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2011>-
.일정: 2011.3.8-2011.4.4(28일)
.여정: (방콕) - 양곤 - 바간 - 만달레이 - 인레호수 - 양곤 - (방콕)
.화폐단위: kyat(짯)
.환율: $1=850~880짯(거리환전상,2011.3월 현재)
.환전: .ATM은 없다.
.은행에서 환전할 경우,엄청 손해이기 때문에 숙소에서 하거나 보족 아웅산시장 환전상에게 한다.
.환전시 $100짜리 신권지폐가 가장 환율이 좋다.
예를 들어 $100 신권화폐일 경우, 88000짯을 받을 수 있지만 $50화폐는 86000짯이다. $20,$10짜리
지폐는 가치가 뚝 떨어진다. $100 지폐라도 접힌 자국이 있거나 글씨 등이 써있으면 가치는 떨어진다.
.다른 도시에 비해 양곤이 환율이 가장 좋다.
.미얀마지폐: 지폐는 10, 50,100, 200, 500,1000, 5000(신권)짯 짜리 등이 있는데 크기도 조금씩 다르고
신권과 구권이 함께 쓰인다. 미얀마 정부가 질이 낮은 재질로 지폐를 만들기 때문인지 미얀마 사람들이
유난히 지폐를 함부로 다루기 때문인지 유통되는 많은 지폐들은 상태가 심각하다. 찢어진 곳을
테이프로 붙여 누더기를 기운 것같은 것들이 부지기수고 찢어진 그대로 사용되는 것들도 많다.
더이상 찢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예 비닐봉지에 밀봉하기도 한다.
거스름돈을 받을 때 지폐가 심하게 훼손됐다고 생각되면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좋다.하지만
바꾼 지폐도 별 수없기는 마찬가지다.
.물가: .교통비와 먹거리는 짯으로,숙박비와 입장료,공항세($10)는 달러로 받는다.
.교통비와 숙박비, 입장료 등은 이중요금을 받는다.
.교통비의 경우 외국인이 현지인 가격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 가격에 사기 힘들다. 할인도 안되고..
.입장료 - 쉐다곤페야($5), 바간입장료($10), 만달레이 통합입장권($10), 인레입장료($5)...
.비자: .사전비자를 받아야 한다. 28일 단수비자
.태국에서 받을 경우, 받은 날로부터 한 달안에 입국해야하며 비자비는 810바트(약 $27)
.라오스나 다른 나라에서 받을 경우 3개월안에 입국하면 되고 비자비는 $20이다.
.2박 3일 소요. 사진 2장, 여권사본, 신청서
**비자상황은 수시로 변동이 있기 때문에 비자를 받기 전에 반드시 다시 확인해야 한다.
.교통비: .양곤-바간: 17000~20000짯(외국인 요금),10500(현지인)
.바간-양곤: 15000(외국인요금)
.양곤-차욱빠따웅: 8,500,10시간(MTS버스회사)
.차욱빠따웅-바간(뉴바간): 1000짯(픽업 뒷자리),1시간 40분
.바간-만달레이: 9시간,6000~7000(외국인),4000(현지인)
.만달레이-따웅지/깔로/쉐냐웅: 10000~12000(외국인요금),6500(현지인)
.쉐냐웅(인레)-양곤:14000(외국인)
.픽업: .뉴바간~니양우:500짯
.만달레이 버스터미널~시내: 500짯(앞자리),200~300짯(뒷자리)
.만달레이 시내~Amarapra(우베인다리): 200짯(8번 픽업버스),30~40분
.쉐냐웅~냐웅쉐(인레레이크): 500~1000
.보트: 마익따웅~니앙쉐: 500~1000짯(모터보트),50분
.인레스파: 외국인전용-5000짯,공동 큰탕3000짯,500짯(현지인),남녀 구분
**버스를 탈 때 에어컨 바람때문에 따뜻한 옷이나 모포가 필요하다.
.숙소: 양곤- .<마한반둘라 호텔>,$4/sgl, $7/dbl, c/b, clean, no beakfast
.<그린호텔>,$6/sgl, $12/dbl,
.<Okinawa Hotel>, $5/dorm, $20~/dbl
.뉴바간-.<Kyikymya guest house>,$8/dbl(아침식사를 안하는 조건으로 $12에서 깎았다), w/b, clean
.<New Park Hotel>, $16/dbl
.만달레이-<Garden Hotel>,$12/dbl, $8/sgl, c/b, fan, hot shower, breakfast
.<Royal Guest House>$10~12/dbl
.인레- .<Joy Hotel>,$10(흥정가)/dbl, c/b, hot shower, breakfast
.<Remember Inn>,$8/sgl, $12/dbl(방갈로)
.<Four Sisters>,$12/dbl
.<Aquaris Inn>,$10~(공동욕실)/dbl, 일주일이상 묵을 경우 할인
**미얀마 숙소들은 대개 조식 제공
.양곤공항 ~ 시내(슐레페야)
1.택시를 탈 경우...공항밖으로 나와 지나가는 택시를 흥정하는 것이 가격 협상에 유리하다.
2.대중교통편으로 갈 경우..국제선 공항을 나와서 공항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15분정도 걸으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가면 쎄마이시장이다. 시장 맞은편에서 51번 버스 를 타고 종점에서 하차.
(버스번호는 아라비아 숫자가 아니라 그들 고유의 숫자로 적혀 있다), 약 1시간 소요. 200짯
.공항근처에서 쎄마이행 썽태우를 타고 쎄마이시장까지 갈 도 있다.
<양곤yangon>
오전 7시 20분에 방콕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비행기는 연기되어 거의 2시간 후에 출발해서 약 1시간 후에 양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밖으로 나오자 후덥지근한 공기가 훅 끼쳐온다.
꼭 9년만에 다시 왔다.
공항밖으로 나와 20분정도 걸어서 쎄마이 시장 맞은편에서 시내로 가는 51번 버스를 탔다.
버스비를 내기 위해 공항에서 소액을 환전하려 했지만 공항 안에는 환전소가 없다.
하는 수없이 $1을 차비로 냈는데 차장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보고 있던 나이가 지긋한 인도계 아저씨가 대신 차비를 내준다.
"째주 띤바레~"(감사합니다)
버스 안에는 인도계 미얀마 사람들이 많다. 마치 인도에 온 것같다.
버스 상태를 봐도 인도에 온 것같다.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건만 버스수준은 예나지금이나 변함없다.
남자나 여자나 긴 치마인 롱지를 두르고 남자들은 씹으면 빨간 즙이 배어나오는 베텔을 씹어 뱉는다.
여자들은 자외선 차단과 미백을 위해 얼굴이며 팔에 따나까를 발랐다.
신축중인 높은 건물들도 있고 물가도 올랐지만 전에 비해 크게 변한 것은 없어 보인다.
9년 전에 묵었던 <마하반둘라 호텔>에 다시 묵는다.
이름은 호텔이지만 마치 저렴한 인도숙소를 그대로 옮겨다놓은 듯하다.
아침식사는 없다. 하지만 가격이 착해서 저렴한 숙소를 찾는 배낭들이 즐겨찾는 곳이기도 하다.
숙소를 잡았으니 환전을 해야 한다.
숙소에서도 환전을 할 수는 있지만 환율이 조금 낮은편이다.
보족 아웅산 시장Bogyoke AungSan Market에는 돈다발을 들고 돈가방을 맨 환전상들이 눈에 띄고
금은방이나 가게에서도 환전을 해준다. 실내에서 안전하게 환전을 하기 위해 미니수퍼인 타이거마트로 갔다.
환율은 $100 신권화폐가 88000짯으로 가장 좋다.
$100지폐를 내밀었더니 반으로 접힌 흔적이 있다며 85000짯을 주겠다고 한다. $3.5정도 차이가 난다.
미얀마에서는 큰 돈이다.
그는 빳빳한 $100 신권화폐를 내보이며 미얀마 정부가 이런 신권화폐를 좋아한다고 못박는다.
하는 수없이 $100 지폐대신 가지고 있던 신권인 $50 지폐 두 장을 8600짯에 바꾸었다.
지금 미얀마는 한류열풍이 한창이다. 텔레비전에서는 하루종일 한국드라마를 방영한다.
목소리를 더빙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내고 미얀마어로 자막 처리하기 때문에 한국드라마를 늘상 보는 이곳
사람들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오빠",아버지'등 간단한 몇 마디 정도는 능숙하게(?) 할 줄안다.
<대장금>열풍이 한바탕 일었고 <주몽>역시 크게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몇 달전에 <주몽> 주연배우가 양곤에 다녀갔다며 자랑스러워한다.
덕분에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면 활짝 웃으며 한국말로 인사한다.
어제 못다한 환전을 하기 위해 몇 곳을 알아보았다.
사쿠라타워 근처에 있는 센트럴 호텔에 가서 어제 바꾸지 못한 $100 지폐를 내밀었더니 접힌 자국을 이유삼아
80000짯을 주겠다고 한다. 에 있던 거리 환전상은 85000짯.
하는 수없이 다시 보족시장으로 가서 86000짯에 환전했다.
환전하는 일이 쉽지 않다.
온통 신경쓰이는 일이 많아서 한 번 환전하고 나면 기운이 다 빠진다.
미얀마에서는 한푼이라도 좋은 환율로 환전하려면 $100짜리 신권화폐-낙서나 접힌 부분도 없고 발행년도도 오래되지 않은 깨끗한 지폐-를 가져와야 한다.
아침시장은 활기에 넘친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과일이며 야채,생선,꽃,국수,건어물 등을 판다.
한켠에 사람들이 둥글게 둘러 서서 뭔가를 마시고 있다.
알고보니 뜨거운 물에 분유와 설탕을 탄 음료를 마시는 것이다.
표정을 보면 마치 무슨 보양 음료라도 마시는 분위기다.
"맛있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을 무조건 믿으며 나도 한 잔 주문했다.
옛날 어린 동생들의 일용한 양식이던 우유가루를 엄마 몰래 타먹던 바로 그 맛이다.
현지인들이 아침에 즐겨먹는 색깔이 다른 서너 종류의 찰밥과 찰떡 그리고 국수는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주변에 인도계 사람들이 유난히 많아서 기름에 튀긴 사모사와 짜파티, 남인도 음식인 도사나 이들리
그리고 인도 사람들의 주식인 탈리도 흔하다. 위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라시도 빠지지 않는다.
따나까를 바르고 사리나 펀자비대신 롱지를 입은 인도계 여성들을 길에서 만나는 것도 흥미롭다.
Anawrahta Rd.에 있는 시티마트City Mart에는 김치,고추장, 라면, 김, 미역등 한국 식재료들이 많았다.
미얀마에는 수퍼마켓이 흔치 않아서 그저 궁금해서 찾아갔는데 놀라웠다.
한국 교민이 그만큼 많은건지 현지인들에게 한국 식재료들이 인기가 있는건지 궁금하다.
고추장이며 김치를 들었다놨다하다가 태국에서 내내 먹던 인스턴트 쌀국수만 샀다.
집으로 오는데 한바탕 비가 쏟아진다.
뜨겁게 달궈진 보도위에 내리꽂힌다.
야시장이 열리는 19번가19th street,일명 중국인 거리에서는 저녁부터 한밤중까지 각종 꼬치와 생맥주를 판다.
입구에 있는 수퍼마켓에 들렀더니 여기도 한국 식재료들이 많다. 맘 먹고 태양초 고추장을 하나 샀다.
숙소 책꽂이에서 책을 고른다.
하나는 한글로 쓰여진 <설득의 심리학>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어판<세계를 간다 미얀마>'08~09다.
<설득의 심리학>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여섯 가지 불변의 법칙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설득의 법칙들에 다양하게 노출되는데 이 법칙들을 이용해서 우리로부터 불로소득을 취하려는 불로소득자들을 경계하고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한다.다양한 사회심리학자들의 임상 실험을 통해 입증된 설득의 법칙들은 대개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체계적으로 정리된 글로 접하니 흥미롭다.
미얀마 불교도의 성지인 쉐다곤페야는 동서남북 사방에 입구가 있다.
남문으로 들어가 상점들을 지나 마지막 계단참까지 간 후 서문으로 갔다.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나란히 있다. 스컬레이터가 낯설다.
계단을 두고 왜 에스컬레이터를 새로 만든 것일까..
끝없이 편의를 갈구하는 인간의 이기와 욕심은 신을 경배하러 와서도 여전한가보다.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서 위로 올라가면 매표소다.
입장료 $5.
화폐가치가 상대적인 것이라면 미얀마에서 $5은 적지 않은 돈이다.
물론 입장료는 외국인에게만 받는다.
전에 왔었기에 $5을 내고 다시 들어갈 생각은 없다. 저 좀더 가까이서 부처님을 알현하고 싶다.
장부에 이름을 기재하고 표를 사라는 직원에게 전에 왔었고 그저 부처님전에 인사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입구 주변에서 사진을 찍을 수있게 인심을 썼다.
잠시 후 비가 쏟아진다. 힘차게 쏟아지는 소낙비.
비가 긋기를 기다리며 페야가 보이는 입구쪽에 앉았다.
몇몇 현지인들이 비를 맞아가며 페야 주위를 순례하고 있다.
비가 잦아든 후,북문과 동문,남문도 차례로 갔다.
각 입구에서 깊이 합장한다.
바간으로 가기 위해 시 외곽에 있는 버스터미널Aung Min Ga Lar Bus Center로 갔다.
시내에서 버스로 1시간이상 걸린다.
터미널에는 각지로 가는 버스회사들이 많았지만 모두 미얀마어로 쓰여 있어 바간행 버스회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어디선가 중개수수료를 바라는 거간꾼들이 득달같이 나타나서 바간행 버스회사 사무실로 안내한다.
하지만 하나같이 'full'이다. 어제 기차역 앞에 있는 버스회사 사무실에서 예매를 하려고 알아보았지만 비싸서 터미널에서 직접 사려고 예매를 하지 않은 터였다.하지만 보람도 없이 곳에서도 여행자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하는 수없이 바간에서 한 시간정도 떨어진 차욱빠따웅Kyaukpadaung까지 가서 바간으로 가는 픽업을 타기로 했다.
출발은 저녁 6시.
4시간이상을 더 기다려야 하고 좌석도 통로 좌석이다. 하지만 통로 좌석에도 아쉬운대로 등받이가 있고 에어컨도 나와서 다행이다.
버스는 9년전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쾌적하다. 생수 한 병과 물휴지를 나눠주고 커다란 평면TV도 있다.
차가 출발하고 양곤을 벗어나기 전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쉐다곤페야가 멀리서 황금빛을 발한다.
밤 8시 넘어 저녁을 먹기 위해 대형 식당앞에 한번 멈추고는 밤새 달려 새벽 4시쯤에 차욱빠따웅에 도착했다.
<바간 BAGAN>
얼결에 내리기는 했는데 어둠이 짙어 주변을 분간하지 못하겠다.
'바간행 픽업은 어디서 타는거지?'
같은 버스를 타고 온 현지인 아저씨가 손짓하더니 바간행 픽업타는 곳까지 데려다주고는 온 길을 되짚어 어둠
속으로 멀어져간다. 이방인을 염려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잠시후 어디선가 나타난 픽업이 승객을 가득 태우고 먼지나는 흙길을 달린다.
픽업은 뉴바간이 종점이다. 이따금 희미한 가로등이 있다가없다가 하고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다.
1시간 40분만에 뉴바간에 도착했다.서서히 여명이 밝아온다.
니양우에 묵을 계획이었지만 하루 이틀정도는 뉴바간에 묵어도 좋을 것같다.
한숨 자고 일어나서 먹거리를 찾아보지만 밥 한끼에 2500짯하는 여행자 식당이 몇 곳 있을 뿐이다.
식당에서 따끈한 밥만 사다 고추장에 비벼먹고 가게에서 인스턴트 쌀국수면을 샀다.
비수기로 접어들었을 뿐더러 대부분 여행자가 니양우에 묵는 탓에 뉴바간에서 여행자를 보기는 쉽지 않다.
한낮의 따가운 햇살이 내리꽂힌다.
저녁 무렵 노점 밥집을 찾았다.밥에 감자조림 하나 얹어 먹는데도 꿀맛이다.
바간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어진다.
여행자를 위한 숙박시설,버스터미널,기차역,선착장,시장,식당 등이 있는 니양우와 수천개의 불탑이 있는 올드바간
그리고 새로 조성된 뉴바간이다.
뉴바간에서 올드바간 방향으로 걸으면서 불탑과 사원들을 순례한다.
소밍기 사원 조금 못미처에 있는 키다리 야자나무 위에서 아저씨가 대나무 사다리를 타고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토기에 수액을 채취하고 있다. 잠시 후 수액이 가득 담긴 용기를 가지고 내려와서는 맛보라며 한 사발
따라준다.
엷은 우유빛깔에 달콤하고 향긋한 코코넛 향이 감도는게 맛나다.코코넛향이 들어간 감주맛이다.
아저씨가 한 잔 더 권한다.이번에는 발효된 것인데 신기하게도 동동주맛이다.
옆에서 아주머니가 새우전을 부치고 있길래 새우전을 안주삼아 제대로 술판(?)을 벌인다.
이제 막 사원순례를 시작했는데 시작부터 '체험,삶의 현장'이다.
소밍기사원은 바간 통일왕조의 전형적인 사원이다.
삐그덕거리는 나무계단을 오르면 사방을 조망할 수있다.찾는 이가 거의 없어 고즈넉하다.
도로 양옆으로 이어지는 사원과 불탑들을 보물찾기하듯 하나 둘 찾아가며 밍카바마을에 닿는다.
가도팔린 사원에서 엽서를 파는 두 꼬마를 만났다.
사내아이는 아홉살,계집아이는 여덟살이다.이웃사촌이다.
얼굴에 따나까를 듬뿍 바르고서 열 장 세트로 된 엽서를 팔고 있다.
오늘은 "No Business"라며 특별가를 제안한다.대폭 할인해서 열 장에 500짯.자그마치 50% 할인이다.
꼬마 비즈니스맨의 사업수완이 보통이 아니다.
비즈니스걸이 어깨에 맨 가방 안을 슬쩍 들여다봤더니 막대 사탕과 컵 음료가 들어있다.
엽서 팔아서 군것질하기도 바쁘겠다.^^
올드바간을 발길 닿는대로 걷는다.
강가에 있는 부파야페야에 갔다가 아난다사원에 들르고 바간에서 가장 높은 사원인 따비누 사원을 본 후,
해넘이를 보기 위해 쉐산도페야로 발길을 옮겼다.
여행자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이곳에서 만난,서양 단체관광객을 인솔하고 온 현지가이드는 2000년에 한국에 와서 5년동안 일했다.
다행히 좋은 사장 만나서 큰 어려움없이 지냈고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할 정도의 돈도 벌었다.
지금은 출중한 영어실력을 이용해서 영어가이드 일을 하고 있다.
그와 이야기하는 사이 해가 평원 너머로 사라진다.
한 무리의 현지 젊은이들도 해넘이를 감상하고 막 내려간다.그들은 바간을 관광하기 위해 양곤에서 왔다.
일행중 롱지와 블라우스를 멋지게 차려입은 처자와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그녀가 "김치~"하며 활짝 웃는다.
그녀 역시 다른 미얀마 사람들처럼 한국 드라마덕분에 한국말 몇 마디 정도는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다.
그녀와 헤어져 밍카바 마을에 당도하니 사방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족히 30분이상 걸리는 뉴바간까지 밤길을 걷기가 부담스러워 픽업을 기다리는데 도무지 올 생각을 안한다.
하는 수없이 걷다가 도중에 토마토와 옥수수를 가득 실은 대형 픽업을 히치했다.
500짯과 비닐봉지를 내밀며 토마토를 사고 싶다고 했더니 내민 돈의 서너 배는 될 정도로 많은 토마토를 담아준다.
차비를 안받는다기에 토마토를 조금이나마 팔아주려고 했는데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했더니 한국사람이냐며 새삼 반가워한다.
뉴바간 남쪽에 있는 로카난다 페야는 1095년 바간왕조를 일으키고 몬족을 정벌하고 통일왕조를 세운 아노야따 왕(1044~1088)에 의해 건립되었다.이 시기에 불교문화가 널리 전파되었고 버마문화의 원형이 시작되었다.
불탑은 강 언덕위에 세워졌고 황금빛으로 빛나서 당시 항해하는 배들의 이정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멀리 실론(지금의 스리랑카)에서도 교역선이 왕래했다고 한다.
순례 온 현지인들과 비구니 스님 한 분이 탑 주위를 돌며 불공을 드린다.
막연히 9년전의 기억을 안고 간 니양우는 몰라보게 변해 있었다.
호텔과 식당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한글 간판을 단 까페도 보인다.
하지만 비수기로 들어선 탓인지 여행자는 드물다.
만달레이에서 막 도착한 한국여행자를 만났다.
그는 2주정도 미얀마를 여행한 후,호주로 가서 워킹홀리데이로 2년 정도 일해서 돈을 모아 오토바이를 사서 세계를 여행할 생각이다.그를 통해 바간 통합입장권을 사면 고유번호가 적힌 주민등록증 크기의 플라스틱 카드를 준다는걸 알게 되었다.
입장권은 니양우로 들어서는 입구에서 파는데 뜻하지않게 뉴바간으로 가는 바람에 바간 입장권을 사지 못했다.
뉴바간에도 시장이 있는줄 모르고 있다가 어제서야 아침마다 모닝마켓이 열리는걸 알게 되었다.
만달레이 차표를 파는 곳도 바로 시장 입구여서 장도 구경하고 표도 알아볼겸 아침시장으로 향한다.
아침시장이라 9시 30분쯤 도착했는데 벌써 파장분위기다.
시장입구에 있는 수퍼마켓Yar Danar에서 만달레이행 버스표를 파는데 주인 아주머니는 7000짯이라고 못박는다.
니양우 버스터미널에서 알려준 가격보다도 500짯이 비싸고 현지인 가격인 4000짯보다는 80%나 더 비싸다.
언제부터 무슨 연유로 미얀마에서 교통요금을 이중으로 받는지 알 수없다.
이른 저녁을 먹고 다마야지카 불탑으로 향한다.
숙소에서 걸어서 한시간쯤 걸리는데 찾는 이가 많지 않고 저녁 나절이어서인지 고즈넉하다.
마침 밍카바 마을에서 동자승 세 명과 소녀 두 명이 순례차 왔다.
해가 뉘엿뉘엿 평원 너머로 지고 있다...
유한한 삶임을 한시도 잊지 말 일이다.
오욕칠정에 얽매이지 말 일이다.
유한한 삶 속에서 붙잡아야 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일이다..
높푸른 하늘이다.
바간을 떠나기 전에 마음이 가는 사원이나 불탑을 한번 더 볼 작정으로
한낮의 햇볕이 기승을 부리는 시간을 피해 오후 느즈막이 집을 나선다.
다마양지 사원은 중후한 멋을 풍기는데 사원 내부에는 불상이 안치되어 있고 벽화도 살아있다.
1975년 지진때문에 일부는 파손되었지만 완전히 복구되었고 진품도 많이 남아 있다.
석양빛을 받아 사원은 한층 빛을 발한다.
다마양지 사원옆에 있는 쿠니사원은 명패도 없고 가이드북에도 소개되어있지 않지만
사원 내부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가서 보는 전망은 가히 일품이다.
집으로 오는길에 야자수액을 발효시킨 술,토디toddy를 파는 곳에 다시 갔다.
몇 시간전에도 이곳에서 토디를 반주삼아 점심을 먹었다.
둥그런 나무 밥상에 산처럼 쌓아올린 밥과 옥수수양파볶음 그리고 땅콩과 나물무침으로 한상 차려졌다.
미얀마 시골밥상이다.
동네 사람들도 1리터들이 병을 들고 와서 토디를 사간다.
평상에서는 젊은 현지인 커플이 주거니받거니 하다가 남은 술을 비닐봉지에 담아간다.
나도 1리터 샀다.
토디는 맛도 빛깔도 맑은 막걸리와 비슷하더니 숙취까지도 비슷하다.
<만달레이>
만달레이행 버스는 중간크기의 로컬버스다.
니양우로 가서 승객과 짐을 더 싣고 7시에 출발했다.
바간 주변의 도로상황은 열악하다.
종잇장처럼 얇게 깔린 포장도로는 가장자리가 마치 찢어진 종이마냥 너덜너덜하고 곳곳이 패였다.
마치 해질대로 해진채 유통되는 미얀마 지폐같다.
도로 보수공사를 하는 일꾼들은 하나같이 여자다.
도로상태만 보면 보수가 아니라 새로 깔아야 할 판이다.
통로 양 옆 좌석이 모두 차자 통로에 간이 의자를 놓고 더 이상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탔다.
그 다음은 짐과 사람이 지붕 위로 올라간다.한도끝도 없이..
멕틸라에서 만달레이까지는 도로사정이 훨씬 나은 편이다.
하지만 이러다 버스가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승객을 가득 태우고
의자는 좁고 경사져서 자꾸 앞쪽으로 쏠려 미끄러지려는 것을 간신히 지탱하며 왔다.
만달레이 버스터미널은 혼잡하다.
미얀마 제 2의 도시이건만 마치 인도에 온 것처럼 어수선하다.
이곳 사람들은 예나지금이나 우베인다리를 오가며 강 이쪽과 저쪽의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우베인다리 근처에 있는 마하간디욘 사원은 1200명의 승려가 거주하는 큰 사원이다.
매일 아침 10시 30분에 점심 공양이 있다.
스님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서 5시에 아침 공양을 하고 10시 30분에 점심 공양을 한다.
점심 공양은 하루의 마지막 공양이기도 하다.
그 많은 스님들이 공양하는 모습은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여서 이 시간이면 여행자들이 몰려온다.
특히 서양 단체관광객들이 많다. 많을 때는 200~300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들은 절에 약간의 시주를 하고 그 돈은 절의 살림살이에 쓰이는 것이다.
마하무니 사원에는 미얀마에서 가장 신성시하는 불상중 하나가 안치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사원은 신자들로 늘 붐빈다.
금박을 산 남자들이 불상에 다가가 간절한 염원을 담아 금박을 붙인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금박을 붙여서 불상은 울퉁불퉁 기이한 모습으로 변했다.
NHK에서는 하루종일 지진 특별방송을 한다.
강도 9의 대형지진이다.
인도네시아의 쓰나미가 9.1이었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확인된 사망자만도 8100명이고 행방불명된 사람이 12000명이라도 한다.
인레로 가는 길,버스는 통로의 보조의자까지 승객을 꽉 채운채 출발했다.
휴게소에 두 번 들렀고 깔로와 아웅반을 지나 새벽 4시에 인레로 가는 갈림길인 쉐냐웅에 도착했다.
오토바이 기사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득달같이 몰려든다.이 시간에 인레로 가려면 오토바이나 택시를 타야 한다.
<인레호수Inle Lake>
5시 30분까지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추위도 덜겸 13km 떨어진 니양쉐를 향해서 걷는다.
새벽 공기가 청량하다.
이따금 짐을 가득 실은 중소형 트럭들이 지나간다.1시간쯤 걷다가 대형 트럭을 얻어탔다.
니양쉐 입구에 있는 지역 입장료를 받는 곳에서 트럭이 멈췄다.
지역 입장료 $5.
아침이면 하얀 식탁보가 깔린 숙소 2층 테라스에서 아침을 먹는다.
커피 한 주전자,연유,설탕,토스트,버터,잼,오믈렛,파파야나 바나나..
편안한 대나무 의자에 앉아서 느긋하게 집앞 골목 풍경과 물건을 싣고 오가는 조각배와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가는줄 모른다.
아침마다 인레 호수에서 재배한 토마토,오이,가지,감자,생선등을 배 가득 싣고 와서 부린다.
장날이면 더 활기를 띄는데 직접 잡은 생선을 크기별로 분류해 밀고당기는 흥정끝에 소매상에게 넘긴다.
말수도 적고 여려 보이는 처녀 생선장수의 손놀림이 능숙하다.
시장도 다른 날과 비교할 수없을 정도로 활기를 띈다.
전통 옷을 입고 장사를 하는 빠오족들이 눈에 띄고 어린 동자승들도 시장을 돌며 탁발을 한다.
5일장에 상인들은 찻잎을 말려서 가져오기도 하고 엄지손가락 굵기의 꿈틀거리는 애벌레를 펼쳐놓기도 한다.
산딸기도 있고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투박한 모양의 찰떡도 한보따리에 300짯이다.
마을 근처에 있는 사원에 갔다가 차대접을 받는다.
차와 바나나를 권하는 할머니는 이 절 주지스님의 어머니시다.올해 80이신데 허리도 꼿꼿하고 목소리에도 힘이 넘친다.
미얀마 사람이면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어한다는 쉐다곤 페야는 여덟번,황금바위는 두번 다녀오셨다.
9남매중 셋째 아들만 스님이 되었고 다른 자식들은 모두 결혼해서 손자가 30명,증손자가 32명이나 되는 다복한 분이다.
절 앞에 있는 작은 수로는 조각배들이 지나다니고 얼기설기 엮은 나무다리가 수로 양편을 이어준다.
호수와 수로에 기대어 살기에 논과 밭이 많고 논밭사이로 집과 사원,불탑이 들어서 있다.
동네사람을 만날 때면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그러면 어김없이 함박웃음과 함께 어투마저 똑같은 같은 인사가 되돌아온다.
매일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 한국어를 듣지만 정작 사용할 일이 거의 없기에 이따금 한국여행자에게서 한국말을 들으면
여간 반가워하지 않는다. 인사를 주고받으며 금세 허물없는 사이가 된다.
한낮에는 햇볕이 강해서 나갈 엄두를 못내고 오후 느즈막이 산책을 한다.
마을을 조금만 벗어나도 사방에 논과 밭이 펼쳐져 있다.
사탕수수,토마토,감자,파외에도 소국과 장미등 꽃을 재배하기도 한다.
논이며 밭가운데 불탑이 세워져있고 논과밭사이로 난 샛길로 우마차가 지나간다.
긴 생머리를 하나로 묶고 따나까를 곱게 바른 처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지나가기도 한다.
그녀들을 따라가면 시간을 거슬러갈 것같다.
산 너머로 붉은 노을이 펼쳐진다.
사방에 어둠이 내려앉는다.
지도만 믿고 니양쉐에서 수로를 따라 걸어서 호수까지 갈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인레호수까지는 약 4km 떨어져
있다.
nanthe마을을 지나자 조붓한 사잇길이 이어지고 집도 드문드문 있다.
유람객들을 태우고 수로를 지나 호수로 나아가는 배들이 수시로 지나간다.
집이 끝난 곳에서 길도 끝났다.길이 없으니 되돌아가야 한다. 물가를 따라 없는길을 만들어가며 조금 더 걷는다.
호수 입구가 멀리 보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1km는 더 가야 한다.
길고 튼실한 수초를 베어 한 단 묶음으로 만들어 나르는 여인들을 만났다.
그중에는10대 중반이나 됐을까싶은 소녀들도 있다.
이 고단한 노동이 여자들의 몫인지 남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녀들의 손은 엉겅퀴같다.
그 중 한 젊은 아낙이 엉겅퀴같은 손으로 튼실한 갈대를 낫으로 툭툭 다듬더니 내민다.
산책용 지팡이로 맞춤하다.
안그래도 매일 산으로,들로,마을로 산책을 다녀서 나무지팡이 하나 있었으면 했다.
그녀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 가지고 있던 사탕 한 알을 까서 입에 넣어주었다.
길을 되짚는다.
소녀뱃사공의 도움으로 맞은편으로 건넜다.
논밭을 굽어보고 있는 커다란 좌불상이 있는 Kyaukhpyugyi Paya사원을 지나 마을로 향한다 .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저녁 8시경에 방 안에 있는데 방이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한다.
마치 거인이 땅밑에서 집을 이쪽저쪽으로 천천히 흔드는 것같다.
잠깐 그러다말았기에 순간적으로 착각인가 싶을 정도였다.
다음날 알고보니 지진이었다. 약 8초동안 계속되었다고 한다.
진원지는 미얀마 동부의 켄퉁Kentung이고 강도는 7이다.
사망자 77명,부상자 111명. 피해가 크다.
마을에서 약 10km 떨어진 마잉따욱 마을을 향해 걷는다.
지도상에 인레 호수에 근접한 마을이어서 '걸어서 호수까지' 가볼 생각이다.
마침 오늘이 마잉따욱 장날이라 몇몇 여행자들이 저전거를 타고 장구경을 하고 오기도 한다.
거의 12시가 다 되어 마잉따욱에 도착했는데 장은 파장 분위기다.
상인들이 주섬주섬 물건을 챙겨 보트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건기여서 마잉따욱에서 호수까지는 수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인레 호수는 보통때는 남북으로 22km,동서로 12km인데 건기(11~4월)에는 남북15km,동서 6km로 호수 전체의 면적이 크게 줄어든다.
수심도 우기에는 6미터정도 되지만 건기에는 2미터에 불과하다.
그래서 우기때라면 물에 잠겼을 수로지대가 드넓게 드러나 있다.
니양쉐로 가는 보트에 올라탔다. 장사를 마치고 가는 아주머니 세 분이 동행이다.
보트는 수로를 매끄럽게 빠져나간다.
인레호수에 집을 짓고 사는 인따족 수상가옥과 수상농원이 펼쳐진다.
호수로 나아가자 인따 어부들이 외발로 노를 저으며 조업을 하고 있다.
이것은 인따족만의 독특한 조업법인데 발로 노를 저을 경우 두 손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있어서 조업을 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한쪽에서는 긴 장대로 물을 툭툭 쳐가며 물고기를 잡기도 한다.
보트가 수로로 접어들면서 물은 황토색으로 바뀌었다.
보트의 종점은 숙소앞이다.
숙소에서 일하는 조수이의 도움으로 따나까를 바르는 문화체험을 한다.
따나까는 미얀마 사람들이 햇빛 차단과 보습을 위해 얼굴에 바르는 천연화장품이다.
전용돌판에 물을 조금 붓고 따나까껍질을 갈아서 즙을 내어 얼굴이며 목, 팔에 바른다.
가공해서 가루로 된 따나까도 있지만 천연따나까에 비하면 품질이 떨어지고 이따금 부작용도 있다고 한다.
조수이가 시범을 보인대로 따나까를 얼굴에 바르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깔깔거린다.
장날이면 5일장의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좋아서 서너번씩 시장을 들락거린다.
갈 때마다 시루떡이며 술빵, 갱엿, 묵무침, 전병, 조각 수박, 찰밥 등 간식을 한아름 사온다.
조각수박은 달고 수분이 많아서 갈증해소에 그만이고
뚝뚝 잘라서 콩가루를 묻혀 주는 갱엿은 쫄깃하면서도 너무 달지 않아서 좋다.
갱엿과 시루떡을 싸들고 산으로 향한다.
산자락과 산등성이에 있는 마을과 마을을 이어가며 걷는다.
산은 보기 민망할정도로 헐벗었다.
더구나 곳곳에 불을 놓아서 시커멓게 그을었다.
장을 보고 가는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작은 트럭이 뒤뚱거리며 산등성이에 자리잡은 마을을 향해 오른다.
마을 언덕 위에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불탑과 사원이 있다.
사원 마당에서는 동자승들이 구슬치기를 하고 있다.
근처에 있는 동굴사원을 지나 언덕 위로 올라가는데 소녀들이 망태기를 매고 다니며 마를 캐고 있다.
말라우(마)가 있음직한 곳을 곡괭이로 내리치지만 흙이 단단해 곡갱이질이 녹록치않다.
제법 큰 망태기 가득 채우려면 얼마나 많은 곡괭이질을 해야 할까..
척박하고 혹독한 삶속에 10대 소녀들의 꿈이 들어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그녀들의 흙묻은 손을 대신해서 소녀들에게 말랑하고 달콤한 갱엿을 한조각씩 넣어주었다.
잠시 소녀들의 입가와 눈빛에 생기가 돈다.
마을에 도착하자 집마다 마당에 마를 말리고 있거나 솥단지 가득 넣고 찌고 있다.
따웅보마을 위에 있는 사원에는 스님이 한 분 계셨다.의사소틍은 거의 안됐지만 차 대접을 받았다.
그런데 스님이 기부금함을 가르키며 기부를 종용한다.
천장을 번갈아 가르키는 것으로 보아 천장 수리비가 필요하다는 말같다.
안이 훤히 보이는 기부금함은 텅 비어있다.
스님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없어 인사를 꾸벅하고 서둘러 마을로 내려갔다.
로이꺼우 마을까지는 2시간을 더 가야하기에 다음을 기약한다.
하늘이 하루종일 흐렸다개었다를 반복하더니 오후가 되자 강풍이 몰아친다.마치 초겨울 날씨같다.
장날도 아니건만 이른 아침부터 수로가 북적인다.
긴꼬리배 가득 싣고온 물건들은 종류도 다양하다.
물량이 많은 토마토, 오이, 동과 외에도 가지, 호박, 쓴오이, 감자등 야채와 갈대를 말려서 짠 돗자리며 바구니도 있고
유황을 칠해서 구운 크기가 다양한 토기들도 실려 있다.
소매상들은 물건이 부려지기가 바쁘게 꼼꼼히 살피며 흥정을 한다.
수로는 이미 배들로 빼곡한데 배들의 행렬은 계속된다.
예부(온천) 가는 길.
도로길대신 논둑길을 따라 마을과 마을을 이어가며 걷는다.
니양쉐~파웅판~따웅보지~냐웅완..
논에서는 경운기로 흙을 갈아업고 밭에는 토마토,오이,컬리플라워가 자라고 꽃들도 생기를 더한다.
마을 사람들을 만나면 "밍글라바~"대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다.
그러면 어른이고 아이고 환하게 웃으며 똑같이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여행하면서 현지인들에게 이렇게 자주 한국말로 인사를 하는 것도 드문 일이다.
어딜가나 사람들에게서 선한 기운이 전해져온다.
따웅보지 마을을 지날 때 밭에서 점심을 드시던 아주머니가 손짓하며 부른다.
마음같아서는 아주머니께 점심도 얻어먹고 반나절 일도 도와드리고 싶다.
급할 것없는 걸음으로 3시간만에 온천에 도착했다.
그 사이 온천대신 스파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이름에 걸맞게 가격도 시설도 바뀌었다.
스파 근처에는 현지인들이 즐기는 노천 온천이 있다.
가까이 가자 유황냄새가 확 풍겨온다.
손을 넣었다가 너무 뜨거워서 바로 뺐다.
발을 담궜다.
매일매일 걷느라 지친 다리에 오랜만에 보시를 한다.
근처 가게에서 달걀을 사서 온천물에 담궈놓고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밥과 튀긴 생선 한마리가 500짯.착하디 착한 가격이다.
젊은 아기엄마는 밥에 참기름과 소금을 넣어 간간하고 고소하게 비벼왔다.
튀긴생선을 곁들여 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온천물에 담궈놨던 계란을 꺼내 껍질을 까니 반숙이다.
하루 밭일을 끝낸 부부가 집으로 향하고
엄마를 따라 버팔로를 목욕시키러 나온 아이는 발가벗고 버팔로와 함께 물놀이를 한다.
처자 두 명이 해가 뉘엿뉘엿 지자 롱지로 몸을 감싸고 석양빛을 받으며 수로가에서 목욕을 한다.
소몰이 아이도 집으로 돌아간다.
시간이 멈춘듯한 인레의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다...
테라스에서 아침을 먹는데 아래에서 한국말 소리가 들린다.
내려다보니 한국인으로 보이는 커플이 수로를 산책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했더니 두 사람도 반가워하며 2층으로 올라왔다.
2주 예정으로 미얀마를 여행하는 현정씨 커플이다.
인도로 가는 길 길잡이와 손님으로 만난 것이 인연이 되었다.
두 사람은 쿠커를 가지고 다니며 밥과 찌개를 끓이고 김치도 담궈 먹는다.
오늘 양곤으로 떠나는 그들은 점심을 해먹고 가야겠다며 일어섰다.
야무진 현정씨와 조금 느슨해보여 편안한 짝꿍님과의 짧고 유쾌한 만남이다.
현정씨 커플이 떠나기전에 다시 들러 직접 담근거라며 김치를 내놓는다.맛깔난 배추김치다.
두 인연덕분에 인레에서 밥에 김치를 얹어 먹는 호사를 한다.
어제의 여독이 안풀려 종아리며 허벅지가 쑤신다.
사람에 취하고 풍경에 취해 다리 아픈줄 모르고 걸었는데 후유증이 크다.
뭉친 근육을 논두렁길 밭두렁길 따라 산책하며 풀어준다.
시장에 낼 꽃을 꺾고 있던 처녀가 향기 좋은 꽃을 한아름 선물한다.
아름다운 꽃보다 더 향기로운 것은 일하다말고 빛깔 고운 꽃을 꺾어 낯선 이에게 내미는 그녀의 결고운 마음씨다.
니양쉐에 있는 여행사에서는 반나절,한나절,1박2일짜리 트레킹을 주선하고 있다.
어제 독일커플이 가이드를 앞세우고 1일 트레킹을 했다.
아침 7시 30분에 출발해서 산길을 걸어 마잉따욱까지 걸어간후, 보트를 타고 니양쉐로 왔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다.
하지만 이틀후면 인레를 떠날 예정이라 아쉬운 마음에 한번 더 산에 오른다.
다리는 아직 흐느적거리지만 어제보다는 한결낫다.
따웅보까지는 가본 곳이라 한결 편하게 느껴진다.
비구름이 몰려온다 싶었더니 따웅보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쏟아졌다.
비도 피할겸 처마밑으로 갔는데 집안에 있던 아주머니가 방으로 들어오라며 손짓한다.
그녀는 소금과 함께 따끈한 차를 내왔다.
집은 미얀마 전통양식으로 갈대와 나무로 만들었다.
집안의 큰 어른이신 할아버지께서 마실 온 동네사람 대하듯 스스럼없이 대하신다.
아래층은 창고로 쓰이고 위층이 살림집이다.
바닥에는 갈대로 만든 돗자리가 깔려 있고 벽에 걸린 사진액자 속에는 빛바랜 가족의 역사가 담겨있다.
자연친화적인 간소하고 담백한 살림살이다.
하지만 시아버지와 젊은 부부, 아이 넷이 살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큰방과 작은방은 커튼으로 문을 대신하고 또 다른 방 하나가 부엌겸 거실 역할을 한다.
빗님 덕분에 집구경도 잘하고 차도 마시고 콘손으로 향한다.
이정표도 없고 마땅히 물어볼 사람도 없는데 계속 갈림길이 나온다.
산등성이로 오를까하다가 옆으로 휘도는 길을 택했는데 갈수록 적막강산이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산등성이를 향해 길없는 길을 올라가 길을 찾는데 빗발이 굵어진다.금세 옷이 흠뻑 젖었다.
집 한채가 보여 빗속을 뛰었다.덕 분에 비는 피했는데 옷이 흠뻑 젖었다.춥다.
빗발은 더욱 굵어지고 한참을 더 퍼부울 기세다.
30분쯤 기다렸을까.
다행히 날이 개고 비가 그쳤다.바람덕분에 옷도 대충 말랐다.
콘손으로 가는 길에 인레호수가 한눈에 보인다.
콘손 마을은 몇구비를 돌고서야 나타났다. 따웅부에서 꼬박 1시간이상 걸렸다.
장구경을 하다가 따나까를 파는 곳에서 시범삼아 전용돌판에 간 따나까를 바른다.
바로 옆에서 따나까를 고르던 여인이 발라준 덕분에 근사하게 화장을 했다.
한결 장구경하는 맛이 난다.
오늘도 예외없이 간식거리를 한보따리 샀다.딸기,수박,팬케익,절편,술빵,땅콩...
파오족 처자가 말린 찻잎을 팔고 있다.
그녀는 인레호수 서쪽에서 북쪽으로 한참 올라간 산에 산다.
새벽 2시에 집을 나와 2시간을 걸어서 호숫가 선착장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한시간 반정도 보트를 타고 장에 왔다.
장이 파하면 서둘러 온길을 고스란히 되짚어 집으로 가야 한다.
장날마다 열리는 5일장 대장간이다.
무디어진 농기구나 칼을 가져오면 쇠로 달구워 예리하게 날을 세워준다.
파오족은 산에 살면서 산나물을 뜯어 장에 내오거나 차농사를 지어 찻잎을 말려 시장에 팔러 온다.
장이 파할 무렵 파오족 아주머니가 오늘 하루 장사를 마감하며 기분좋게 웃고 있다.
바구니마다 품목별로 팔 물건들을 담아 온 소녀도 오늘은 제법 장사가 잘되는지 기분이 좋아보인다.
인레를 떠난다.
승객이 꽉 차야 떠나는 픽업을 무한정 기다리는대신 쉐냐웅 방향으로 걷다가 트럭을 얻어탔다.
짐칸에는 더위탓에 팔리지 않아 곰팡이가 핀 반품된 빵들이 실려 있다.
이름에 걸맞게 쉐냐웅정션은 붐빈다.
따웅지와 깔로로 오가는 대형 버스들,니앙쉐 방면으로 가는 차와 마차,손님과 물건을 가득 실은 픽업들...
버스는 2시가 넘어서 도착했다.3일전에 예약했는데도 뒷자리다.
공항이 있는 혜호에 정차하자 귤과 딸기 장사들이 몰려든다.귤 한 보따리에 1000짯.
하지만 열에 아홉은 시큼하다.
버스는 깔로에 잠시 정차해서 승객을 더 태우고 굽이굽이 길을 돌아 내려간다.
산은 헐벗었고 도로는 처참하다.
한쪽에서 여인들이 돌을 깨면 다른 여자 일꾼들이 그 돌을 날라 길 위에 깔고 타르를 녹여 붓는다.
인구 5천만이 넘는 나라의 도로포장공사가 원시적이기 그지없다.
그러니 새로 포장한 도로라고 할지라도 마무리가 허술할뿐더러 금세 훼손된다.
저녁을 먹기 위해 한번 정차한후 버스는 쉼없이 달린다.
검문소가 나타나자 모든 승객이 내려서 신분증을 내민다.
새로 이전한 수도 네이피다우를 지나 새벽 5시에 양곤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처음 미얀마에 왔을때 양곤 시내로 왔던 길을 그대로 되짚어 공항으로 간다.
비행기가 이륙했다.
푸르스름한 하늘 저 너머로 해가 지고 신비한 주홍빛 여운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