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족산 황톳길>
.일시: 2012년 7월 25일,수요일
.교통: .갈 때-대전역~(616번 버스)~대한통운~(74번 버스)~삼림욕장
.올 때-삼림욕장~(74번)~회덕~(급행 2번)~대전역
.둘레길: 15km
.소요시간: 5시간
.Tip...중간중간에 정자와 식수대,발을 씻는 곳등이 있다.
황톳길을 제대로 느끼고 싶어서 입구에서 등산화와 양말을 벗었다.
몇 겹으로 껴입은 옷을 훌훌 벗어버린듯 몸이 가뿐하고 발걸음은 경쾌하다.
맨발에 닿는 붉은 기운이 감도는 흙의 감촉이 좋다.
땅 위에 살면서도 매일 양말과 신발에 감싸여 시멘트로 포장된 길만 디디던 발도 이게 웬 횡재냐며 신나한다.
하늘 향해 쭉쭉 뻗어오른 나무에 새겨진 발자국들이 하늘로 향한다.
그러고보니 울창한 나무들이 뿜어내는 성성한 기운 속에 맨발로 흙을 밟으며 걷는 이 길이
정녕 하늘로 향하는 길은 아닐까..
어제도 오늘도 사람의 마을에서는 인공바람을 종일 쏘이면서도 덥다며 아우성이지만
길 양옆으로 무성한 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황톳길에서는 더운줄 모르고 녹음 속을 걷는다.
흙과 바람의 세례를 듬뿍 받은 발가락들도 오랜만에 제 세상을 만난듯 꼬물꼬물 재잘재잘..
왜 아니겠는가..
온 가족이 함께 걸어도,정다운 친구와 둘이 걸어도
내가 나와 걸어도 좋은 길.
가파른 오르막도 도달해야 할 정상도 없기에 헉헉거릴 일도 서두를 일도 없다..
얼마쯤 걸었을까..
맨숭맨숭하던 발바닥에 여리고 고운 황톳물이 들었다.
봉숭아 꽃잎으로 연하게 물들인 손톱만큼이나 사랑스럽다.
맨발로 몇 시간째 걷고 있자니
머리에 깃털을 꽂고 화려한 장신구와 채색 물감으로 얼굴과 몸을 장식한 뒤
긴 장대 하나 들고 맨발로 대지를 누비는 아프리카 원주민이라도 된 기분이다.
정자에서 다리쉼을 하는 사이 지나가던 바람도 노닐고
무성한 녹음이 '지금은 여름'이라고 말한다.
라이더들의 질주 본능이 바람을 가른다.
"달려,신나게 달리는거야~"
동네 한 바퀴,아니 황톳길 한 바퀴를 맨발로 걷고 나니 속세의 묵은 때가 어느샌가 떨어져나간 것같다.
그야말로 에코힐링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실컷 부리기만 하고 그 흔한 발맛사지 한 번 안해준 발에게 그동안의 빚을 이자까지 쳐서 갚은 것같아 좋다.
그 좋았던 날을 잊지 않고 있다는 듯
집에 온지 며칠이 지나도록 발바닥에 황톳물이 여전하다.
'산행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산종주(한계령-중청-공룡능선-소공원) (0) | 2012.10.09 |
---|---|
덕유산 종주(육십령~삼공리) (0) | 2012.08.23 |
북한산 둘레길 (0) | 2012.04.05 |
민둥산 종주 (0) | 2011.10.21 |
배방산~태학산~망경산~광덕산 (0) | 2009.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