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귀주성-2004

나는 걷는다 2009. 4. 16. 10:27

<귀주성-2004>

 

 .일정: 2004.12.14 ~ 2005.1.8(26일)

 

 .여정: 난닝南寧-귀주성(싼지앙三江-총지앙-롱지앙龍江-레이산雷山-카이리)-베이징北京-천진(탕구)

 

.국경넘기(베트남~중국)

 하노이~동당Dong dang(3시간 30분,$5,미니버스)~추나이한(베트남 국경,오토바이,3킬로미터)~요우의관

 (중국측 국경,600미터,걷는다)~핑샹핑양(오토바이2위엔+버스2위엔)~난닝(4시간 30분,35위엔)

 

 

 

<12월 14일,화요일>,난닝

 

 베트남에서 지낸 보름이 짧기만 하다.

금세 2주가 지나고 다시 중국으로 간다.

 

 국경을 넘었다.

 베트남에서 중국으로,하노이에서 난닝으로..

 새벽 6시 30분에 차를 타서 꼬박 12시간을 이동해서 저녁 7시에 난닝에 도착했다.

 

 12월이건만 난닝은 덥다.

 하지만 기온이 조금 내려가는 저녁나절에는 바람 한 점 없어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난닝은 광시성의 성도여서인지 대형 백화점과 할인 마트가 여러 개 있다.

 백화점 구경을 하고 있자니 여행 중이 아니라 일상 속에 있는 것같기도 같다.

 하지만 물건이 넘쳐나고 소비가 장려되는 도시가 조금 어지럽기도 하다. 

 

 

 

<12월 16일,목요일>,난닝~유주(2시간 40분)~핑안(3시간)~싼지앙三江(2시간 30분)

 

유주를 거쳐 계림 북역까지 가는 기차는 2층 기차다.

1층과 2층 계단참에 있는 지정 자리가 좁고 답답해서 승객이 거의 없는 다른 객차 2층으로 옮겼다.

기차를 전세 낸 것마냥 쾌적하고 넓다. 

 

출발한 지 2시간쯤 자나자 식사가 나왔다.

계란 부침과 고기 볶음,소세지,짠지 그리고 따끈한 밥이 들어 있는 도시락이다.

마치 신혼여행 기차나 전세 관광열차를 탄 기분이다.

 

 유주가 짝퉁 계림이라더니 와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베트남에서 중국 국경에 다와갈수록 카르스트 지형이 이어지더니 난닝 이후 유주까지 오는 길에도 계속된다.

 유주에서도 계림만큼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멀리 카르스트 산들이 보였다.

 

핑안까지 버스를 타고 다시 싼지앙으로 향했다.

광시성에서 귀주성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다.

 

강을 끼고 물안개가 가득 피어오르는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12월 17일,금요일>,싼지앙~총지앙(108킬로미터,4시간 30분,18위엔)

 

 귀주성은 예전부터 교통이 불편했는데 지금도 여전하다.

 그 덕분에 소수민족들이 오래동안 고유의 생활방식을  유지하면서 살 수 있었다.

 

 귀주성 입구인 총지앙까지 가는 길이 비포장이다.

 싼지앙에서 총지앙까지 108킬로미터밖에 안되는데 4시간이상 달렸다.

 하지만 그래서 좋기도 하다.

'휙-'하고 지나치는 대신에 마차라도 타고 가는 양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녘까지  비가 퍼부었는데도 다행히 길은 질퍽거릭지 않았다.

대신 강을 끼고 이어진 마을들이 온통 안개에 잠겨 있다.

머리를 틀어올리고 두건을 쓰거나 하얀 머리띠를 매고 군청색으로 염색한 옷과 비지를 입은 동족 여인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빠샤는 총지앙에서 7.5킬러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묘족 마을이다.

이곳 사람들은 대개 삼륜 툭툭이를 타고 총지앙과 빠샤를 오가는데 동네 구경도 할겸 걸었다.

빠샤로 가는 길은 산을 타고 가는 계속되는 오르막이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땅은 젖어 있지만 반포장도로이고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아 걷기에 좋다.

 

 

 

  

 묘족 남자들은 머리 둘레를 빡빡 깎고 중앙 부위만 기른다.얼핏 보면 옛날 무사 같기도 하다.

 일본 사람들은 이곳에 사는 묘족들을 그들의 선조로 여기기도 한단다.

 

 집은 나무 껍데기로 지붕을 삼고 기둥과 벽도 모두 나무다.

 지붕 위에는 세월의 이끼가 고스란히 묻어 있다.

 

 여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바느질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이방인이 들고 있는 카메라를 신기해하며 천진하게 웃는다.

 갑작스런 이방인의 출현에 동네는 조용히 술렁이고 동네 개들은 사방에서 경계경보를 울렸다.

 

 

 

 <12월 19일,일요일>,총지앙

 

 일요일은 총지앙 장날이다.

 평소에는 한산하던 장이 근처 마을에서 장보러 온 묘족,동족들로 북적였다.

 무엇보다 장신구를 파는 곳과 옷에 붙일 색색의 레이스를 파는 노점이 가장 붐빈다.

 

시아오황小黃까지 가는 버스는 하루에 두 번 있지만 장날인 일요일은 세 차례 운행한다.

시아오황은 동족들이 사는 마을인데 주민이 4000 여명이나 되는 꽤 큰 마을이다.

차에서 내리니 마치 영화 세트장에라도 온 듯 시간을 거슬러간 느낌이다.

 

팽이치고 화약 터뜨리며 노는 아이들,돼지를 잡는 사내들,천에 물감을 들여 말리려고 집앞에 너는 여인들,

막대사탕 몇 개 놓고 꼬마 손님을 기다리는 어린 장사꾼..모두들 진한 군청색으로 물들인 옷을 입고

여자들은 긴머리를 빗을 이용해서 틀어 올렸고 주름치마에 천을 칭칭 감아 무릎께까지 감쌌다.

 

총지앙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마을 한가운데에 오두마니 앉아 있으니

여행자들이 많이 오지 않는 까닭인지 동네 사람들이 신기한듯  구경한다. 

 

 

 

<12월 20일,월요일>,총지앙~롱지앙(2시간 20분,17위엔)

 

 날씨가 여전히 흐리다.

귀주성에 온 이후로 햇빛보기가 쉽지 않다.

며칠동안 날마다 걸었더니 오늘은 동네 구경하는데도 힘들다.

집에 가서 푹 쉬는게 상책인데 오늘 구한 집은 '즐거운 우리집'이 아니다.

방 안에 있어도 덜덜 춥다.

 

 

 

<12월 21일,화요일>,총지앙~츠어지앙車江~레이샨雷山(4시간 20분,30위엔)

 

츠어지앙車江은 롱지앙에서 가까운 마을이다.

예전엔 싼빠오三寶라고 불리었는데 가장 큰 동족 마을이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고루鼓樓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레이샨雷山에 거의 다 와갈 즈음 다리 위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같아 무작정 내렸더니 아니나다를까 소싸움이 한창이다.

옆구리에 번호를 쓴 두 마리 소가  구령을 울리면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뿔을 들이대며 한치의 양보도 없이 격렬하게 싸운다.

그러다 내빼는 놈이 생기면 승부는 결정나고 시간이 지나도 승부가 나지 않고 육탄전이 치열해지면 강제로 떼어 놓았다.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표정엔 환호성과 탄성이 교차한다.

주위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으레 있게 마련인 땅콩,해바라기씨,귤, 빵 등을 파는 장사꾼들이 북적인다.

 

 

 

 

다음날은 가장 큰 묘족 마을인 시지앙西江에 가기 위해 산길을 돌고 돈다.

마침 장날이라 서서히 판이 벌어지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뼛속까지 춥다.

초겨울 날씨다.

 

 

 

불가를 찾아 호빵집이며 국수집을 기웃거렸다.

빠샤바사와 시아오황小黃 주민들과는 달리 이곳 사람들은 일부만 전통옷을 입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여인들이 머리 장식에 공을 들여서 머리를 정수리께로 틀어 올린 후 조화를 꽂고 꽃이며 새가 수놓인 비로드 옷을

입어 막 무대에 나서는 북한  배우들같았다.  

 

 

 

장구경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버스 창밖을 내다보니 공터에 전통옷을 입은 동네 사람이 다 모였다.

어디쯤인지도 모르는 채 무작정 내렸다.

후셩지에라는 동족 축제 한마당이 펼쳐지고 있었다.

 

남자들이 불어대는 대나무로 만든 악기에 장단을 맞춰 여인네들이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돌고 있다.

단순한 발동작을 하며 마당을 도는데 노인,중년 여인,처녀,계집아이 그리고 갓  걸음을 뗐을 법한 아기까지 모두모두 모였다.

 

처녀들은 하나같이 분을 바르고 볼에 화사하게 곤지를 했고 머리에는 은으로 된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관을 쓰고 있다.

음악에 맞춰 천천히 도는 데 화려한 치장이 단순한 동작을 압도한다.

 

그렇지않아도 축제가 있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정확한 마을 위치를 몰랐는데 바로 여기였던 것이다.

뜻하지 않은 구경거리에 마을 사람들은 추운 줄 모르고 간드러진 피리 소리는 서서히 밀려오는 어둠속으로 퍼져나간다.

 

요 며칠 날씨가 바짝 추워졌다.

하얼빈은 영하 25~30도라 하고 대부분의 중북부 지방이 눈때문에 교통체증이고 거리에는 사람도 별로 없다고 한다.

아직 눈이 오지는 않았지만 바람도 거세고 비가 내려 체감 온도는 영하를 훨씬 밑돈다.

있는대로 옷을 다 껴입고 밖으로 나왔지만 그래도 춥다.

시장에 가도 을씨년스럽기는 마찬가지자다.

 

어제 길에서 만난 묘족 아저씨가 그랬다.오늘 어느 마을에서 축제가 열린다고.

그가 한족말에 서툴고 이방인에게 낯을 가려 자세한 정보는 듣지 못했지만 오늘 어디선가 축제가 열리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는지 몇 사람에게 되물었지만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

여러 사람에게 알아낸 정보를 종합하면 30여분 차를 타고 가는 신당촌大唐鄕 新唐村에서 축제가 열린다.

 

추운줄도 모르고 짙은 안개와 빗속을 뚫고 버스를 타고 신당촌 입구에서 내렸다.

하지만 마을은 안보이고 축제에 어울리는 떠들썩함도 없다.

마을을 향해 걸어가는데 악기를 든 서너 명이 저만치서 온다.

행여나 하고 물어보니  매서운 추위탓에 축제가 연기되었단다.

 

으으~발시렵다.

이럴줄 알았으면 방 안에서 군고구마나 까먹을걸.

하지만 누가 이럴줄 알았남?

그리고 궁금한 것은 못참고 축제라면 엄청 좋아하는 내가 아니더냐. 

 

 

 

<12월 24일,금요일>,레이샨~카이리(1시간 10분,8위엔)

 

 밤새 비가 내리더니 아침에는 진눈께비라도 퍼부을듯 잔뜩 인상을 쓰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다.

그렇다해도 케롤송을 듣기 힘들지만 선물 가게는 선물을 사려는 아이들로 북적인다.

 

 저녁을 먹고 시내를 산책한다.

 노란 우산 밑에 크림으로 만든 하얀 강아지가 있는 작은 케잌과 와인 한 병을 샀다.

 

 메리 크리스마스~

 

 귀주성이 일년내내 따뜻한 곳이라 들었는데 막상 와보니 어찌된 일인지 햇빛 구경하기가 힘들다.

 오늘도 역시 '구름가득'이다.

 가뜩이나 춥고 을씨년스러운데 하늘까지 잔뜩 내려앉아 있다.

 금방이라도  한바탕 눈을 퍼부을 것만 같다.

 

북경으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했다.

잉쭈어(딱딱한 좌석) 257위엔, 잉워(딱딱한 침대)467위엔.

딱딱한 의자와 친해져야 할 시간이다.북경까지는 약 26시간정도 걸린다.

 

 카이리 장날인 오늘 시장에는 묘족들이 많이 보인다.

 골목골목 장보러 나온 사람들과 장사꾼들이 빼곡하다.

 

 

 

<12월 27일,월요일>, on the train(카이리~베이징)

 

귀양에서 출발하여 베이징으로 가는 열차는 한 시간정도 늦게 도착했다.

잉쭈어지만 에어컨이 나오는 특콰이特快다.

문명사회를 지향하는 시범칸으로 지정된 객차에 타게 됐다.

그래서일까.승무원들은 열심히 쓸고 정리정돈하고 승객들도 담배를 피우지 않아 비교적 쾌적하다.

 

그래도 26시간을 읹아 가는 일은 길고 지루하다.

하지만 집을 향해 가고 있다는 생각에 흥분마저 든다.

기차는 잠도 자지 않고 쉼없이 달린다.

언제부턴가 온 세상이 하얗다.

 

 북경 서역에서 호객꾼 아주머니를 만나 천단 근처에 있는 <龍昌빈관>에 숙소를 정했다.보기보다는 실속이 있는 곳이다.

 매서운 북경의 날씨를 녹여보겠다는 듯 스팀덕분에 방안은 따뜻하고 뜨거운 물도 콸콸 나온다.

 

.숙소<용창빔관>80위엔/dbl,w/b

 

 

 

<12월 30일,목요일>,베이징

 

 학교 근처에서 윤희씨를 만나 짐을 찾고 배표도 예약했다.

1월 6일 목요일 출발, 888위엔.

 

 대책란을 산책하다가 추위에 항복하고 집으로 직행.

 찾아온 짐을 펼치니 좁은 방이 더 좁다.

 

 짐 안에는 1년 전의 세세한 일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크고 작은 사전들,판지아위엔에서 산 책들,수업 내용이 빼곡이 적혀 있는 공책들,

학교 다닐 때 입었던 옷가지 그리고 일기장..

 

 

 

<1월 4일,화요일>,베이징

 

오랜만에 학교에 갔더니 무사가 반갑게 맞는다.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온 그는 국비 장학생으로 건축을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추상화만큼이나 해독하기 힘든 중국어 공부를 힘겨워했다.

다행히 그 사이 중국어가 많이 늘었다.

 

엠티르는 보자마자 공부도 다 안 마치고 놀러 다닌다며 한마디 한다.

그는 킬링필드당시 희생당한 가족과 친척을 가슴에 묻고 지내는 캄보디아에서 온 국비 장학생이다.

 

"엠티르,너 아니?노는 게 다 공부란다."

 

머리가 비상한 인텔리이자 공부벌레가 내 말을 이해했을까...

 

 

 

<1월 6일,목요일>,탕구

 

천진은 잘 곳이 마땅치 않고 값도 비싼 편이라  베이징에서 자고 아침 일찍 배가 출발하는 탕구로 가기로 했다.

이변만 없다면 시간은 충분하다.

그런데 이변이 생겼다.

 

밤새 내린 눈으로 베이징~천진간 고속도로가 통제된 것이다.

아침 일찍 버스터미널에 갔지만 천진으로 가는 모든 버스는 스톱이다.

 

하는 수없이 천진까지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탄다해도 도로 상태를 감안하면 시간이 아슬아슬하다.하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마음과는 달리 택시는 느려터지고 30분정도 늦게 탕구에 도착했더니 배는 이미 떠났다.

내탓이 아니라는듯 택시비를 재촉하는 택시기사에게 400위엔을 건넸다.

 

천진항운 사무실이 있는 <삼태대주점>에는 밤새 내린 폭설로 배를 타지 못한 승객들이 많았다.

천진항운에서는 천재지변으로 처리를 해서 별다른 수수료없이 다음 배를 예약할 수 있었다.

다음 배를 탈 동안 뜻하지 않게 탕구에서 며칠 머물게 됐다.

 

집으로 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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