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미얀마-2002

나는 걷는다 2008. 12. 19. 10:07

 <미얀마-2002>

 

.일정: 2002.3.10~4.6(28일)

 

.여정: 양곤-바간-만달레이-핀우린-만달레이-인레-칼로-바고-양곤

 

.환율: $1=750kyat,FEC1=720kyat(2002.3월 현재)

          .2003년 8월이후 여행자들이 $200을 FEC로 바꿀 필요가 없어졌다.  

 

.비자: 850바트

 

.비행기티켓: 5370바트(방콕~양곤 왕복) *$100=4319바트(2002.3)

 

.숙소-.양곤-<마하반둘라 호텔> $5/dbl

          .만달레이-<나일론호텔>$3,w/b,hot shower,air corn,breakfast

          .핀우린-<다알리아 모텔>$4,c/b,no fan,no hot shower 

          .인레-<레인보우 인>$4,w/b,hot shower,clean&kind,good breakfast

          .깔로-<골든 릴리>$3,w/b,

          .양곤-<화이트하우스>$3/dorm,

 

 

 

 

떠나기 전

 

 미얀마에 가고 싶었습니다.

 가능하면 육로로 가려고 여러 경로로 알아봤지만 여행자들에게 육로는 개방되지 않습니다.

 태국이나 중국에서 갈 수있는 육로길은 두 나라 국민에게만 열려 있습니다.

 

 하는 수없이 비행기를 타고서라도 미얀마에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한 것은

 그 곳에 다녀온 여행자들의 표정때문입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꼭 가보라고..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사람들이 좋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더이다...

 

 

 

양곤yangon

 공항에서 달러를 FEC로 바꾸는 것때문에 시간이 지체됩니다.

 미얀마로 들어오는 모든 관광객들은 공항에서 $200를 FEC(외국환화폐)로 바꾸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환율도 좋지 않고 의무적으로 바꾼 돈들은 미얀마 군부를 위해 쓰이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적게 바꾸려하고 그 과정에서 공항 직원들은 대놓고 $100만 바꾸게 해 줄테니

 $10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수치심도 없이 뻔뻔스럽게 말하는 여직원의 목소리와 표정, 눈빛은 다시는 대하기 싫을만큼 정나미가 떨어집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바로 앞에서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독일 친구인 라디아가 $200을 바꾸는 중에 일행인 척하며 $5을 주고

한푼도 바꾸지 않습니다.

택시를 타고 시내로 와서 <마하반둘라 호텔>에 짐을 풉니다.라디아와 함께 쓰기로 했습니다.

 

창문도 없이 침대 하나가 방을 꽉 채운 형편없는 방입니다.

계단을 오르내릴때마다 오래된 나무 계단이 삐그덕삐그덕..

아쉬운대로 짐을 놓고 숙소에서 $10을 환전하고 동네구경에 나섭니다. 

 

어제 우연히 방콕에서 동진씨를 만났습니다.

그는 작년에 다람살라에서 처음 만난 후, 길에서 몇 번 더 마주친 인연입니다.

그런데 몇 개월만에 만난 그는 미얀마에서 막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미얀마로 가려는 내게 그가 준 정보들은 유용합니다.

 

거리에 나오니 동진씨말대로 인도풍과 중국풍 그리고 태국,라오스풍이 섞여 있어 여간 흥미로운게 아닙니다.

인도나 파키스탄에서 먹었던 랏시를 한잔 마시는데 인도인 중년 부부도 랏시가게로 들어옵니다.

그러고 보니 행인들중에 인도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가하면 인도에서 하루에 몇잔씩 마시던 짜이 냄새가 구수하고 열대과일도 풍성합니다.

약밥이며스프링롤 게다가 만두까지..

 

마치 아시아 음식백화점에 온 것만 같습니다.

 

 

Inya lake

 

미얀마 남자들은 하나같이 치마같은 론지를 입고 여자들은 전통옷인 싱을 입었습니다.

햇볕을 차단하기 위해 얼굴에 따나카라는 것을 발랐는데 보기만 해도 재미있습니다.

 

'글로벌미얀마'를 찾아갑니다.

당연히 한글간판이려니 하고 한참을 두리번거렸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어이구~등잔밑이 어두웠습니다.

한국인이 주인일뿐 식당은 현지인을 위한 로컬 음식점입니다.

간판도 영어와 현지어로 되어 있습니다.

 

이곳에는 미얀마를 여행한 한국 여행자들이 남긴 정보노트가 있어서 여간 유용한게 아닙니다.

일부를 복사하려고 기다리다가 그 곳에서 주헌 언니를 만났습니다.

연배가 차이나지만 그냥 언니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언니는 결혼 25주년 기념으로 가족들에게 1년 휴가를 받아 여행중입니다.

네팔에서 안나푸르나와 랑탕,에베레스트를 트레킹하고 이곳에 와서도 선원에서 3주정도 '마음보기'수련을 했습니다.

 

언니와 함께 'Inya'호수에 갑니다.

여행중에 너무 아플때,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을때 서글펐다는 언니.

 

호수까지는 800짯 내고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 기사님은 저것은 양곤대학이고 한국대사관은 저쪽이고 아웅산 수지 여사 집이 어디인지..자세히 설명해 줍니다.

호수에 도착해서도 산책로와 묻지도 않은 한국식당이 어디에 있는지까지 세심하게 이야기해 줍니다.

 

평일인데도 많은 미얀마 사람들이 가족들과 산책삼아 나왔습니다.연인들도 더러 보입니다.

저도 언니랑 정답게 걸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몇시간 전에 만났을 뿐인데 오래 알아온 사이같습니다.

내일 글로벌미얀마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집니다.

 

숙소으로 오는길에 저녁 먹으러 가는 나디아 일행을 만납니다.

함께 인도 식당에 가서 치킨비리야니며 달,짜파티, 머튼 커리를 주문해서 먹습니다.

난 오랜만에,그것도 미얀마에서 먹는 인도 음식들에 감회에 젖는데

처음 먹어보는 다른 친구들은 입으로는 "good,good"을 연발하면서도 표정은 영 심상치 않습니다.

 

 

 Shwedagon Paya

 

 새벽 5시에 일어나 쉐다곤 사원Shwedagon paya에 갑니다.같은 숙소에 묵는 나디아, 캣,모나카도 함께 갑니다.

 외국인에게만 받는 $5의 입장료가 터무니없이 비싸게 느껴져 매표소를 슬쩍 지나치기로 일행과 합의를 봤습니다.

 매표소를 지나자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으나 못들은 척 계단을 오릅니다.

 

 불교의 나라,불탑의 나라,황금의 나라라는 미얀마의 별칭처럼 커다란 황금탑이 있고

 크고 작은 탑들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신자들이 꽃을 부처님께 봉헌하고 기도를 합니다.

 

 쉐다곤 페야를  미얀마 사람들이 숭배해마지 않는 이유는 엄청난 크기와 황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탑 자체가 주는 감흥보다는 새벽에 일어나 먼길 마다않고 와서 부처님전에 꽃을 바치는 사람들이 더 인상적입니다.

 

 오후에는 바고Bago로 가는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글로벌로 갑니다.

 주헌언니는 오늘 저녁에 바간으로 떠나는 저를 위해 시장을 봐와서 깎두기를 담고 생선매운탕을 만드느라 분주합니다.

 

 낯선 땅 미얀마에서 생선매운탕이라니요.

 얼큰한 생선매운탕 생각만해도 입  안에 침이 가득 고입니다.

 어제 우연히 만났을 뿐인데 언니의 마음이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생선매운탕 냄새를 맡으며 글로벌에서 일하는 탄젠, 삔옛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미얀마에서 결혼식을 하려면 $3000정도 드는데 결혼식은 간단하게 하고

 어려운 이웃들이 모여 사는 곳에  돈을 기부하겠다는 심신이 건강한 청년들입니다.

 아웅산 수지 여사가 좋은 사람이지만 변화를 꿈꾸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이 많은 지도자라고 혁명을 꿈꾸는 젊음들이 아쉬워합니다.

 

 삔옛은 헤어질때 여행중에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전화하라며 전화번호를 적어줍니다.

 새록새록 정이 가는 삔옛과 양곤에 다시 오면 맥주 한 잔 하기로 했습니다.

 

 바간 가는길.

 51번타고 40분정도 가면 소바지공 터미널입니다.

 버스에서 만난 친절한 아저씨는 행여 이방인이 길이라도 잃을까봐 터미널까지 안내해 주십니다.

 

 버스는 좌석 폭이 어찌나 좁은지 몸을 옴짝달싹할 수가 없습니다.

 에어컨도 의마무지로 나오고..

 게다가 옆에 앉은 친구는 핏물같은 시뻘건 물을 비닐봉지에 뱉어가면서 연신 꾼-빤과 같은것-을 씹어댑니다.

 뭔가 물어보면 핏물(?)이 줄줄 흐르는 이를 드러내며 영어를 이해못하겟다는듯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흔드는데..

 얼핏 보면 무섭고 자세히 보면 우습습니다.

 

 시간은 느림보 거북이처럼 갑니다.

 바간에 닿으려면 이렇게 14~15시간을 가야합니다.

 저녁 시간이 되어 차가 식당앞에서 멈추고 승객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갑니다.

 

 저는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식당앞에 있는 나무 아래에 앉아 주헌 언니가 준비해준 음식을 펼칩니다.

 가면서 먹으라며 언니가 싸준 것은 찰밥과 콩.

 눈물나게 맛있습니다.

 

 자다깨다를 반복하면서 정신없이 자는데 누군가 깨웁니다.

 바간에 다왔나보다하고 비몽사몽간에  제멋대로 돌아다닌 신발 두 짝을 찾아서 꿰어신고

 짐꾸러미 챙겨서 내리려는데 여기는 바간입구랍니다.

 티켓을 사라고 깨운겁니다.$10.물론 팔랑falang-외국인-들에게만 해당됩니다.

 

 바간 터미널에 도착하니 아직 아침 기운이 찾아들지 않아 어둑어둑한데 삐끼들의 손님맞이가 분주합니다.

 모두 뿌리치고 같은 버스를 타고 온 팔랑들  New Park Hotel로 찾아갑니다.

 

 

 

 바간Bagan 

 

 아,바간!!

 

 바간은 앙코르왓,보나브드로와 함께 세계 3대 불교 성지입니다.

 4백만 파고다의 도시라고 불리기도 하고 '미얀마의 다이아몬드'라는 애칭으로도 불립니다.

오죽하면 미얀마에서 바간을 못보면 평생 후회한다고 했을까요.

 

이곳에서 만난 일본 여행자 미사끼는 순전히 바간을 보기 위해 미얀마에 왔습니다.

일주일 휴가를 내서 태국과 양곤에서 각각 하루씩 머물고 바간에서 사흘을 보냈습니다.

바간에 머무는 사흘 내내 한 일이라고는 아침 일찍 일어나 해돋이 보러 가고 저녁에 다시 해넘이 보러 가는 것이 전부입니다.

 

쉐산도 페야Shwesandaw Paya에서 해넘이를 보면서 미사끼를 이해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뮤는 바간에서 만난 사이클 릭샤왈라입니다.

 쉐산도 페야까지 뮤가 운전하는 릭샤를 타고 가기로 합니다.20여분은 족히 걸리는 길입니다.

 뮤가 힘들어서 숨이 턱에 찹니다.

 

 자전거 타는 것이 서툴러 대신 자전거 릭샤를 타고 가는길.

 한편으로는 웬 호사인가 싶으면서도 뮤의 거친 숨소리를 듣고 있자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뮤는 그 와중에도 가는 길에 보이는 페야들의 이름을 짚어줍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사를 연발하니 고맙답니다.

 마치 자기가 만든 것인양 뽐내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한 달에 12000짯을 버는데 "no problem"이랍니다.

 이곳 사람들도 인도 사람들처럼 하나에서 열까지 "no problem"입니다.

 2남 4녀중 장남인 뮤,어깨가 무겁습니다.

 페야들을 더 자세히 설명하고 싶어도 영어가 서툴러 제대로 설명을 못해 미안해하는 뮤.

 고마운 인연입니다.

 

 

 

 보파야 페야bophaya paya

 

한껏 게으름을 피우며 침대에서 둥글거리다 어제 저녁에 만난 일본 친구들과 얘기꽃을 피우길 두어 시간..

살 속으로 파고들듯한 더위에 밖으로 나갈 엄두가 안납니다.

 

한 시간이 멀다하고 샤워를 하고 한숨 잔후 시장으로 갑니다.

햇볕의 위세는 여전하고 20여분 걸어 시장에 도착하니 거의 파장입니다.

 

해넘이 하러 가다가 뮤를 다시 만납니다.

마치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듯 시장에서 터미널 근처까지 버스타고 와서 내리자 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쉐산도 페야에서 바라본 해님은 떠날 때를 아는 나그네처럼 저 멀리 산너머로 서서로 자취를 김추고 있습니다.

 

여한 없습니다.

 

뮤의 릭샤가 중노동을 더이상 견디지 못하겠다는듯 반란을 일으킵니다.

'bophaya paya'를 보고 나니 7시가 훌쩍 넘어 사방은 완전히 어둠에 잠겼는데 릭샤는 좀더 쉬어가겠답니다.

 

당신뜻대로..

 

 

밍글라제디 해돋이

 

제한 인원의 두배이상은 초과한듯한 작은 픽업트럭을 타고 밍글라제디로 해맞이하러 갑니다.

50짯.사탕 다섯알 가격입니다.

 

트럭은 조금 가다 서기를 수시로 반복하며 사람과 물건들을 태웁니다.새벽같이 물건을 해다 팔러 가는 사람들입니다.

온갖 야채와 과일 광주리들이 끊임없이 지붕으로 올라가고 먼저 탄 나는 안에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차 뒤에 매달려 가는데어쩐 일인지 뒤에 타는 사람들이 자꾸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도대체 이 작은 픽업트럭에 몇사람이나 탄걸까요.

안쪽에 열서너명,지붕에 대여섯명, 매달려가는 사람 너댓명.

누군가 한 명정도는 불평할법도 하건만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말하는듯 합니다.

 

"함께 가자,우리 이 길을"

 

그러면서 미소를 건내고 눈인사를 보냅니다.

 

해뜨기 전에 밍글라제디에 도착해서 해맞이를 하고싶어 조급하던 마음이 어느 순간 사라집니다.

밍글라제디에 도착하기도 전에 해는 벌써 떠올랐습니다만

밍글라페야가 아닌,양옆으로 크고 작은 페야들이 널려있는 도로 한복판에서

건강한 삶의 기운이 충만한 사람들과 함께한 해맞이는 각별합니다.

 

오늘은 픽업 트럭대신에 버스를 타고 밍글라제디에 가서 해맞이를 합니다.

왜 미사끼가 그렇게 바간을 오고싶어 했는지,그의 주요 일과가 아침에 밍글라제디에서 해맞이하고

저녁에 쉐산도페야에서 해넘이하는 것이 전부인지 저절로 이해되는 순간입니다.

 

사실 그건 미사끼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곳에 오는 많은 여행자들의 일과가 미사끼와 비슷합니다.

 

해맞이하고 걸어서 주위에 있는 크고 작은 사원들을 둘러봅니다.

그리고 터미널에 가서 만달레이로 가는 표를 예매하고 다시 오토바이 히치해서 보파야페야에 옵니다.

살속을 파고드는 햇볕.

 

 나는 마구니입니다.

가던 길 마다하고 보파야페야 입구까지 태워주신 아저씨께 찬 음료수 한 잔 대접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제 목타는 줄은 알아서 음료수며 물을 사먹었지요.

 

음료수 사러 들른 가게에서 열세살 소녀 네퓨뷰를 만납니다.

덥다덥다하니 같이 목욕하잡니다.

집 한 켠에 있는 간이샤워장에서 롱지를 입고 함께 샤워합니다.

 

몸과 마음이 한결 청량해지는 기분입니다.

네퓨뷰가 얼굴에 따나카와 입술연지를 발라줍니다.

보고있던 동생 무샴마가 재미있는지 웃습니다.

분장을 마치고 나니 데이트하러 가는 일만 남은 사람같습니다.

정갈하게 몸단장하고 부처님전에 삼배드립니다.

 

사람되게 하소서..

 

 보파야에서 보는 해넘이는 아름답습니다.

 해가 지고 구름을 붉게 물들이고 강물에 깃든 붉은 여운은 아름다운 사람의 뒷모습같습니다.

 

낮에 알로피 페야에서 우연히 만난 조지와 아이리스와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한 달전쯤에 라오스 북쪽 므앙싱에서 만난 독일 커플입니다.

약속시간에 대려면 그만 일어나야하는데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오늘이 바간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입니다.언제 또 이곳에 오게 될른지요.

 

롱지 챙겨주고 함께 물뿌리며 목욕하고 따나카 갈아서 정성껏 얼굴에 발라주고

예쁘다며 좋아하던 이쁘디이쁜 꼬마들..

 

건강한 릭샤왈라 뮤.

고개를 올라갈때면 너무 힘들어 거칠어지는 뮤의 숨소리가 잊혀지지 않습니다.그의 웃음도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페야를 걸어나오다 무샴마를 다시 만납니다.

처음엔 남자아이인줄 알고 목욕하러 가려고 옷갈아 입을때 저리가라고 했는데

알고보니 머리카락이 짧을뿐 눈망울이 크고 웃을때 더욱 예쁜 꼬마 소녀입니다.

 

 

 만달레이Mandalei-밍군

 

만달레이로 가는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에 엘렛이 옵니다.

대개의 이스라엘리들과 달리 홀로 여행하는 친구입니다.

하지만 미국인과 이스라엘리를 섞어놓은듯한 그의 태도와 말투가 마음에 안들어 한 숙소에 묵으면서도

별로 말을 섞지 않았습니다.그래서 그도 오늘 만달레이로 간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압니다.

 

7시간 30분만에 만달레이에 도착해서도 각자 제갈길로 갑니다.

 

만달레이는 미얀마 제 2의 도시입니다.

한때는 옛 왕조의 도읍지이기도 했습니다.그래서 당시에 만들어진 성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성은 도시 한복판에 있어 오가는 이의 눈길을 끕니다.

 

 밍군은 대탑으로 유명합니다.

만달레이 시내에서 보트타는 곳까지 30분정도 걸으면 이라와디 강변에 닿습니다.

그곳에서 보트를 타고 한시간쯤 가면 밍군입니다.

 

거대한 밍군페야위에 오릅니다.

 

평화로운 기운이 감도는 산과 마을,작은 언덕들,언덕 꼭대기에 있는 하얀 페야들,

그림처럼 이라와디강 위에 떠다니는 돛단배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어디선가 닭울음소리가 들립니다.

 

 

 

만달레이Mandalei-우베인다리

 

우베인 다리는 200년전에 나무로 만들어진 길고 운치있는 다리입니다.

어제 해넘이하러  갔지만 한 번 더 가는 중입니다.

 

픽업트럭 안에서 수수언니를 만납니다.

미션고등하교를 졸업하고 만달레이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는 언니.

결혼에는 관심이 없어 혼자 살아오신 독신입니다.

60은 족히 넘었음직한데 수줍은 웃음은 열일곱 소녀입니다.

 

종교가 있냐고 묻기에"sometimes buddist"라고 했더니 

당신은 "always pure buddist"라며 웃으십니다.

 

언니가 집으로 초대합니다.

수수하지만 정갈한 우리네 시골집같습니다.

 

수수 언니는 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언니가 그랬듯 언니의 언니도 갑작스레 나타난 이방인을 매일 보는 동네 사람이 마실온듯 대합니다.

 

주인이 격의없으니 객도 주인을 닮아갑니다.

차와 비스킷을 먹고 다리로 가려고 나서는데 언니가 자전거를 빌려줄테니 타고 가랍니다.걷기에는 너무 멀다면서요.

언니의 호의만 고맙게 받고 걷기로 했습니다.

 

 밤에는 어제에 이어 모기와 한판합니다.

 더이상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불을 켭니다.

 12시 10분.신경전을 넘어선 혈전.

 

한 마리는 즉결처분했으나 나머지 한 마리는 죽음을 무릅쓰고 약올려가며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합니다.

이 녀석의 최후를 보지않고는 잠들 수없습니다.

더이상 온 몸이 가렵고 툭툭 불거져 10분마다 아니 5분마다 깨고 싶지 않습니다.

 

 "Hey,mosquitto, come on" 

 

 ...제가 'sometimes buddist'이기는 한걸까요.

 

 

 

  핀우린(민묘)

 

짐이 가벼워서일까요.여기저기 훌훌 떠나고 싶습니다.

핀우린이 궁금합니다.

2500미터에 있는 핀우린은 미얀마 제 1의 휴양도시입니다.

여유가 있는 현지인들이 더위를 피해서 휴가를 즐기는 곳입니다.

 

오르막이 버거워 픽업트럭은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헉헉거리더니

타이어를 바꾸고 물을 뿌려 열기를 식힌 후에야 안간힘을 쓰며 올라갑니다.

보통 2시간이면 올 수있는 곳을 3시간 30분만에 간신히 닿습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훈기에 서늘한 바람이 섞여 코끝을 스칩니다.

시내에 있는 옷가게마다 겨울옷이며 털모자가 걸려 있습니다.

겨우 3시간 떨어진 만달레이에서는 더위를 못견뎌 계속 선풍기를 틀어대고 낮에도 찬 음료수를 몇 잔씩 마셨는데 말입니다.

 

휴양도시답게 아름다운 전원도시입니다.

이제까지 지나온 양곤이나 바간, 만달레이에서는 느끼지 못한 여유로움이 가득 베어있습니다.

 

물론 숙소도 상대적으로 비쌉니다.

더구나 지금이 방학이라 숙소마다 가족과 함께 휴가를 온 미얀마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인레Inle

 

 만달레이에서 인레로 가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택시를 타는 것입니다.그것은 만달레이에서 핀우린 갈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동행이 있으면 돈을 나누어내면 되고 없으면 혼자 부담해야 합니다.물론 대개의 여행자들 얘기입니다.

 현지인들은 주로 픽업트럭을 탑니다.물론 택시를 이용하는 현지인들도 있습니다만 그건 돈많은 사람들 얘기입니다.

 

 가능하면 보통의 현지인들과 비슷하게 먹고 이동하자는게 여행할 때 제 주의아닌 주의입니다.

 왜냐면 그게 마음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보통의 현지인들을 만날 수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차를 네 번 갈아타며 인레로 갑니다.

 아침도 먹지 못하고 새벽부터 서둘렀건만 인레로 가는 갈림길인 쉐냐웅에 도착하자 밤 8시가 넘었습니다.

 

 인레로 가려면 다시 픽업트럭을 타야합니다.

 타고 온 픽업트럭은 따웅지가 종점이어서 저만 떨궈놓고 휑 가버렸습니다.

 쉐나웅에 내린 사람은 저 혼자입니다.

 

 사방이 깜깜합니다.오가는 사람도 없습니다.

 불이 켜진 작은 가게에 들어가 물어보니 인레로 가는 픽업트럭은 막차가 끊긴지 오래됐답니다.

 

 하루의 피곤이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인레까지 십여킬로미터 가는 택시비는 하루치 방값에 해당하고 11시간을 달려온 차비와 맞먹습니다.

 

난감해하는 내게 가게 주인은 차를 권합니다.잠시 쉬어가라고요.

그리고 택시를 타려면 안전한 택시를 불러줄테니 기다리라고 합니다.

그의 말이 하루치의 피곤에 묻혀 아련합니다.

 

 갑자기 알 수없는 눈물이 흐릅니다.주체할 수없이 흐릅니다.

 하루종일 차를 타고 온 피곤함과 배고픔때문은 아닙니다.

 아주 가끔씩 여행이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오늘이 그런 날입니다.

 민망스러워 고개를 어둠 속으로 돌렸습니다.

 그가 눈치를 챘는지 위로의 말대신 자꾸 차를 권합니다.

 따뜻한 차는 하루치의 피곤을 말없이 다독여줍니다.

 

 택시를 탑니다.

 제 무게에 겨워 아무 사심없이 차를 대접하고 택시까지 불러준 찻집주인에게는 제대로 감사인사도 하지 못했습니다.

 찻집주인은 택시기사에게 뭔가 당부하는 것같습니다.

 그리고 제게 택시기사는 잘 아는 사람이니 안심해도 된다고 여러번 말합니다.

 그의 말을 귓등으로 흘립니다.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택시 타고 가는 길.

 알 수없는 눈물이 여전히 흐릅니다.밖은 완전히 어둠 속에 잠겼습니다.

 택시 안에도 고요한 정적만 흐릅니다.

 다른 때 같으면 긴장했을텐데 나이가 지긋한 기사할아버지가 아무런 경계령을 내리지 않게 합니다.

 찻집주인이 왜 그렇게 안전을 강조했는지 이해가 갑니다.

 초행길인 여행자가 짙은 어둠 속을 택시기사만 믿고 달려야하기 때문입니다.

 

 <레인보우 인>에 도착합니다.대나무 방갈로입니다.

 대나무 옷걸이,대나무 탁자,나무로 된 책상과 걸상,대나무 쓰레기통,투명한 아름다움을 발하는 초록 커튼,깨끗한 욕실..

 평소라면 마음에 든다며 좋아했을텐데 높은 천장이 휑뎅그렁하게 느껴지고

 깨끗하고 넓은 두 개의 침대가 한없이 넓어 보입니다.

 

 아침에 옆방에서 음악소리가 크게 들려옵니다.

 음악이 귀에 익은걸보니 앨럿이 옆 방갈로에 묵었나봅니다.

 

 아니나 다를까..보트투어하러 나가는 앨럿과 잠시 인사를 나눕니다.

 함께 비행기를 타고 와 양곤에서 잠시 같이 지냈던  다른 여행자들은 만나지 못했는데

 유독 앨럿만 자주 마주칩니다.

 

 숙소 식당에서 정갈한 아침을 먹고 산책에 나섭니다.

 맛있는 팬케잌과 딸기 쉐이크를 먹을 수있다는 <팬케잌킹덤>표지판을 우연히 보고 따라갑니다.

 명함에는 "맛없으면 돈 안받아요No Good No Pay" 라고 쓰여 있습니다.

 자신감이 마음에 들어 랏시를 주문합니다.

 

 맛은..

 돈을 반만 주어도 될 것같습니다.

 

 인레는 호수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시골 마을입니다.

 흙길 양옆으로 펼쳐진 논밭이 시원합니다.

 마음이 확 트이듯 숨구멍이 뻥 뜷리듯 마음밭이 넓어지고 환해집니다.

 

 예부(온천)는 자전거로 1시간,걸어서는 2시간 거리입니다.

 가는 길에 만난 마추임야 언니는 너무 멀어서 "마까무"(no good)라며 온천 대신에 언니네집으로 가잡니다.

 꼭 온천에 가야하는 것도 아니기에 언니따라 갑니다.

 

 서른 여덟인 언니는 남편과 여덟살,일곱살인 아둘 둘에 딸 하나를 두었습니다.

 남편을 보니 사람이 선하게 태어나서 평생 그 마음으로 살면 어떤 얼굴이 되는지 알 것같습니다.

 갑작스레 나타난 외국인을 한동안 못본 처제 대하듯 합니다.

 형부는 집에 있는 영어사전을 들춰가며 궁금한 것들을 물어봅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금세 동네사람들이 모여들고 별것도 아닌 것에 까르르 웃음이  넘쳐납니다.

 

 언니의 제안으로 언덕위에 있는 페야에 갑니다.

 신발이 두 개나 있는데도 늘 맨발로 다닌다는 개구쟁이 큰아들인 뗑민툰이 신이 나서 저만치 앞서가고  

 여섯살인 막내딸 뮤딴다톤은 살며시 와서 손을 잡으며 웃습니다.

 이런 딸내미 하나 있어도 좋을 것같습니다.

 

 나무로 만든 언니네 집에는 이렇다할 세간살이하나 없지만

 억만금을 주고도 사지 못하는 평화와 사랑이 넘쳐납니다.

 

 페야에 들렀다가 언니와 아이들과 헤어져 가던 길 내처 온천으로 갑니다.

 운좋게도 미니 냉장고까지 갖춘 호텔버스를 히치해서 금세 온천에 닿습니다.

 

 $1을 내고 들어간 온천은 야외 목욕탕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몇 명의 여인네들이 롱지를 입은채 온천욕을 즐기고 있습니다.

 따뜻한 물로 목욕하기가 쉽지 않은 현지인들이 거의 유일하게 온천욕을 하면서 수다도 떨고 맛사지도 합니다.

 

 바간에 산다는 수수와 수수엄마를 만납니다.

 수수엄마는 서른 아홉이라는데 젊고 매력적인 미인입니다.

 서로 등도 밀어주고 바디맛사지도 함께 하면서 까르르 까르르 수다를 떱니다.

 

 온천욕을 마치고 수수 삼촌네 집에 갑니다.

 오늘이 수수 남동생이 머리를 깎고 한동안 절살이를 하는 노비스를 축하하는 날입니다.

 사흘동안 계속되는데..친척과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이고 음식도 진수성찬입니다.

 샨음식과 미얀마 음식들..

 모두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입니다.

 

 수수 할아버지는 아들 일곱에 딸 다섯,손자와 손녀를 서른명쯤 둔 다복하신 분입니다.

 굵은 돋보기가 할아버지에게 세월을 일깨우지만

 일찍이 할아버지의 사랑을 느껴보지 못한 내게 일흔 다섯되신 할아버지는 정겹기만 합니다.

 장난삼아 첫째부터 열두째까지 아들 딸 이름을 외우시게 했더니

 하나하나 짚어가며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살리려 애쓰시는데 어찌나 우스우면서도 재미있던지..

 

 할아버지는 "따네 얼른 표쎄야 까우네 넷 핏데"(오늘은 아주 행복한 날이구나)하십니다.

 

 

 인레Inle-노비스

 

오늘 노비스에 정식으로 초대를 받았습니다.

엊저녁에 숙소 매니저인 뚜뚜에게 빌린 룽지랑 블라우스 차려입고 수수에게 갑니다.

오다가 마추임야 언니네 들러 아이들에게 줄 요량으로 공책과 연필,색연필도 샀습니다.

 

화려한 옷을 차려입고 얼굴 분장까지 한 수수동생에게 축하인사를 하고 주위를 둘러봅니다.

동네사람과 일가친척은 다 모인것 같습니다.

뚜뚜말대로 한결같이 멋진 룽지와 블라우스를 입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수수엄마는 단연 돋보입니다.

 

사람들이 줄지어 노비스가 되는 두 꼬마-다른 한 꼬마는 열두살된 친척-에게 축하인사를 합니다.

노비스의 부모들은 손님들을 대접하느라 분주합니다.

 

우리네 시골 잔칫집 분위기입니다.

방에도 마당에도 잔칫상에는 음식이 넘쳐나고 축하하러 온 사람들로 집안은 북적입니다.

덩달아 신이 나서 그동안 갈고닦은 미얀마어 총 동원해서 동네 사람들과 수다떨고

"little bit English"를 하는 수수의 도움도 받습니다.

 

한켠에서는 bamboo clapping을 연주합니다.

 

딱,딱,딱,딱.

 

마음속에서 서서히 회오리가 붑니다.

요동치는 북소리는 잠자는 영혼을 불러일으킵니다.

북소리,징소리에 맞춰 사내들이 무술을 하듯 춤을 추면

아낙네들이 주위를 에워싸고 바람에 살랑이는 코스모스처럼 손을 위로 올리고 살랑살랑 흔들며 춤을 춥니다.

여인네들의 춤이 은근하면서도 매혹적이라면 사내들의 춤은 강렬하면서도 유혹적입니다.

 

 한옆으로 담배를 물고 연기를 피워내며 비스듬히 서서 취한듯 북을 치는 사내에게서 한량기가 물씬 풍깁니다.

 저도 여인네들 틈에 섞여 북소리와 대나무 악기에 장단을 맞춥니다.

 

사내들의 춤에 넋을 놓고 있다가 집에 갈 시간을 놓칩니다.

6시가 다 되어서야 가까스로 발걸음을 떼지만 마음은 춤판에 박혀 있습니다.

 

마추임야 언니네 들르려면 부지런히 길을 재촉해야 합니다.

축지법을 쓰는 사람처럼 금세 언니네 집에 도착합니다.

반가움에 둘이 얼싸 껴안는데 따스함이 고스란히 전해옵니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고 뗑민톤과 뮤딴다톤도 얼굴을 내밀었다 숨었다합니다.

 

늦었으니 저녁먹고 자고 가라는 언니에게 더 늦기전에 가야한다며 나오자

마추임야 언니는 자전거로 바래다주겠다며 따라나섭니다.

가로등 하나 없는 캄캄한 길을 되짚어와야 하는데도요.

 

'되로 주고 말로 받는'사랑입니다. 

 

 

 

Inle-수로여행,따웅지

<팬케잌킹덤>에서 만난 일본 여행자 슝은 아직 소년티가 남아있는 대학 3학년생입니다.

영화와 사진을 공부하면서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서 방학때마다 여행을 하는 친구입니다.

아버지가 중국작가 노신을 좋아해서 그의 이름을 따서 신迅(슝)이라고 지었답니다.

어렸을 때 중국에서 잠깐 살기도 했다는 슝과 카누타고 수로여행을 하고

<포시스터즈>에가서 저녁도 함께 먹습니다.

 

같은 숙소에 묵는 한국 여행자들은 예순이 다 되신 부부입니다.

15년전부터 부부가 함께 1년에 한 번씩 외국으로 여행을 다닙니다.

정보도 부족하고 한국 여행자도 드문 미얀마에 연세드신 두 분이 배낭여행을 오신 것입니다.

훌훌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시는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채 1시간도 안되는 거리지만 픽업트럭이 고장나서 중간에 서는 바람에 차를 갈아타고 따웅지에 도착합니다.

동네 시장에라도 온듯 어슬렁거리며 시계알도 갈아끼우고 새우튀김과 랏시도 사먹습니다.

 

쉐폰부 페야를 찾아가는 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마침 동굴에 간다는 현지인 한 쌍을 만나서 함께 갑니다.

언덕 꼭대기에 있는 페야보다는 그곳에서 바라보는 따웅지 전경이 시원합니다.

꼭 관악산에 올라온 것같습니다.아버지가 옆에 계시면 좋을텐데..

 

 오늘은  미얀마 국군의 날이라 휴무입니다.

 내일은 fullmoom day라 쉬고 하루 일하고 다음날은 주말이라 다시 쉬고..

 

미얀마 여인들은 긴 머리를 자랑합니다.

허리 아래로 내려올 만큼 머리를 기른 여인들도 흔히 볼 수있습니다.

머리에는 쟈스민을 꽂아 한층 멋스러움을 더합니다.

 

옷도 주로 롱지라는 긴 치마와 몸의 곡선을 자랑하는 길이가 짧은 블라우스를 입습니다.

긴머리와 긴롱지 그리고 몸에 꼭 맞는 블라우스는 여인들을 한층 가늘고 멋스러워 보이게 합니다.

어른들은 도시에서 가끔씩 볼 수있는 짧은 머리에 청바지나 면바지를 입은 처자들을 보면 못마땅해하십니다.

 

얼굴엔 따나카를 바르는데 햇빛을 차단하고 보습역할도 합니다.

따나카는 가끔은 남자들도 바르지만 주로 여자와 아이들이 바르는데 화장의 일종으로 인식되어서인지

따나카를 바른 소녀들은 어김없이 입술연지를 하고 있습니다.

 

옆집에 사는 띵띵엔 언니는 고등학교와 대학에 다니는 아들 둘과 서른살된 남동생 마초

그리고 병석에 계신 아버님을 모시고 삽니다.

 

마초에게 롱지 만들려고 산 천을 보여줬더니

잠시 다른 집에 마실 다녀온 사이에 재봉질을 해서 멋진 롱지를 만들어놨습니다.

입어보고 신이 난 김에 춤을 추며 좋아했더니 마초랑 띵띵엔 언니도 까르르 웃습니다.

내일 이 롱지입고 보리따 사원에서 열리는 축제에 갈랍니다.

 

 

 

 보리따 마을

 

보리따마을에서 보름달 축제를 합니다.

어제 마초가 만들어준 롱지 차려입고 축제에 갑니다.

걸어서 2시간.산책삼아 걷기에 딱 좋습니다.

 

 일주일전 늦은밤 몸과 마음이 지쳐 눈물을 훔치며 택시를 타고 왔던 길입니다.

그때는 미처 몰랐지요.

일주일 후에 롱지자락 휘날리며 이 길을 걷게 될 줄은..

 

30분쯤 걷다가 자전거타고 가는 여인에게 보리따 마을 가는 길을 물으니 그쪽으로 가는 길이라며 뒤에 타랍니다.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걷기에 불편한 롱지를 입고 걷기가 슬슬 꾀가 나던 차에 꾸벅 인사하고 올라탑니다.

길 양옆에 펼쳐진 논에서는 모내기가 한창입니다.

자전거가 힘겨워해서 내려서 다시 걷는데 이번엔 자전거타고 가던 사내가 뒤에 타랍니다.

걷자면 아무래도 한시간은 족히 걸릴듯해여 다시 자전거에 탑니다.

 

본격적인 축제는 밤에 이루어지는지 마을은 한산합니다.

 

 

 

칼로kalo

 

 5일장이 서는 날입니다.그리고 인레를 떠나는 날이기도 합니다. 

 마음이 급합니다.

 지난 장날은 노비스 축제에 가느라 제대로 구경을 못했는데 시장이 활기에 넘칩니다.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생선을 파는 생선전에 묵이며 두부부침,강정도 있고 각종 김치류,딸기

 그리고 스타치스며 소국까지 마치 우리네 시골 5일장에 온 것처럼 파는 물건들이 하나같이 정겹습니다.

 장바구니마다 꽃이 한다발씩 담겨 있는 것은 집안에 모신 부처님께 바칠 것입니다.

 

 롱지를 만들어준 마초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 소국을 한다발 삽니다.

 띵띵엔 언니를 위해서는 딸기랑 두부,계란을 삽니다.

 두부를 산 집에서는 아주머니가 선물이라며 숙주나물도 한웅큼 주십니다.

 

 계란을 사는데 마침 마추임야랑 같은 동네에 사는 여인이 장보러 왔다가 알아보고 아는 체를 합니다.

 언니는 오늘 따웅지에 갔답니다.달걀봉지를 여인에게 건넵니다.

 

 "마추임야에게 전해주세요.이 풍선은 뮤딴다톤과 뗑민톤 주시고요.고마워요"

 

 몇 개의 달걀이 마추임야에게 전해질 생각을 하니,아이들이 풍선을 불며 신나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띵띵엔 언니에게 줄 달걀을 다시 삽니다.

 달걀 파는 아저씨는 마추임야 언니랑 가까운 동네에 산다며 덤으로 한 개를 더 줍니다.

 

 마초에게 꽃을 건내니 뜻밖의 선물에 놀라면서도 행복해합니다.

 집에 와서 짐꾸리고  띵띵엔 언니에게 작별인사를 합니다.

 마침 외출에서 돌아온 언니가 점심먹고 가라는데

 갈길도 있고하여 그냥 일어서는데 언니가 먹거리를 챙겨줍니다.

 그리고 안보일때까지 웃으며 서있습니다.

 뒤돌아서서 몇 번이고 언니와 마초에게 손을 흔듭니다.

 

 시장에 가서 꽃과 달걀을 사서 이번에는 어제 갔던 할아버지댁에 갑니다.

 집에는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안계시고 어제는 못본 여인이 반깁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큰딸 초초이입니다.마흔셋이지만 미혼입니다.

 조금 후에 돌아오신 할아버지께서 점심을 먹고 가라고 하십니다.

 

 띵띵엔 언니네서는 환자돌보느라 힘든 언니에게 부담이 될까봐 사양했지만

 허물없이 대하시는 할아버지댁에서는 식구들과 둘러앉아 한끼 먹고 싶습니다.

 흔쾌히 응하고 야채볶음하고 맛있게 먹는데 할아버지께서 반찬을 더 사러 가십니다.

 두부채 무침을 좋아하냐기에 무심코 그렇다고 대답한 것이 원인입니다.

 

 "떽부레,아페"(할아버지 너무 더워요.가지 마세요.)

 

 금방 오겠다며 할아버지께서 나가시고 장에서 돌아오신 할머니와 함께 식사를 합니다.

 할아버지께서 두어가지 반찬을 더 사오셨습니다.

 

 초초이는 계속 반찬들을 접시에 덜어주고 맛난 반찬들과 가족들의 정에 양껏 밥을 먹습니다.

 더이상 먹을 수없을 만큼 몸도 마음도 배불러 숟가락을 놓으려는데

 할머니께서 눈깜짝할 사이에 제 접시에 밥을 덜어 놓고 까르르 웃으십니다.

 더이상 먹을 수없을만큼 배부르지만 할머니께서 덜어놓은 밥을 또 먹습니다.

 세상 어디에서도 만날 수없는 맛난 밥입니다.

 

 칼로에 가기 위해 쉐나웅 정션에서 내립니다.꼴레를 다시 만납니다.

 그는 일주일전 밤늦게 이곳에 도착했을때 무사히 나웅쉐까지 갈 수있게 도와주었던 찻집 주인입니다.

 그때는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그도 알아보고 인사를 합니다.그의 따뜻한 기운이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사랑에 빠지기 쉽지 않아 아직 결혼을 못했다고 헛헛하게 말합니다.

 

                                    

                                                                                                                                                                                                                              칼로kalo-쉐우민사원

 

<골든 릴리golden lily>

 묵고 있는 숙소 이름입니다.릴리는 이 집 주인입니다.

 세자매가 호텔을 꾸리고 있습니다.그 중 막내인 릴리가 주인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 번도 암릿차르에 가본적은 없지만 펀잡이 고향인 시크교도들입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에 할아버지가 이곳으로 이민을 왔다고 합니다.

위성 텔레비전으로 암릿차르 골든사원을 보면서 감회에 젖습니다.

가족들 모두 언젠가 한번은 꼭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깔로 언덕에 오르니 마날리도 생각나고 다람살라도 생각납니다.

들리는 거라곤 새소리와 자나가는 바람소리뿐인 곳에 <마하시 명상센터>가 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5~6시,11시에 두번 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물이외에 아무 것도 먹지 않습니다.

그리고 하루 8시간의 명상.

하루 8시간 일정한 자세로 명상을 해야하는 것도,11시이후에 아무것도 먹을 수없는 것도 생각만 해도 버겁습니다.

 

명상전에 들어서니 현지 여인 두사람이 명상에 잠겨 있습니다.

그들을 보면서도 재잘거리며 맛난것 먹으며 여기저기 걸어다닐 수있는 지금이 좋습니다.

 

길에서 만난 여인이 가르쳐준 동굴사원을 찾아나섭니다.

쉐우민 파고다.

익히 동굴사원인 쉐폰부에를 갔었기에 '동굴'사원이라는 말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700년전에 만들어진'쉐우민 사원'은 진짜 동굴사원입니다.

이곳에서 친구들과 휴가를 즐기러 양곤에서 온 양웅수를 만납니다.타웅지에 묵으면서 사원순례차 왔답니다.

 쾌남아인 양웅수가 영어로 설명을 해줘서 동굴사원 구경이 한결 맛갈납니다.

 

 빌면 무엇이든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불상앞에 섭니다.

'꼭 이럴땐 소원을 까먹더라'생각나는대로 행복한 삶을..어쩌구 하며 금세 감았던 눈을 뜨는데

 양웅수가 여전히 진지하게 눈을 감고 소원을 빌고 있습니다.

 

이루고 싶은 바램이 많은 양웅수와 니사원에도 함께 갑니다.

택시타고 가는 편하디 편한 길입니다.

혼자 여행하는 여자 여행자는 처음 본다며 신기해하는 친구들..

내가 양곤에서 이곳까지 당연히 비행기를 타고 왔을거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재미있습니다.  

 

밭일하고 오는 카렌족 여인은 초등학교 선생님인 노따시입니다.62년생이니까 마흔입니다.

카렌족이어야하고 기독교 신자여야하며 그리고 또 무슨무슨 조건에 맞는 남편감을 못만나 아직 미혼입니다.

지금은 동료교사인 후투네 집에서  그 집 식구들과 함께 삽니다.

 

후투 역시 미혼입니다.

우연인지 아님 미얀마에서 나이든 미혼 남녀들이 흔한 일인지 만달레이에서 만난 수수언니와 그 언니,

꼴레,인레이서 만난 초초이 자매,릴리와 돌리 언니,남동생 로빈그리고 노따시와 후투까지..

적어도 마흔을 넘긴 외기러기들입니다.

 

하지만 빠빠는 일찍이 스무살에 결혼해서 스물 다섯인 지금 아둘 둘을 두었습니다.

빠빠가 한 살인 둘째 아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쌀자루에 무거운 짐을 담아 자전거에 싣고 끄응끙 언덕을 오릅니다.

그녀에게 잠시 도우미가 되었습니다.

집에 당도한 후 돌아서려는데 빠빠가 집앞에 있는 콩밭에서 콩을 따서 봉지에 담아 건넵니다.

그리고 굳이 숙소까지 바래다 줍니다.

한사코 사양하자 어차피 약사러 가야한다기에 함께 나섰는데 알고 보니 바래다주기위해 둘러댄 말입니다.

 

빠빠가 기어이 집앞가지 함께 온후에야 돌아섭니다.

언제나처럼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사랑입니다.

 

  

 

칼로kalo-아웅반 포일라 장날&노아브에(소시장)

아웅반 장날입니다.

이곳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꽃을 파는 사람들입니다.장바구니마다 어김없이 꽃다발이 들어 있습니다.

집집마다 모셔둔 부처님전에 바칠 꽃입니다.

 

장구경하고 쉐나웅에 들러 꼴레에게 주려고 소담한 노란꽃 한다발을 삽니다.

용기가 없어 건네지도 못하고 내내 가방 속에 두게 되는 것은 아닌지..

 

'가기는 갈거야? 마음이 사고 싶어서 샀으니 네 마음대로 하려므나.'

 

소시장은 온통 소와 남정네들뿐인 조용하기 이를데없는 장입니다.

많은 수의 소들이 나란히 서서 새주인을 기다리며 눈만 껌벅껌벅하고 있습니다.

 

소를 사러온 사람도 팔러온 사람도 남정네입니다.

거래도 조용히 이루어져 시장치고 이렇게 조용한 시장은 처음입니다.

 

소도 사람들도 갑자기 나타난 외국인 여자여행자가 신기한듯 구경을 합니다.

릴리가 소시장에 가면 재미있을거라고 해서 왁자한 장터를 상상하며 왔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원래 소시장이 이런 분위기인가..?

 

'조용한 소시장'을 구경하고 쉐나웅으로 가는 픽업을 탑니다.자리가 없어 지붕 위로 올라갔습니다.

여자는 지붕에 타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더니 정말 지붕 위에는 현지인 남자 승객들뿐입니다.

트럭 지붕 한켠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은 더이상 여한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마음은 콩닥콩닥,차는 덜컹덜컹

한 시간 반만에 쉐나웅 정션에 도착합니다.

 

 꼴레가 무슨일이냐며 놀랍니다.

 

 "그냥..아웅반 장구경 갔다가 들렀어요.목말라서 음료수 한 잔 마시려고.."

 

함께 사는 누나와 대학에 다니는 누나딸까지 먼 길 왔다며 반깁니다.

가방 안에서 바나나잎으로 포장한 꽃다발을 꺼냅니다.

꼴레에게 주는 척하다가 언니에게 건넵니다.

꼴레가 웃으며 말합니다.

 

"아름다워.."

"나말야?"

"아니,꽃말야."

 

지금 이 순간 저 꽃이었으면..꽃이 부럽습니다.

세월을 낚는 어부처럼 꼴레가 차를 마시며 의자에 앉아 밖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거센 바람이 불어와도 모진 비가 내리쳐도 언제나 그곳에 있을 것같은 사람입니다.

소시장 구경한 얘기를 하자 그가 맑은 웃음소리를 내며 환하게 웃습니다.

그는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입니다.

 

 사비빌라~?(식사했어요?)

 마사대부.(아직요)

 

 툭툭 던지는 미얀마말에 그가 조금은 기특해했던가.

 

식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습니다.꼴레 누나가 준비한 반찬들이 꿀맛입니다.

밥을 먹기 전에 많은 것같아 조금 덜었는데 금세 다 먹고 더 먹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꼴레 누나는 친언니처럼 정겹고 수학을 전공한다는 조카딸도

이따금 칠리소스와 콩스프를 접시에 덜어줍니다.

 

막차 시간이 다가옵니다.

픽업트럭을 타고 간다고 말했는데도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에 도착한 버스를 꼴레가 세워놓고 부릅니다.

얼결에 인사하고 차에 오릅니다.

뒤돌아보니 꼴레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에게 손을 흔들며 화답합니다.

 

 "노아부에(소시장)를 미얀마어로 어떻게 써요?"

 

꼴레가 한획한획 천천히 긋습니다.

이제까지 많은 사람에게 미얀마어 쓰는 법을 물어봤지만 꼴레처럼 알기 쉽고 정확하게 가르쳐준 이는 없습니다.

그는 이런 사람입니다.

눈높이를 맞출줄 아는 사람입니다.

 

오래동안 그를 그리워할 것같습니다.

 

 

 

칼로kalo-빠빠네 식구들

 

달걀이랑 두부사서 작별 인사를 하려고 빠빠에게 갔더니

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막내 아들을 들쳐 안으며 어디론가 가자고 합니다.

뽀로통해서 마당에 앉아 밥먹고 있던 큰아들 따지도 따라나섭니다.

함께 간 곳은 육군 사관학교 매점에서 일하는 여동생이 있는 곳입니다.

 

아이들에게 주려고 과자와 사탕을 고르고 있는 사이 빠빠가 슬리퍼를 골라와서는 신어보랍니다.

선물로 사주고 싶답니다.

몇차례 실랑이를 한 후 그녀의 성의가 고마워서 슬리퍼대신 수첩을 사달라고 했습니다.

빠빠는 호빵과 짜이를 주문하고도 아쉬운지 롱지 옷감을 골라오게해 선물이라며 건넵니다.

 

"빠빠, 마까무,마까무"

그녀가 행여라도 살까봐 마음에 안든다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합니다.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감기에 걸린 막내 아들 감기약 사러 시장으로 오는 길에 간이식당에 들러 깨소금 뿌린 찰밥과 튀김을 먹습니다.

그새 따지는 구멍가게에 걸린 장난감 자동차가 갖고 싶어 빠빠에게 눈길을 보내보지만 그녀는 큰 눈을 곱게 흘길 뿐입니다.

 

따지를 번쩍 안아 맘에 드는 자동차를 고르게 합니다.

자동차 값은100짯.

따지는 금세 자동차 한 대의 주인이 되서 신나합니다. 

 

약을 사고 나서 서로의 갈길을 걱정합니다.

빠빠는 어둑한 길을 나혼자 갈 것을 염려하고

난 세 살난 아들을 앞세우고 한 살 먹은 아들을 안고서 밤길을 갈 빠빠가 마음에 걸립니다.

잰 걸음으로 한 시간 이상을 따라다닌 따지를 업고서 함께 걷다가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헤어집니다.

 

오늘은 칼로 장날입니다.

장구경하려고 서둘러 빨래를 하는데 빠빠가 아이들과 함께 왔습니다.

빠빠는 막내 안고 나는 따지 손잡고 함께 시장에 갑니다.

이미 아침을 먹었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트미네-부침위에 감자 삶아 으깬것과 국수 튀긴 것,파 썬 것을 얹은 음식-을 주문합니다.

 

빠빠가 쏠리는 마음을 어쩌지 못합니다.

가방을 사준다,짜이를 사고 사모사를 먹으라하고 생수도 사주겠다하고 ..

장구경한 후에 간이식당에서 차를 마십니다.

이름을 써달라며 내민 노트에 그녀가 이름과 함께 기원을 담습니다.

 

I hope you are fine.

Forget me not

I willn't forget

However suna is a face a peaceful

Suna visit to Myanmar

 

 영어를 잘 못한다며 그녀가 영어로 써준 글은 마음이 가득 담긴 귀한 선물입니다.

조금 후면 칼로를 떠나는 내게 그녀가 말합니다.

 

"바고랑 짜이티요,양군,타이에 가지 말고 여기서 함께 살았으면.."

 

따지 친할아버지댁에 잠시 들렀다가 그곳에서 헤어져 집으로 왔는데

금세 빠빠가 기어이 가방이랑 말린차, 산딸기 세 바구니를 사들고 왔습니다.

더이상 사양하지 않고 아무소리 없이 받았지요.

 

"빠빠,째주 띤 바레"

 

 떠날 시간은 다가오는데 돌리언니가 시장에 가서 아직 오지 않습니다.

하는 수없이 돌리언니와 작별인사를 나누지 못하고 갑니다.

대신 배웅나온 언니 조카에게 언니에게 전해달라며 암릿차르에서 시크교도에게 선물받은 머리빗을 건넵니다.

평생 시크교도의 본산지인 암릿차르를 순례하는 것이 소원인 언니가 갖고 있는 것이 더 의미있을 것같습니다.

 

차가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몸이 심상치 않습니다.

아니나다를까.구불구불 산길을 내려가며 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몸도 같이 덜컹거리며 몸속 내장들이 요동을 칩니다.

먼길을 가야하기에 의무감에 먹은 것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그대로 쏟아져 나옵니다.

길이 쉽지 않은 탓에 승객들의 삼분의 일이 구토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 중 제가 유독 심합니다.

세번째 구토 때는 차장 아저씨가 따라와 등을 문질러주고 입안을 헹구라며 물병을 건넵니다.

한바탕씩 토하고 나면 괜찮다가도 얼마못가 다시 속이 울렁거립니다.

다행히 차장아저씨덕분에 앞보조석에 앉아갑니다.

안정감은 없지만 뒤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꾼중독 아저씨의 폭력적인 앉음새로 인한 불편은 피할 수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래도 구토는 그치지 않습니다.15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으니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어스름 새벽이 옵니다.

 

구토할 때마다 등을 문질러주고 물이며 젖은 티슈,약과 비닐봉지를 챙겨주신 차장아저씨.

마하라지가 차장아저씨로 변해서 나타나신건가요?

아니면 꼴레가 차장아저씨가 되어 먼길을 함께 동행해준 것은 아닌지요...

 

 

 

바고Bago

 

거의 16시간만에 바고에 도착합니다.

누구와도 흥정하거나 실랑이할 기력이 없습니다.

릭샤왈라가 달라는대로 200짯주고 생각해두었던 숙소로 갑니다.

릭샤왈라는 한참을 가야한다고 했는데 세상에... 엎드리면 코닿을 거리입니다.

 

아무소리않고 내리려는데 눈치없는 릭샤왈라는 그곳은 더러운 숙소이니 자기가 아는 곳으로 가잡니다.

인도에서 너무도 흔하고 흔한 수법.들은체도 안하다가 인상을 씁니다.

 

"얘야,아서라~사람봐가며 일해.먼길 오느라 지친 사람 귀찮게하면 못쓰느니라~."

 

눈치없는 녀석이 끈질기게 따라 올라옵니다.

마치 자기가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양 콩고물을 기대하고서요.

없는 기운 써가며 인상을 한 번 더 씁니다.

 

아침도 없는 작은 방.

하지만 깨끗하고 욕실이 딸린걸로 위안삼습니다.

잠에 곯아떨어집니다.비몽사몽..

 

'일어나.뭐든지 먹고 와서 다시 자.그대로 잠만 자면 몸이 깔아져서 안돼.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를 돌봐야지.어서 일어나라구.'

 

 또 다른 내가 아무리 윽박질러도 몸이 들큰도 하지 않습니다.

 

 GOLDEN ROCK 사원에 가고 싶습니다.

풍경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꼴레가 가보라고 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곳에 가려면 기운이 있어야 해.힘을 내라구!!'  

 

 

 

짜이티오-Golden Rock

 

다행히 어제와는 비교도 할 수없을 정도로 몸이 개운합니다.

볶음밥으로 몸에게 시주하고 짜이티오로 향합니다.

 

 '황금의 땅'에서 황금을 생각합니다.

 이방인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는 황금옷을 입은 돌덩이.

 사람들은 여전히 황금바위에 기원을 담아 황금딱지를 덧붙입니다.

 '황금바위'를 보며 입장료로 낸 황금-$6-을 생각합니다.잠시 마음이 어지럽습니다.

 

 깊이 황금덩이에 삼배하고 물러납니다.

 

 소로 돌아옵니다.

마땅한 방이 없어서 하룻밤 자고 떠날거라 견디자며 정한 곳입니다.

간이 숙소처럼 옆방과의 구분은 얇은 나무판자가 전부입니다.

가방여는 소리,화장실 문여는소리,불켜는 소리,가래뱉는 소리,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둘이 쏙닥거리는 소리..

양 옆방에서 나는 소리란 소리는 죄다 들립니다.

 

게다가 창문에 의마무지로 쳐있는 커튼도 폭이 모자라 창문을 제대로 가리지 못합니다.

1층이라 오가는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안을 들여다 볼 수있습니다.

이래저래 사생활을 조금도 보장받을 수없는 방안은 더 살풍경합니다.

맨 시멘트 바닥,길이가 짧은 침대,고리가 떨어져나가 한쪽만 겨우 벽에 붙어있는 수건걸이,먼지가 켜켜이 쌓인채 흉물스레

서있는 선풍기,스위치를 켜면 잠자는 사람을 모두 깨우고야 말겠다는듯 우당탕거리며 돌아가는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

 

 정나미가 떨어지지만 하룻밤 견디기로 합니다.

그나마 선풍기도 멈추고 방안은 한증막입니다.그 속에서 모기와 한 판까지 벌여야하니 악전고투입니다.

자다깨다를 반복합니다.

 

...그래도 아침은 오고야 맙니다.

 

 

 

양곤yangon

 

 밤새 악전고투한 여독이 덜 풀렸는지 어제 방을 정하면서 방이 형편없어서 $1을 깎았는데

그만 방값을 치루면서 까마득히 잊고 제값을 지불했습니다.

물론 그들도 아무소리않고 다 받았지요.

양곤으로 가는 버스에 타고 5분쯤 지나니 생각이 납니다.

에고 에고~맥주 한 병이 날아갔습니다.꼴레가 좋아하는 책 한 권이 날아갔습니다.

하지만 어쩝니까.주인이 따로 있는 것을..

 

오는 길에 사먹은 얼음이 원인인지 양곤에 다 와가는데 몸이 이상신호를 보냅니다.

설사와 구토를 한꺼번에..

몸아 네가 하고싶은대로 하렴.그리고 나서 네가 편해진다면 말야.

지금 이 순간 혼자라는게 어찌나 편한지요.다행인지요..

 

 <화이트하우스>

 전에 묵었던 <마하반둘라>보다 훨씬 넓고 쾌적합니다.

넓은 공간에 한 치의 틈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침대때문에 여행자들 사이에서 '병원'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다행히 묵는 사람이 세 명밖에 없어서 한갓집니다.

일하는 여직원이 인도여인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구찌구찌호따헤>를 불러주니 좋아합니다.

 

 밤에 옥상에 올라오니 한결 시원하고 양곤의 야경이 한눈에 보입니다.

 쉐다곤페야가 유난히 빛을 발합니다.

 

 'huge breakfast'

 미얀마의 숙소들은 대개가 아침식사를  제공하는데 <화이트하우스>의 아침 뷔페는 그 중에서도 유명합니다.

아침식사 때문에 이 곳에 묵는 여행자가 있을 정도입니다.

일반적으로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는 빵과 차 또는 커피,달걀요리,잼,과일-주로 바나나-인데 반해

이 곳은 뷔페로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있고 메뉴도 풍부합니다.

오늘은 딸기 쉐이크,토스트,차(커피),감자요리,국수,과일(수박,망고..).

음식이 너무 많아서 먹기 전부터 배가 불러와 딸기 쉐이크 몇 잔 마시고 국수를 먹으니 더이상 먹을 수가 없습니다.

 

 오후에는 글로벌에 찾아가 식구들과 인사하고 글로벌 가이드북에 몇 자 메모를 남깁니다.

 

    앞서간 이들의 부지런한 발걸음과 꼼꼼한 정보가

    낯선 길을 떠나는 나그네에게 큰 길잡이가 됩니다.

    한 달여의 미얀마 여행이 여유있고 편안했던 것은

    세계 제일의 가이드북보다 더 생생한 정보를 담고 있는 <글로벌 가이드북>덕분입니다.

    한 달 전 양곤을 떠나기 전에 일부를 복사해서 가져갔지요.

    다시 돌아온 지금 복사본을 이곳에 맡기니 필요하신 분에게 소용되었으면 합니다.  

 

 저녁에 삔옌과 다시 만납니다.전에 약속한대로 맥주 한 잔 같이 하려구요.

'19 street'

 차이나 타운입니다.밤이면 고요하기 이를데없는 다른 거리들과는 딴판으로 불야성입니다.

 양옆으로 줄지어 늘어선 탁자마다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안주 굽는 냄새,호객꾼의 고함소리..

 우리도 한자리씩 차지하고 안주도 주문합니다.

 쌉쌀한 맥주맛.

 

 한국의 포장마차에라도 온듯, 포장마차에서 마음에 맞는 후배와 술을 마시기라도 하듯 삔옌과 술을 마십니다.

 어제가 삔옌 생일이었답니다.어제부로 스물여덟이 된 청년 삔옌.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 꿈이라는..국내는 어지간한 곳은 다 여행했다는 여행을 좋아하는 말총머리 총각.

가느다란 체구지만 그의 꿈은 원대하고 눈빛은 살아 있습니다.

 각자 두 잔씩 비우고 자리를 옮깁니다.

 

양곤에서 가장 유명한 라이브 음악 바 입니다.

세 명의 여자 가수가 번갈아 노래를 부르고,기타를 치던 뱃심이 있어 보이는 뮤지션이 이어 노래를 부릅니다.

세 명의 여자 가수중 한 명이 삔옌이 좋아하는 가수입니다. 

노래를 듣던 사람들이 간간이 가수에게 꽃을 선사합니다.

 

 뮤직바를 나와 3차를 갑니다.

 3차라..너무 오랜만에 발음해보니 외계의 단어처럼 여겨집니다.

 

 열한 시 반.

 거리는 사람도 차도 없어 텅텅 비어 있습니다.

 삔옌은 이곳에서 태어나 릭샤왈라까지 전부 아는 사람이니 걱정말랍니다.

 걱정할 턱이 있나요..

 

 그의 친구가 한다는 맥주집에서 한 잔씩 더 하고 마침 삔옌 친구가 몰고온 자가용을 타고 다리로 갑니다.

 마치 한강대교처럼 느껴지는..다리 한 켠에 차를 세우고 막 잠들려는 양곤 시내를 내려다 봅니다.

 

 오늘도 쉐다곤페야는 여전히 황금빛을 발하고..

 삔옌과 목청 돋구어가며 '고래샤냥'을 부르고 싶어집니다.

 

 ...양곤에서의 아니 미얀마에서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갑니다.

 

 

여행을 마치고

 

  여행 중 흔히 듣게 되는 질문.

 

 " 여행한 나라 중에 어느 나라가 가장 좋아요?"

 

 그럴 때마다 미얀마가 떠오릅니다.

 

  사람들에게서 선한 기운이 느껴지던 곳.

 몇몇 사람이나 특정 지역에서가 아니라 여행중에 만난 대개의 사람들에게 말이지요.

 

 한 달여의 여행.

 저는 미얀마가 참 좋습니다.

그래서 만났던 여행자들에게 미얀마 여행을 적극적으로 권하곤 합니다.

좋은 느낌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요.

물론 그들은 또 그들만의 미얀마를 만나고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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