획을 바꿔 내려갔고, 우리는 예정대로 강을 따라 계곡 깊숙이 들어갔다.

이른 아침이라 쌓인 눈이 녹지 않아서 걷기 편하다. 길도 순탄하여 강따라 길따라 계속 걸었다.

 

눈길을 세시간 정도 걸으니 체력이 떨어졌다.

하얗게 눈덮인 앞쪽 등성이에 깃발이 꽂혀 있다. 아마 이쪽 트레킹의 전환점인 듯하다.

 


 

 

주위에 6000미터급 산들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모리모토(6750), 랑시샤리(6427), 강첸포(6387)..

 

며칠전 엄청나게 내린 눈으로 하얀 새옷으로 갈아 입은 설산들의 자태는 그만이다.

샬바춘 빙하까지 가는 것이 목표지만 적어도 30분이상을 더 걸어야 하는데다 먹거리도 떨어지고 체력도 바닥을 보인다.

 

 

 

 

가는 것은 갈 수 있지만 오는게 문제다.

벌써 눈이 녹고 있으니 빙하까지 갔다 올 때쯤이면 눈이 녹을대로 녹아 흙과 범벅이된 진창길을 걸어야하기 때문이다.

이제 열 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벌써 눈이 많이 녹아 푹푹 빠지고 미끄러지기 일쑤다.

 

깃발이 꽂혀있는 곳까지 올라갔다.

겐진곰파에 트레커들이 꽤 있건만 쌓인 눈때문인지 오는 동안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되돌아오는 길.

열심히 눈천지 속을 걸어보지만 좀처럼 걸음이 줄지 않는다.

 

집에 오니 2시.

꼬박 7시간을 걸었다.


 

 

 

  

 

 

 

 <6일>10월 29일,토요일

 .겐진곰파(Genjin Gompa,3800) ~ 림체(Rimche), 6시간 45분

 

 하산.

 내려가는 발걸음이 사뿐하니 가볍다.

 힘겨운 오르막을 올라온 자만이 누릴 수있는 특권이다.

 


 

 

 특권을 마음껏 누리며 설산을 배경삼아 걷는다.

 현란하고 풍성한 가을 수채화가 펼쳐지다가 나무이끼가 축축 늘어진 원시림 속을 지나기도 한다.

 

 


 

지난 번 묵었던 굼라초를 지나 라마호털에서 쉬어간다.

계속되는 내리막에 오른쪽 엄지 발가락에 큰 물집이 잡혔다.

왼쪽 발가락에도 물집에 두어개. 림체까지 살살 달래며 온다.

 

로버트 아저씨가 소개한 <가네쉬 뷰 게스트하우스>.

열여섯 살인 주인집 딸아이의 얼굴이 마당 한켠에 소담스레 피어 있는 노란꽃만큼이나 예쁘다.

 

집앞 비탈밭에는 잎 푸른 채소들이 싱싱하다.

무엇보다 그동안 제대로 하지 못한 hot shower를 하고

직접 재배한 야채가 풍부하게  들어간 야채볶음밥을 먹으며 몸도 마음도 쉬어간다.

 

-<숙소>'Ganeshe View G.H.'

 

 

 

 <7일> 10월 30일, 일요일

 .림체(Limche) ~ 툴르샤브르(Thulo Syaphru,2210), 6시간

 

<가네쉬뷰 게스트하우스>의 열살 먹은 똘똘한 아들이 만들어 온 나무지팡이에 의지해 물집이 잡힌 발을 달래며 걷는다.

천천히 걸으니 한결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다리에도 무리가 덜가서 걷기에 편하다.

 

랜드슬라이드 찻집에서 15분쯤 내려오면 갈림길이 나온다.

한쪽은 샤브르베시로, 다른 한쪽은 툴루샤브르로 가는 길이다.

 

툴루샤브르로 가는 길로 접어들자마자 가파른 오르막이다.

오르막이 꽤 긴데도 힘이 덜 드는 것은, 전적으로 지팡이를 만들어준 꼬마 덕분이다

 


 

 

긴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에서 한 숨 돌리고 다리를 건너니 다시 오르막이다.

 

 림체에서 멀리 건너다보였던 마을이 점점 가까워진다.

 트레킹이후 처음으로 농사를 짓고 밭을 일구는 마을을 만났다.

 


 

 

 

 집집마다 창chang이 익어갈 듯한 마을이다.

 

 

-<숙소>'Yak Hotel'50루피, 달밧130루피,볶음밥90루피

 

 

 

 

 <8일>10월31일, 월요일

 .툴루샤브르(Thulo Syaphru,2210) ~ 두루상가(Dursanga) ~ 싱곰파(Sing Gompa,3310), 5시간 

 

 툴루샤브르에서 두르상가Dursanga까지는 계속되는 오르막이다.

 2시간여를 올라왔는데도 샤브르가 지척인듯 내려다보인다.

 

 


 

 차도 팔고 과자도 파는,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는 아저씨가 찻집 주인이다.

 아저씨는 속세의 욕망을 모두 내려놓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가 건네는 차도 조금 엷고 담백한게 영락없이 주인을 닮았다.

 


 

 

울창한 삼림 속, 계곡따라 올라가는 일이 한도 끝도 없어 보인다.

판다Panda까지 2시간 여를 올라오자 비로서 시야가 탁 트인다.

가네쉬히말과 랑탕리룽 2가 선명하게 보이고 티벳쪽 산들도 손에 잡힐 듯 가깝기만하다.

 

 

 

 

여기에서부터 싱곰파까지는 룰루랄라 오솔길이다.

한시간 반 걸린다는 싱곰파에 45분만에 도착했다.

 

그런데 우리의 길잡이인 트레킹지도를 판다에 놓고 왔다.

그렇다고 지도를 찾기 위해 한 시간 거리를 다시 가는 것은 둘다 반대다.

 

 


 

트레킹 8일째.

 

 주엽이는 왼쪽 어깨와 (햇빛에 반사되어)오른쪽 눈이 아프고 오른쪽 윗입술 주위에 작은 물집들이 수없이 생겼고

 입술은 부어 오르고 아랫 입술은 새까맣게 탔다. 물론 콧등과 얼굴도 많이 탔고 볼은 쏘옥 들어갔다.

 나도 볼이 쏙 들어가고 얼굴이 탔으며 아랫입술이 검게 변했고 손등도 까맣고 양쪽 발에는 물집이 잡히고 피멍이 들었다.

 

 둘다 조금 지치고 피곤하기도 하다.

 


 

 

그래서인가.

사소한 일로 툭탁거렸다.

그동안 '옴마니밧메홈'을 외며 히말라야를 순례하는 마음으로 걸은 일이 도로나무아미타불이 되는 순간이다.

 

-<숙소>'Green Hill G.H'달밧 130루피,볶음밥 110루피

 

 

 

 

 <9일>11월 1일, 화요일

 .싱곰파(Sing Gopa,3310) ~ 고샤인쿤드(Gosain kund,4380), 5시간 30분

 

싱곰파에서 고샤인쿤드로 가려면 고도를 1000미터 이상 높여야 한다.

눈천지 능선너머로 아스라히 앞서가는 다른 트레커들을 보고 있노라면 고산등반을 하고 있는 전문 클라이머같다. 

 

4000미터를 넘어서니 수목한계선이다.

울창한 숲지대가 끝나고 낮은 잡목지대가 시작된다. 

그리고 오르막.

 


 

 

쌓인 눈이 녹지않아 무릎까지 푹푹 빠졌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맞은편에서 오는, 모자에서 발끝까지 완전히 겨울등산장비로 무장한 트레커와 스쳐 지나간다.

가볍게 눈인사를 건네는데 어딘가 낯익다.

어라, 겐진곰파에서 만났던 스페인 커플이다. 고샤인쿤드에서 오는 길이란다.

그들은 고샤인쿤드에도 눈이 많이 왔다며 라우라비나 패스를 넘는 일이 쉽지 않을 거란다.

 

가보면 알 일이다.

그들과의 짧은 해후를 뒤로 하고 고샤인쿤드로 향한다.

 

 


 

 바람이 매섭다.

 고샤인쿤드에 도착해서 양말과 신발을 말리기도 전에 해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바람은 더 거세게 분다.

 


 

 

 성스러운 호수Holy Lake 주변을 산책한다.

 다른 트레커들도 고소적응을 하려는듯 단단히 무장을 하고 둘씻 셋씩 짝을 지어 호수 주변을 산책하고 있다.

 호수 가장자리가 살짝 얼었다.

 

내일 넘어갈 하이캠프는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어 길을 찾을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숙소에 딸린 식당은 난로를 중심으로 조금이라도 온기를 느껴보려는 트레커들로 북적인다.

 이곳에서도 이스라엘 아이들은 조금도 양보와 배려할 마음이 없다는듯 난로 주위를 에워싸고 꼼짝 안하고 있다.

 

 나무판자를 조각조각 대어 만든 방은 한 데를 간신히 면한 정도다.

 나무 틈으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은 아무리 침낭과 담요 자락을 여며도 어느 순간 헤집고 들어오고

 야외 화장실에 떠다놓은 양동이에 담긴 물도 꽝꽝 얼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방안에 있던 물기젖은 수건은 돌덩이가 되어 있다.

 

-<숙소>'Holy Lake View G.H.'

 

 

 


 <10일>11월 2일,수요일

 .고샤인쿤드(Gosain Kund,4380) ~ 하이캠프 ~ 라우리비나패스(Lauribina, 4600) ~ 곱테(Ghopte,3400), 6시간

 

눈덮인 4600미터 고개를 넘는다는 긴장감이 도는 아침이다.

 

 

 

 

 단체로 트레킹중인 열세 명의 독일 트레커 일행의 짐꾼들이 길을 내며 앞서 갔다.

 길은 시작부터 오르막이다.

 

 


 

 고샤인쿤드에서 하이캠프까지는 300미터이상을 올라가야한다.

 눈으로 뒤덮여 길이 사라진 곳에 길을 내며 간 앞선 이들의 발자국이 그저 고맙고 반가울 뿐이다.

 

 예년보다 일찍 3박 4일간 퍼부었다는 눈은 벌써 열흘이상 지났는데도 거의 녹지 않아 어느 곳은 허리까지 오기도한다.

 다행히 아침이라 눈이 녹지 않아서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라우라비나 패스에서 바라보니 사방 천지가 눈세상이다.

 기도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4600미터인 라우라비나 패스에서 사진을 찍으며 그 시간 속에 오롯이 있는 나를 새긴다.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고도를 조금씩 낮춘다.

눈이 서서히 녹으면서 걷는 속도도 빨라졌다. 가능한한 빨리 이 곳을 벗어나고 싶다.

 

게다가 긴 돌밭길은 걷는 일 자체를 힘겹게 한다.

페디Phedi를 지나자 이번에는 안개세상이라 한치 앞이 안보인다.

 

곱테Ghopte까지는 세시간정도 걸린다고 한다.

아직 갈길이 멀다.

 

투둑투둑.

싸래기가 손등에, 콧등에, 목에 떨어졌다가 금세 녹았다.

 

1시 45분. 곱테.

곱테에는 숙소가 두 곳 있는데, 주인이 같아 독과점이다.

그래서 당연하다는듯 불친절하고 불결한데다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마음같아서는 다음 구간인 타레파티Tharepati로 가고 싶지만 콩알만한 싸래기들이 줄기차게 양철지붕을 때리고

 하늘과 땅은 온통 안개와 구름 천지라 두시간 삼십분 이상을 더 가기에는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묵기로 했다.

 

들은 그럴줄 알았다는듯 의기양양이다.

이런 날씨에 너희들이 가긴 어딜 가겠냐는 표정이다.

우리가 온 뒤에도 여섯명의 트레커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들어왔다.

 

-<숙소>방값:100루피, 이불 25루피, 달밧 160루피, 볶음밥 120루피, 뜨거운물 한잔 25루피..

 

 

 

 <11일>11월 3일,목요일

 .곱테(Ghopte,3400) ~ 쿠툼상구(Kutumsangu,2470), 8시간

 

 곱테에서 타레파티로 가려면 아래로 내치다가 다시 산등성이로 올라가야한다.

 타레파티는 등성이에 자리잡고 있어 멋진 전망을 즐기기에도 좋다.

 

 아침에 안개가 걷힌 덕분에 맞은편 산 중턱에 있는 타레파티가 한눈에 들어온다.

 타레파티는 주변 설산들을 조망하가에 더없이 안성맞춤이다.

 어제 넘어온 라우라비나패스드 선명하게 보인다.

 내 발로 걸었는데도 남의 발을 빌린양 높아만보이는 패스를 넘어왔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이제부터 내리막이다.

오르막은 체력이 문제라면 내리막길은 급경사를 내딛을 때마다 다리와 무릎에 오는 하중이 부담스럽다.

앞으로 쏠릴대로 쏠린 발가락들의 아우성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럴땐 가끔씩 나타나는 오르막이 오히려 반갑다.

 

힘들게 올라온 오르막으로 인해 내려갈때는 룰루랄라 여유를 부리면서 내려갈 수도 있으련만

급경사 돌길에 나도모르게 아이구 소리가 절로 나온다. 걸음이 서서히 더뎌진다.

아침에 먹은 서양식 죽-포리지-으로는 5시간이상 에너지를 내기가 힘들다.

 

 

 

 

발가락에게 휴식을 주고 배도 채울겸 게스트하우스를 겸하는 허름한 식당에서 삶은 감자를 주문했다.

엄마가 음식을 만들러 부엌으로 들어가자 아이는 심심한나머지 뾰루퉁해졌다.

 

 

 

 

구툼상구까지는 아직도 한시간 반을 더 가야한다.

산등성이를 넘고 산모롱이를 돌아 오솔길을 지나고 돌길을 거쳐 마을로 들어섰다.

 

어제 도착한 독일 트레커는 숙소로 찾아온 마오에게 천루피를 뜯겼단다.

마오들이 여전히 활개치는 곳이지만 난 마오들에게 돈을 줄 마음이 조금도 없다.

그러니 마오들이 깨기전에 내일 아침 일찍 조용히 이곳을 빠져나가야겠다.

 

-<숙소>'나마스떼롯지'70루피,달밧130루피,볶음밥130루피,짜30루피.. 

 

 

 

 

 <12일>11월 4일,금요일

 .쿠툼상구(Kutumsangu,2470) ~ 치플링(Chipling) ~ 파티반장(Patibhanjyang) ~ 치스파니(Chispani,2194),7시간 15분 

 

 다른 날보다 한시간 일찍 출발했다.

 어제에 비해 발걸음이 가볍고 상쾌하다.

 마오들을 피해 빨리 마을을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은 더 빨라진다.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산을 하나 도니 굴반장Gulbhanjyang이다.

 구멍가게와 작은 식당들이 있고 농사를 짓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마을다운 마을이다.

 

 

 

 작은 구멍가게에 들어가서 삶은 계란을 주문했다.

 숙소에서는 한 개에 35루피하는 것이 여기에서는 10루피다.

 5개를 삶았다. 그리고 내친김에 계란프라이도 주문했다.

 한 잔에 5루피하는 짜이도 두잔씩 마시면서 희희낙락이다.

 


 

 

 파티반장Patibhanjyang에도 굴반장처럼 구멍가게와 식당이 있다.

 콜라를 각자 한 병씩 마신다.  

 한국에서는 일년에 한 모금 마실까말까인데 지금은 꿀맛이다.

 

 


 

 파티반장에서 치스파니Chispani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다.

 파티반장에서 한시간 반정도 올라가면 치스파니다.

 

 


 

 마을 입구에서 다시 콜라 한 병.

 하루 일과가 끝나는 순간이다.

 

-<숙소>'안나푸르나마운틴뷰호텔'50루피,hot shower, 달밧150루피,볶음밥 90루피,짜이 30루피

 

 

 

 

 <13일>11월 5일,토요일

 .치스파니(Chispani,2194) ~ 순다리잘(Sundarijal) ~ 카트만두, 3시간 45분 + 1시간(버스) 

 

트레킹 마지막날이다.

 

 치스파니가 선사하는 히말라야 전경을 마음껏 즐긴다.

 마나슬루, 안나푸르나, 가네쉬히말, 시샤팡마..

 

 


 

치스파니를 벗어나는 지점은 시바프리 국립공원이 시작되는 곳이기도하다.

마을을 막 벗어나려는데 티켓매표소가 있다.

시바프리국립공원 입장료를 받는 곳이다.

외국인은 250루피, 현지인은 10루피.

세시간정도 통과만 하면 되는데 250루피나 내야되는게 부당하게 여겨진다.

 

트레킹 마지막날이라 돈이 다 떨어졌다며 버티기 작전으로 나갔다.

표를 파는 군인은 자기도 어쩔 수 없다하고 지켜보는 다른 군인들은 재미있어한다.

 

일단 착하게 생긴 표파는 군인에게 사탕 두 알을 건내며 화해무드를 조성했다.

그는 뇌물이 아니라는 다짐을 받은 후에야 웃으며 사탕을 받았다.

잠시후 조금 직급이 높은 군인이 와서 네팔 왕국의 정책이라며 공원 입장권을 사야한다고 말했다.

 

3시간 통과비용이 250루피.

이미 랑탕트레킹 입장료 1000루피를 낸터라 이중으로 돈을 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여분 후에 조금전 이야기를 나눈 군인이 총대장에게 얘기해보라며 같이 가잔다.

최고 책임자는 네팔사람답지않게 체구와 골격이 정말 총대장답다.

그는 사정 얘기를 듣더니 시원시원하게 무사통과하란다.

그리고 순다리잘에서 표를 확인하는 곳에도 연락을 해놓겠다며 굳은 악수를 청했다.

게다가 주엽이의 부어오른 입언저리 물집들까지 걱정해준다.

대장님, 고맙습니다!!

 

시바프리산을 넘어 순다리잘까지는 꼬박 4시간이 걸렸다.

휴일이어서인지 음료수며 먹거리, 기타, 워크맨을 싸들고 공원으로 놀러오는 현지인들이 많다.

 

순다리잘Sundarijal에는 카트만두행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15킬로미터, 버스로 한 시간이면 카트만두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